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케치

[스크랩] 어린 스승

빛속으로 2012. 9. 20. 12:50

 

 

 

  어린 스승

 

 

  불교방송에서 본 해인스님 법문을 요약하여 올려봅니다.

   어느 재가불자가 부처님을 찾아와서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사무량심(자비희사)과 사섭법(보시 애어 이행 동사)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무량심의 자(慈)는 널리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라는 것, 비(悲)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가엽시 어기고 도우라는 것, 희(喜)는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지 말고 함께 기뻐하라는 것, 사(捨)는 도움을 주어도 댓가를 바라지 말고 평등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섭법의 보시(布施)는 법을 가르치고 재물과 몸으로 돕고 베푸는 것, 애어(愛語)는 부드럽고 온화한 말을 하는 것, 이행(利行)은 남을 이롭게 돕는 것, 동사(同事)는 서로 협력하며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애착과 집착의 편협한 사랑이 아니라 태양이 만물을 차별하지 않고 비춰주듯이 평등하게 널리 자애로운 마음으로 불쌍한 사람을 보면 가엽시 생각하여 도움을 주며, 늘 따뜻하고 온화한 말을 하며,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함께 기뻐하며, 베풀어도 베풀었다는 교만함이 없는 평등한 마음으로 서로 돕고 협심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한다면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무량심과 사섭법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존경할 것이며 복과 재물이 넝쿨처럼 굴러올 것입니다. 참으로 잘 살 수 있는 법이니 거룩하고 위대한 성자다운 바르고 훌륭한 말씀입니다.

  해인스님은 사섭법을 설명하는 중에 교훈적인 일화도 들려주었습니다.

  어느 부유한 집에 장자의 부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자 장자는 가정과 아이를 돌볼 새로운 아내를 맞아들여야 했습니다. 새부인이 될 사람의 조건은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자식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를 내 자식처럼 잘 돌봐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전제조건을 쾌히 수락하고 가난한 집안의 여인이 선택되어 후처로 들어왔습니다.

  약속한 대로 새부인은 전처의 아이를 친자식처럼 잘 보살피고 돌보았습니다.

  오손도손 화목하게 살며 어느 듯 세월이 많이 흘러 새부인의 몸에서 두 명의 자녀가 태어났는데 그러자 점차 전처의 아이를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며 계모의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전처의 자식이 자기 아이보다 잘 생긴 것이 못마땅하고 자기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전처의 아들은 심부름을 보내고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만 주고 전처의 아이는 거친 음식을 주며 마치 하인처럼 일을 시키고 부려먹으며 욕하고 구박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불평 한마디 없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새어머니의 말에 순종했습니다. 

  남편 앞에서는 전처의 아이를 자기 아이들과 똑같이 잘 돌보는 시늉을 하므로 장자는 감쪽같이 속고 있었는데 어느 날 멀리 출장을 갔다가 오랜 만에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밤중이라 식구들을 깨우지 않고 아이들 방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새부인이 낳은 아이들 둘은 편안하게 자고 있는데 전처의 아이는 혼자 옹크리고 떨면서 자는 것을 목격하고 아이들을 깨워서 어쩐 일인지 살펴보니 전처의 아이는 갈대로 만든 옷을 입고 갈대꽃으로 만든 이불을 덮고 있었으며 새부인이 낳은 자식은 보드랍고 따뜻한 솜옷을 입고 포근한 솜이불을 덮고 자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대노하여 자고 있는 부인을 깨워서 왜 이렇게 했느냐고 야단을 쳤습니다. 새부인은 잘못했다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손발이 닿도록 싹싹 빌었으나 분기충천한 장자는 그녀에게 당장 집을 나가라고 불호령이었습니다. 

  전처의 아이는 아버지가 새엄마에게 나가라고 고함치는 걸 보며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통 사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화가 난 아버지의 귀에 아이의 말이 들어올리가 없었습니다.

  아이를 구박하던 새엄마가 아버지의 블호령에 마지못해 보따리를 싸들고 쫓겨 나가자 새엄마의 발을 붙잡고 나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분노한 남편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눈물을 흘리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울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모재일자한(母在一子寒) 모출삼자한(母出三子寒)"

  어머니가 집에 있으면 한 자식만 추위에 떨면 되지만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 세 자식이 모두 추위에 떨게 됩니다. 그러니 어머니를 쫓아내지 마세요 라고 아버지에게 애절히 호소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글자를 바르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나 이와 같은 내용인 것만은 틀림없는데 어버지는 아이가 울면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부인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다시 돌아온 새엄마는 아이를 꼭 붙잡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 미안했구나. 난 네가 이렇게 똑똑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녔는지 미쳐 몰랐구나. 이 못난 어미를 용서해다오. 이제는 어느 누구보다 너를 더 아끼고 사랑해주마." 

  그날 이후로 전처의 아이를 자기 자식들보다 더 극진하게 보살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 이 어린아이가 나의 스승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는 얼마나 상심이 크고 고달펐을까요. 먹는 것 입는 것 차별 받으며 하인처럼 심부름하고 궂은 일을 묵묵히 도맡아 했으니 매우 힘들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새엄마가 자기를 구박하고 핍박한다며 아버지에게 고자질했을 것이고 또 새엄마가 아버지에게 호되게 꾸지람 받으며 쫓겨나면 고것 봐라 아주 잘 됐다 고소하구나 라고 쾌재를 불렀을 텐데 오히려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쫓아내지 말라며 어머니가 있으면 자기 혼자만 추위에 떨게 되지만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 두 동생을 포함한 세 명의 자식이 모두 추위에 떨게 된다고 진언하니 그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여 하늘과 같고 바다와 같습니다. 

  그런 도량이라면 어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어린이의 대접을 하겠습니까! 전생부터 수행이 깊은 이가 분명하니 스승으로 삼아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난 어린 스승의 가르침에 감동하며 마음의 허공에 자비와 인욕과 지혜를 수놓습니다.

 

 각우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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