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듬으며 명상일기

악독하게 살아야 잘사는 건가요?

빛속으로 2015. 7. 5. 12:40

 


  세월이 흘러 형님이 환갑이라는데 실감이 나지 않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조용히 증명을 한다. 어느새 등이 굽은 어머니를 비롯하여 동생 내외와 출가한 조카들이 오붓하게 자리를 함께 하여 형님의 환갑을 축하했다.

  술잔이 좌석을 돌고 돌아 얼굴을 붉게 단청할 즈음,
  “어떤 사람은 오래 살고 어떤 사람은 왜 일찍 죽어요? 일찍 죽고
오래 사는 것은 사주에 나온 대로 운명으로 정해진 거예요?”

  술기운이 거나할 무렵 조카사위가 공손하게 묻는다. 그게 늘 궁금했던 모양인데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도 귀를 세우며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생과 사는 그가 태어난 사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살생의 업을 많이 지으면 목숨이 짧고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살펴주면 천수를 누리는 법이라네. 그러므로 오래 살고 싶다면 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생각하여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하네.”
  관상을 잘 보는 스님이 계시는 절에 새로 들어온 아이가 며칠을살지 못하고 곧 죽을상이라 스님은 아이를 절에 머물러 있게 하기가 곤란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찾아뵈라는 뜻으로 열흘만 집에 다녀오라며 특별휴가를 주었다. 아이가 돌아올 수 없는 것을 알며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로 보냈는데 열흘이 지나서 아이가 돌아왔다. 죽었어야할 아이가 돌아왔으니 괴이하게 생각하며 관상을 살펴보니 급살할 상이 사라지고 웬일인지 장수할 상으로 변해 있으므로 이상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집으로 가던 도중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나무토막이 개울물에 둥둥 떠내려가는데 무수한 개미떼가 나무토막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개미들이 불현듯 가여운 생각이 들어서 나무토막을 건져 개미들을 살려주었습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스님은 무릎을 치면서 착한 마음으로 개미들을 구한 것이 너의 목숨을 구하고 더구나 장수할 수 있게 하였다고 했는데 무릇 태어난 생년월일시의 사주에 의하여 운명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업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다.

 

  “보면 착한 사람인데 어렵게 살고 또 악한 사람인데 잘사는 것은 왜 그래요?”
  “사람들은 그것을 매우 의아해하고 궁금해하지. 그래서 나쁜 짓을 하면 부자로 살고 착하게 살면 오히려 가난하게 산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실은 그렇지 않네. 지금 부자로 사는 것은 전생에 그가 착한 일을 하여 그 복으로 현재 부유하게 사는 것이며 지금 짓는 나쁜 업으로 내생은 필시 불행하고 가난하게 되네. 그리고 착한 사람인데 어렵게 사는 것은 전생에 복을 쌓지 않은 때문이며 지금 그가 착하게 사는 인연으로 내생에는 복을 받고 잘살게 될 것이야. 그러므로 부자로 행복하게 잘살고 싶다면 반드시 착하고 성실하며 복을 많이 지어야 한다네.”

 

  “그런데 사람으로 살다가 죽으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는 거예요? 아니면 신이나 무엇이 있어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고 또 짐승으로 태어나게 하는 건가요?”
  “바르고 착하게 살며 복을 많이 지으면 천상에서 태어나고 살생과 도둑질과 거짓말을 하고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서 태어나지. 또 도리를 알고 바르게 살았으면 사람으로 태어나고 짐승처럼 못되게 살았다면 죽어서 축생으로 태어나는 것이야.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행위(업)를 따라서 인간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축생으로 태어나기도 하며 천상이나 지옥에 태어나는 것으로서 이밖에 어떤 신이 아무 까닭도 없이 이렇게 저렇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은 아니라네. 자네는 농사를 지어봐서 알겠지만 밭에 감자를 심으면 감자가 나오고 콩을 심으면 콩을 수확하는 것 아닌가. 그처럼 자신이 지은 원인을 따라서 몸을 받고 태어나는 것이라네.”

 

  나의 말을 경청한 질서(조카사위)는 감사하다며 꾸벅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

 

조카사위의 부친은 많지 않은 연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래서 그에게 삶과 죽음은 궁금한 수수께끼였을 것이며 풀 수 없는 숙제와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천상의 무지개> 수필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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