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듬으며 명상일기

나는 고귀한 사람인가 비천한 사람인가?

빛속으로 2015. 7. 25. 12:22

 


  우리 집은 아내와 아들과 내가 한 가족을 이루고 산다. 난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농부도 있고, 어부도 있고, 정치인도 있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원, 교사, 의사, 화가, 가수, 종교인 등 다양한 직종이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므로 각자의 뜻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조합을 이루며 살아가는데 의사는 훌륭하고 농부는 천하며 예술가는 훌륭하고 사업하는 사람은 천하다고 할 수 없다. 직업에 따라 귀천을 논할 수 없는 것이며 귀하고 천하고 높고 낮고 하찮고 거룩함이란 얼굴의 생김새나 입은 옷이나 사는 집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죽이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빼앗으며 거짓말하고 속이며 불륜을 저지르고 술독에 빠져 육림을 헤매며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것이 비천한 것이다. 대통령이라도 거짓말하고 사리사욕으로 재물을 모으며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면 도리어 조롱과 비난과 손가락질을 당한다.

  직업과 신분에 따라 고귀함과 비천함이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격과 말과 행동에 의해 평가된다.
 

  집집마다 변소에서 똥을 퍼 나르던 불가촉천민 계급의 니디가 똥통을 지고 가다가 부처님이 오는 걸 보고 마주치기를 꺼려하여 다른 길로 돌아서 갔다. 그런데 그가 피해가는 길에 또 부처님이 나타나자 얼른 다른 골목으로 돌아서 가는데 피해가는 곳마다 부처님이 나타나므로 이리저리 허둥거리다 그만 똥통을 엎질렀다.

  그러자 똥이 사방으로 튀어서 악취가 진동했다. 그는 너무도 송구하여 오물이 쏟아진 길바닥에 넙적 엎드려서 부처님께 울먹이며 용서를 빌었다.
  부처님은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물었다.
  “니디야, 너는 왜 나를 피하려고 했느냐?”
  “저는 비천한 천민이온데 왕족 출신인 부처님과 감히 마주칠 수가 없어서 피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그만 잘못하여 똥통을 엎질렀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사오나 자비롭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지금도 그렇지만 부처님 당시 인도에는 엄격한 사성 신분제도가 있었다. 나라를 통치하는 찰제리, 수행하는 바라문, 농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재력가, 수드라라고 하는 천민의 네 계급이 있는데 천민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사회적으로 멸시를 받으며 노예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아갔다.
  부처님은 천민 중에서도 가장 천대를 받는 불가촉천민인 그에게 말씀했다.
  “천민이라고 하는 것은 다만 사람들의 인식일 뿐 그대가 천한 것은 아니다. 천하다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며, 도둑질을 일삼고, 패륜을 저지르며, 분노하여 악담하고,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것을 비천하다고 하며 비천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천한 사람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그의 순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보고 제자로 받아들였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았는데 그의 아름답고 고운 마음씨는 천민에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 나는 고귀한 사람인지 비천한 사람인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반성해 보자. **

  

 

       <천상의 무지개> 수필집 중에서

 

'마음을 다듬으며 명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비이락(烏飛梨落)  (0) 2015.08.05
원수와 허수아비  (0) 2015.07.30
악독하게 살아야 잘사는 건가요?  (0) 2015.07.05
마음의 저울  (0) 2015.06.25
우주와 나의 존재  (0) 201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