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스크랩] 터미널의 하루

빛속으로 2006. 4. 24. 22:16
 



 

--- 터미널의 하루 ---


겨울은 깊어
한 낮 임에도
고추의 맛처럼 알싸한데

종일 버스의 경적과
사람들 왁자한 터미널의 소음은
피어나는 별들의 자장가에
하나 둘 잠들고

대지의 신은
검은 장막을 드리우고
조심스럽게 적막의 이불을 깐다.

낙엽 쓸고 가는 바람을 따라
웅크리고 걷는 사람을 조명하며
심야 버스는 어둠 속으로
추억처럼 빛을 달고 아련히 떠나고

떠난 자리에는
멀리서 바삐 달려온
낮선 사람들 하나 둘 선다.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이
그네를 타며

옛날에도
지금도
먼 훗날에도
변함없이 오고 또 가는데

떠나는 사람이
그 곳의 사람이고
떠나 온 사람이
여기 이 사람이니
무얼 슬퍼하고 두려워하랴,

소슬바람과 노란 은행잎은
텅 빈 아스팔트 위를 깔깔대며
밤 깊은 줄 모르는데
할배 같은 가로등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글쓴이 : 도솔천 명상센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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