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픈 사람 12 ==
땅에 발이 안 닿는지 의식 없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말하더라며
축지법도 전설이 아니라 실제인가 보다면서
당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참 열심히 했다는데
그런데 산삼을 만나는 바람에 망했다
한다.
산 속을 걷다가 우연히 산삼을 발견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산삼
밭이었다고
꿈인가 생시인가 웬 떡인가 좋아서
수행이고 뭐고 잊고
중생에 회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산삼을 캐서 싸 가지고
산을 내려와 팔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속아서 팔았다고 했다.
산 속에서 오래 살아
시세를 모르는 사람을 속이기는
어린아이 속이기보다 쉬웠을 거다
속아서 산삼을 팔고는
화가 나서 술 마시고 돌아다니다
치열한 수행도 중단하게 되었다며
아마도 산삼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소식했을지도
모른다며
하얀 이를 들러내고 너털웃음을 한다.
그의 말은 조용한데 웃음소리 역시 잔잔하다.
스님은 나에게 어느
보살이 잘못해서
혼을 냈다고 말하곤 하는데
서풍처럼 들리는 말소리에
상대가 얼마나 혼났었는지 좀
궁금하다.
내가 말했다.
이제 수행하다 산삼을 만나면
절대로 캐지
말고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라고,,
회향 잘하면 되지 않겠냐 하여
그것이 바로 마구니니
마구니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밟아 짓이겨 버리든가
담담히 지나쳐 가라 했다.
오직, 생사의 문을 여는
수행에만 전념하세요. 라고
말했다.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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