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듬으며 명상일기

분노와 불

빛속으로 2016. 4. 29. 13:01

 

 

 

 

분노와 불

            

 

화창한 봄날

앵~ 앵~

소방차의 경적이 요란하다.

 

작은 불도

소중한 재산과 가구와 보금자리를 태우고

이웃과 마을을 덮쳐 사람까지 죽이며

깊은 절망과 고통에 빠뜨린다.

 

그 아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분노의 불 또한

신뢰와 우정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며

무어든 파괴하고 살생하는 악마라

일어나는 즉시 죽여야 한다.

 

분노는 분노함으로 이길 수 없고

속히 떠나야 하며

오물처럼 버려 하며 

시간의 강에 띄워야 하며

태풍에 날려야 하며

참고 인내하며 지혜롭게 제압하면

위대한 용사요 자유의 승리자다.

 

분노가 얼핏 남 때문인 듯하나

가만히 고찰해보면

자기 마음에서 일어난 조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을 따라 생멸하는

덧없는 아지랑이와 같다.

 

모든 걸 앗아가는 화마를 조심하면

가정이 안전하고 평안하듯

유능한 조련사처럼 분노를 조복하면

평화의 꽃이 만발하여라.

 

 

無主空山에서 윤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