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망각의 문

빛속으로 2006. 3. 21. 12:41



 

 

  * 망각의 문 *

 

             覺牛 윤철근



아이는 이름을 잊었다.
부모가 지어준
사람들이 불러주던
소중한 이름을 아이는 잊었다.

이름을 물어도
하얀 백지처럼
깨끗이 지워진 이름을 보고 있다.

며칠간 아이들은
인질로 잡혀
공포에 떨어야 했고

총격전 속에서
죽음의 늪에서 탈출하여
용케도 구출된 아이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움에
소중히 간직하던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자신의 이름을 하얗게 잊었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안정되면 
또렷이 기억날 것이다.

사람들도 그렇게
전생의 일을

암흑처럼 까맣게 잊었다.

 

귀중한 모든 것
사랑하는 가족

자신의 몸도 두고 통곡하며

 

공포와 절망이 가득한

죽음의 터널에서 

소중한 추억을

파도가 삼킨 자욱처럼 까맣게 잊어

 

전생을 물으면 

모른다구

없다구 말하지만 

 

마음이 고요하여 맑아지면
찬란한 태양이

어둠을 걷고 산하를 비추듯
밝게 전생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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