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케치

[스크랩] 종교와 맹신

빛속으로 2012. 12. 29. 13:37

 

 

 

  * 종교와 맹신 *

 

 

  종교인을 흔히 신앙인이라고 부릅니다. 신앙이 없으면 종교인이 아니라는 말까지 합니다. 굳건한 신앙심이 필요한 것이 종교이며 신앙심은 종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어느 자리에서 만난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 실증할 수 있는 것을 믿는 것은 신앙이라고 할 수 없으며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야 비로소 신앙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게 말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것 확인할 수 없는 것을 믿는다는 건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렇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비논리적인 것을 진실처럼 확고하게 믿는다는 것은 바르지 않은 믿음이며 자칫 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분에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을 믿는 것이 바르고 옳은 믿음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충실한 종교적 삶을 위해서 믿음이 요구되고 자기가 믿는 것에 대한 굳건한 신앙심은 물론 필요합니다. 그래서 때로 종교인을 신앙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비논리적이고 앞뒤의 말이 모순되며 허황한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을 종교인이라 불리어선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비논리적이고 모순이며 허황한 것을 믿는 것이 종교인이라면 곧 그것은 종교는 비논리적이며 모순이고 허황한 것이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되기 때문입니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宗敎)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으뜸이 되는 높고 훌륭한 가르침이란 뜻입니다. 일반적인 상식과 학문을 뛰어넘는 가르침이며 인류가 추구해 나아가야할 이상향과 같은 세계 즉 평화와 자유와 행복의 숭고한 가치가 담겨 있어야 종교의 존재가 빛을 발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기독교 유교 도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민족마다 나라마다 다양한 종교가 존재합니다. 모든 종교가 종교라는 이름을 공용으로 사용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여 닮은 것도 있지만 조금씩 다 다릅니다. 어떤 종교는 내세와 천상의 복락을 구하는가 하면 현세의 도덕적 삶을 추구하기도 하고 진실한가 하면 거짓이 있고 진리와 모순이 섞인 가르침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가 믿는 종교가 으뜸이고 최고라 주장하면서 대립하여 상대를 시기하고 증오하며 때론 전쟁도 불사합니다. 최고 최상의 가치를 목표로 삼고 평화와 자유와 행복을 추구한다고 말하면서 살상의 종교전쟁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양의 탈을 쓴 이리처럼 전적으로 선량하고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라는 결론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맹신자들은 자기 믿음만이 옳고 바르며 다른 것은 그르다 비하하고 나쁘다 경멸하며 저주하고 분노합니다. 내가 최고며 제일이라 주장한다고 해서 최고가 되고 제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로써 최고가 되고 옳은 것이 된다면 최고가 아닌 것은 없고 그른 것은 없으며 모두 옳을 것입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며 관찰한바로는 높은 가르침도 있고 낮은 가르침도 있습니다. 거짓과 진실이 혼재된 것도 있고 성스러운 것이 있는가 하면 하열한 것도 있어서 종교가 다 똑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하고 거룩한가 하면 그릇되고 모순된 것도 있어서 모두 높고 거룩하다거나 또는 일률적으로 나쁘고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고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르고 높은 숭고한 가르침을 믿고 따르면 바르고 높은 숭고한 곳에 이르겠지만 낮고 거짓되고 사악한 가르침을 따라가면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나쁜 세상에 추락하여 오랫동안 고통받으며 후회할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이라 해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사람이 믿는 것이라 해서 내가 좋아하는 분이 믿는 것이라 해서 많은 사람이 믿는다고 해서 뇌화부동하여 무조건 믿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 관찰하여 그릇됨이 없고 진실하여 큰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믿고 따라야 합니다.

  자신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고 내생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교를 선택하기에 앞서 먼저 그 종교가 지향하는 목표를 살펴보아 뜻이 높고 훌륭하며 거룩하다고 생각되면 다음에는 그 종교를 믿고 신봉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는지를 관찰해야 합니다. 언행이 일치하고 진실하며 신뢰할만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믿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대중 앞에서는 마치 천사처럼 온화하고 선량하게 말하며 행동하지만 남의 이목이 없는 곳에서는 욕설하고 저주하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하고 살생하고 불륜을 범하는 등 탐욕심이 들끓고 금수와 다름없는 패륜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무리를 따라가면 절대로 안 됩니다.

  자전거의 뒷바퀴는 앞바퀴를 따르게 됩니다. 뒷바퀴가 아무리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해도 앞바퀴가 울퉁불퉁한 길로 가면 할 수 없이 울퉁불퉁한 길로 가게 되고 평탄한 길로 가면 평탄한 길로 가고 진흙탕속으로 들어가면 피하고 싶고 원하지 않아도 진흙탕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처럼 말과 행동이 다르고 그릇된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반드시 낭패를 당합니다.

  부자가 함께 목욕탕에 갔는데 어버지가 목욕탕안에 들어가서 '어, 시원하다!' 라고 말하자 어린 꼬맹이 아들은 아버지가 시원하다며 매우 기분이 좋은 표정이므로 아버지를 철썩 같이 믿던 순진한 아들은 시원할 것이라 믿고 탕에 덤벙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시원하기는 커녕 매우 뜨거우므로 깜짝 놀라 밖으로 기어나오며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네!' 라고 투덜거렸다 하지요. ^^

  단 한번 주어진 귀한 인생에서 실패를 줄이고 만족할 만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이 직접 이리저리 살펴보고 참으로 진실하여 믿을만하고 숭고하여 존중할만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올곧은 신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장래에 훌륭하고 값진 열매를 풍성하게 수확하면서 즐겁고 행복할 것입니다. 

 

 각우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글쓴이 : 빛속으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