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듬으며 명상일기

욕망의 덫에서 벗어나 불생불멸 이루자

빛속으로 2015. 8. 27. 12:06

 

 

  식사가 끝나갈 무렵 tv에서 부인이 남편의 재산을 몽땅 가로채려는 음모로 정신이 멀쩡한 남편을 정신병원에 감금하였다가 발각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참으로 어리석고 악랄한 여인의 행위에 눈살을 찌푸리며 듣던 무명보살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것 좀 봐요. 저거 보면서 뭐 느끼는 것 없어요?”
  “뭘?”
  “저 여자에 비하면 난 얼마나 착하냐구요,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봐요.”
  상이라도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투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챙기는 무슨무슨 기념일에도 선물 하나 없이 덤덤하고 닭살 돋는 애정 표현이나 아기자기한 맛이라곤 없는 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듯한 표정이다.
  “저 여자는 지금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표를 구입한 거예요. 조금 기다려 보면 곧 저 여인이 지옥으로 가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지. 나쁜 짓을 하면 지옥으로 가는 것이고 지옥을 가지 않으려면 당연히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짓을 안 했다고 해서 굳이 상을 바랄 필요는 없겠지요.”
  미소를 띠고 하는 말에 아내는 수긍을 하는 것인지 아무 말이 없다. 그런데 참 어이없는 일이다. 남편의 재산이 곧 자기의 재산인데 남편을 정신병원에 가두다니 제정신인가? 그녀 자신이 정신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남편을 정신병원에 집어넣었으니 정녕 바른 정신은 아니다.
  함께 공생하는 부부끼리도 못 믿는다면 과연 누굴 믿을 수 있으며 또 누가 그녀를 믿어줄 수 있을까. 욕망의 덫! 그녀는 욕망의 덫에 걸려서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막 어두운 터널 안으로 접어들었다. 하늘에서 돈이 눈처럼 내려도 욕심은 만족시킬 수 없으며 마음에서 솟구치는 욕심을 제어하지 않으면 천국에 있더라도 불만일 것이다.
  무오거사가 카페에 올린 글을 읽고 남편 시봉 잘하고 아이를 잘 돌보며 한눈팔지 않고 가정을 무난하게 지켜준 무명보살의 공과를 깎지 말고 후한 포상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술 먹고 외도하고 막행막식하니 모두가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은 포상감이라고 댓글을 써 놓았다.
  나는 무오거사의 글에 수긍하며 티끌만큼도 보살의 공과를 깎을 마음이 없다고 했다. 바르고 참되게 살면 현생에서는 슬픔과 괴로움과 두려움의 늪에 빠지지 않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며 죽어서는 좋은 세상에 태어나 많은 복락을 누릴 것이니 두 배의 포상이 될 것이라고 답서를 띄웠다.

 

  * 욕망의 덫에서 벗어나 불생불멸을 이루자 *

 

  죽음이 없는 불생불멸! 이 얼마나 거룩하고 위대한가. 세상에서 이보다 더 높고 성스러운 법은 없으니 우주를 허공처럼 빈 것으로 보라.
  산도 바다도 태양도 별도 나무도 바위도 빈 것으로 보고 세상을 티끌이나 때처럼 여기고 애착하지 말라. 일체에 집착하는 바가 없으면 태어남이 없고 태어남이 없으므로 늙음과 죽음이 없는 불생불멸을 성취한다.
  불생불멸의 법은 이처럼 매우 단순하고 분명하여 알기가 쉽다. 초등학생도 줄줄 외우는 구구단보다 더 쉽다. 그런데 너무 쉬운 공식이라 여우처럼 의심하기 때문인지 오랜 습성 때문인지 이리저리 분별
하고 헤아리므로 아득히 멀다.
  문자로 암기하지 말고 실제로 선정과 지혜를 닦아서 허공을 체득해야 한다.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의 분별심을 따라가지 말고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명상하라. 끝없는 허공을 명상함으로써 코뚜레를 꿸 곳이 없는 법의 세계에 몰록 들어가면 앉고서고 오고 가며 말하고 침묵하는 그대로가 도다.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여 취할 것이 없고 일체의 근본이 공(空)하여 평등하므로 원하는 바가 없어서 마음이 고요하고 한가롭고 평안하면 오랜 세월 뼈를 깍듯 고행할 것 없이 그대로 성자의 세계다.

 그러나 서두르지 말라.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법이니...

 

 

      < 천상의 무지개 > 수필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