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케치

[스크랩] 가장 훌륭한 음식

빛속으로 2012. 11. 20. 13:11

 

 

 

  가장 훌륭한 음식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갑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세 끼를 먹으며 어떤 사람은 두 끼 드물게는 한 끼만 먹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루에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간식까지 먹으면서 영양을 보충하는가 하면 빈궁하여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먹어야 삽니다. 먹지 않으면 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죽습니다. 전쟁이 할킨 오육십 년 전에 비하여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많이 좋아져서 굶어 죽는 사람이 드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나오지 않는 엄마의 젖을 물고 굶주림에 뼈만 앙상한 모습도 보았습니다.

  세상에는 먹지 못해서 굶어 죽는 사람도 있지만 많이 먹어서 배가 남산만하고 윤기가 번들거려도 병들고 늙으며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것은 슬픔이고 충격이며 큰 걱정거리입니다.

  늦고 빠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죽지만 그럼에도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몸이 원하는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됩니다. 음식의 재료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졌고 어디에 좋은지 맛과 영양과 효능을 일일이 분석하고 체크하며 품격있는 음식과 달콤한 맛을 찾습니다.

  우리는 태어났고 태어난 이상 먹어야 살 수 있으므로 반드시 먹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살기 위해서 먹고 배고픈 고통을 면하기 위해서 먹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이왕이면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에 훌륭한 영양가의 음식을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적당하게 맛을 즐기며 사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을 좇아다니며 탐닉하는 것은 맛의 노예와 마찬가지 입니다. 맛의 갈고리에 혀가 꿰어서 낚시바늘을 삼킨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몸을 끌고다니면서 산해진미를 먹어도 세월이 흐르면 늙고 병들며 죽는 법인데, 마음이 맛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 집착의 업력으로 다시 생을 받아서 소가 무거운 수례를 끌고 정처없이 길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이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물질(색)과 수상행식(受想行識)의 비물질(마음)의 명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하루 죽음으로 끌려가고 있는 사형수와 같고 아침 햇살에 이슬방울과 같은 것입니다.

  몸에는 삼백육십 개의 뼈마디와 오백 개의 힘줄과 오백 개의 핏줄과 구만구천 개의 털구멍과 팔만 종류의 벌래가 산다고 합니다. 이러한 몸뚱이를 누가 만들었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므로 나의 것이다 라고 소유를 주장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몸은 나와 무관하여 '나'며 '나의 것'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를 떠나서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이치를 바르게 통찰하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은 몸을 나고 나의 것이라고 애착하지만 이 몸은 뼈와 살과 힘줄과 피와 똥오줌을 얇은 살가죽으로 포장한 것으로 견고하지 않아서 쉽게 찢어지고 춥고 덥고 배고프며 자주 병에 들어 아프고 늙으며 죽습니다.

  이렇게 몸이란 불완전하여 영원하지 않음을 바르게 관찰하고 인식하여 허망한 것으로 알면 몸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몸의 무상함을 명상하므로써 집착에서 벗어나면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고 자유로우며 생사를 초월한 '니르바나'의 정원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입니다.

  바른 이치를 듣고 배우며 관찰하여 맛에 끌려다니지 말고 다만 몸의 형상을 유지하고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며 맛의 좋고 나쁨을 분별하여 지나치게 싫어하거나 탐닉하여 편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음식물의 하나 하나에는 대지와 햇볕과 물과 바람과 같은 자연의 도움이 있으며 농부의 땀방울과 상인의 노고와 주부의 정성스런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마워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인연에 고마워하고 감사하면서 먹는다면 허물이 없을 것이며 음식을 차려준 분도 기뻐하고 좋아할 것입니다.

  입으로 먹는 물질의 음식뿐만 아니라 육근(눈,귀,코,혀,몸,뜻)이 밖으로 육경(형상,소리,향기,맛,감촉,법)과 접촉의 음식이 있으며 생각의 음식과 뜻의 음식과 식별의 음식이 있습니다.

  입으로 먹는 물질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없는 것과 먹어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며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살펴보고 먹어야 합니다. 또 음식의 종류와 맛을 분별하여 차별하지 말고 평등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먹어야 하듯이, 접촉의 음식, 생각의 음식, 뜻의 음식, 식별의 음식을 섭취할 때에도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를 잘 살펴보고 해롭지 않고 몸과 마음에 유익한 음식을 잘 선별해서 먹어야 합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것에서 탐욕이 일어나고 분노가 솟으며 해치려는 마음이 일어나면 스스로 통제하고 절제하여 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파멸시키며 질투와 분쟁을 불러오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며 가시밭길의 험난한 곳으로 끌고 다니며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러므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음식이 강하게 유혹하더라도 굶주린 사자를 피하듯 뜨거운 쇠구슬을 삼키듯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릇되고 부정한 음식은 버리고 진실과 자애와 보시의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윤리와 계율의 음식을 먹고, 소욕지족의 음식을 먹고, 고요한 선정의 음식을 먹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행동하는 지혜의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성현의 식사법은 지옥 아귀 축생과 같은 고통의 세상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현세에서 즐거움과 평안과 존경을 받으며 더우기 천상으로 인도하는 고결한 양식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거룩한 양식을 늘 섭취하므로써 불생불멸의 꽃을 피워서 영원한 자유와 평화와 행복을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각우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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