오솔길

무적의 권법

빛속으로 2006. 5. 22. 11:41

 


 

 


 

<무적의 권법>

 

        覺牛 윤철근

 

 

권법,, 무적의 권법!
뭐든지 격파하고 무찌를 수 있는
무적 권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


어릴 적 힘 좀 쓴다고 놀린 놈 찾아가
야, 한판 붙자.
맞장 떠 죽사발을 만들어 버리고

 

군대 몇 개월 빨리 왔다고
고참이라고 설치던
골통 몇 놈 찾아내
때린대 또 때리고 묵사발 낼까?

 

벌써 아련한 옛 얘기건만
기억 속에 잠재해 있다 기어 나와
울화통 치는 걸 보면

 

무적 권법으로 무릎 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솟는 걸 보면
한번 입력된 사건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닌가 보다.

 

놈들을 찾아가 통쾌하게 복수한다면
놈들도 잊지 않고
반드시 통쾌한 복수를 노릴 것이다.

 

태연하게 내 기억에는 말끔히 지웠어도
약한 녀석이 까분다구
기분 좋게 먹여준 추억이 있을 텐데

 

치사하게 꽁하게 기억에 넣었다가
생각이 분출하는 그때마다
묵사발 만들 음모 꾸밀지 모르니

걱정되고 두려운 일이라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데!

 

어쩜 나에게 힘 자랑하고

괴롭힌 놈이
전생에 내가 괴롭힌 녀석 아닐까? 

 

이를 갈며 때를 기다렸다가
무적 권법을 사용한 것인지 모르니

생각해보니 당연한 업보인데
괜히 화를 내고

스스로 괴로워한가 보다.

 

참자,

아니 참을 것 없는

당연히 갚아야할 빚이니 
미워하고 분노할 게 아니라
사죄하면서 감사히 받아야할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무적 권법 배우기를 포기하고
그리고 새로운 권법을 창안한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으로
무엇도 박살낼 수 있는

증오와 분노!

교만과 공포의 권법이 아니라

 

진실한 말과

다정한 미소로

넘어진 사람에 손을 내밀고
슬퍼하는 사람에 위안을 주며
두려워하는 사람에 평안을 주는 자비 

 

원수가 없어 
대적할 상대가 없으니

자비로움이야 말로
천하제일의 무적 권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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