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듬으며 명상일기

오비이락(烏飛梨落)

빛속으로 2015. 8. 5. 12:05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배나무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날아가자 공교롭게도 배가 떨어졌다는 고사로 어떤 일이 얽혀서 나쁘게 꼬이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오비이락의 뒷이야기가 있다.

  배나무에 앉아 있던 까마귀가 ‘푸두둑’ 날아가자 우연히 떨어진 커다란 배가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즐기던 뱀의 머리에 떨어져서 뱀이 즉사했다. 자다가 황천객이 된 뱀은 알을 배고 있었는데 그 뱀은 죽은 후에 멧돼지로 환생했다.
  뱀이 환생한 멧돼지는 어느 날 산비탈을 지나다가 우연히 돌을 건드렸는데 돌이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공교롭게도 알을 품고 있던 꿩을 덮쳤다. 꿩은 알을 품고 있다가 굴러온 돌에 맞아 즉사하고 말았는데 그 꿩은 전생에 배나무에서 날아갔던 까마귀였다.
  돌에 맞아서 죽은 꿩은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용맹한 사냥꾼으로 장성하였다. 그는 다른 날과 다름없이 어깨에 활을 메고 사냥을 나갔다. 그런데 그날따라 온종일 돌아다녀도 아무 것도 잡지 못해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마침 커다란 멧돼지를 발견했다.
  오래 묵은 커다란 멧돼지라 매우 기뻐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멧돼지는 사냥꾼이 노리는 것을 눈치 채고 후닥닥 도망치기 시작했다.
 멧돼지가 도망을 가자 사냥꾼은 활을 쏘며 추격했는데 멧돼지는 이리저리 도망하다가 산속의 외딴 오두막집 헛간으로 뛰어 들어가서 숨었다.
  그 오두막에는 천태종의 개조인 천태지자가 살고 있었는데 삼매 중에 사냥꾼과 멧돼지가 쫓고 쫓기는 광경을 목격하고 초막에서 나와 멧돼지를 겨냥한 사냥꾼의 활을 멈추게 했다.

  그에게 멧돼지와의 죽고 죽이는 인연의 고리가 된 오비이락에 대한 전생담을 들려주면서 멧돼
지를 죽이지 말라고 했다.
  천태지자의 말에 사냥꾼은 원망하는 마음을 깊이 참회하고 활시위를 놓았다.

  이로써 죽고 죽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는데 죽고 죽이는 원한의 고리는 한쪽에서 멈추지 않으면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다.

  업의 아들로 태어나서 길흉화복을 받는 것이 다름 아닌 인과응보이니 미움과 원망을 버리고 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생각하며 세상을 자비로 포근하게 감싸자.

 

 

      <천상의 무지개> 수필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