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 슬픈 사람 12 ==

빛속으로 2005. 7. 22. 13:54


 

 

   == 슬픈 사람 12 ==

 

 

땅에 발이 안 닿는지 의식 없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말하더라며
축지법도 전설이 아니라 실제인가 보다면서

 


당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참 열심히 했다는데
그런데 산삼을 만나는 바람에 망했다 한다.

 


산 속을 걷다가 우연히 산삼을 발견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산삼 밭이었다고
꿈인가 생시인가 웬 떡인가 좋아서
수행이고 뭐고 잊고
중생에 회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산삼을 캐서 싸 가지고
산을 내려와 팔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속아서 팔았다고 했다.

 


산 속에서 오래 살아
시세를 모르는 사람을 속이기는
어린아이 속이기보다 쉬웠을 거다

 


속아서 산삼을 팔고는
화가 나서 술 마시고 돌아다니다
치열한 수행도 중단하게 되었다며


 

아마도 산삼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소식했을지도 모른다며
하얀 이를 들러내고 너털웃음을 한다.


 

그의 말은 조용한데 웃음소리 역시 잔잔하다.
스님은 나에게 어느 보살이 잘못해서
혼을 냈다고 말하곤 하는데
서풍처럼 들리는 말소리에
상대가 얼마나 혼났었는지 좀 궁금하다.


 

내가 말했다.
이제 수행하다 산삼을 만나면
절대로 캐지 말고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라고,,


 

회향 잘하면 되지 않겠냐 하여
그것이 바로 마구니니
마구니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밟아 짓이겨 버리든가
담담히 지나쳐 가라 했다.

 


오직, 생사의 문을 여는
수행에만 전념하세요. 라고 말했다.


     

     覺牛,, 윤철근

'오솔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은 후,,,  (0) 2005.09.07
== 슬픈 사람 13==  (0) 2005.07.26
전생 * 내생,,,,  (0) 2005.07.19
[스크랩] == 슬픈 사람 11 ==  (0) 2005.07.11
[스크랩] == 슬픈 사람 10 ==  (0) 200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