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그리기 중에서

[스크랩] 부자 되는 법

빛속으로 2010. 8. 5. 16:24


 

 


2, * 부자 되는 법 *
                      

 이따금씩 만나는 친구 중에 규모는 작지만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성실하고 재능도 있어서 꽤 많은 돈도 모아 친구들 중에는 부자다. 그런데 그는 만나면 늘 재산에 대한 얘기를 했다. 어디에 땅이 있고 몇 평 짜리 아파트가 있으며 무슨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고 한다는 등 자신의 재산을 쭉 나열하고 나서 사업의 현황에 대해 브리핑 했다.

 처음에는 친구가 열심히 노력하여 많은 재산을 모았다고 기특(?)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자주 들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반복하여 말하니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만나자는 전화가 와도 적당하게 핑계를 대고 거절하는데 그래도 한 달에 두 번쯤은 만나는 편이었다.

 그 날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번 연락이 왔지만 자리를 피했는데 너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미안한 생각에 만나자고 한 장소에 나갔다.
 한쪽 방에 앉아서 술과 안주를 시켜 놓고 주인과 담소를 하고 있다가 나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한다,

" 부모 팔아 친구 산다는데 우리 자주 좀 만나자. 무어 그리 만나기 힘드노, "
 내가 잘 만나주지 않는 것에 대한 의례적인 말이다.

 일이 끝나고 황혼이 물들어 으스름할 무렵에는 피로도 풀 겸 한잔씩 걸치는 모양인데 몇 잔 마신 듯 얼굴이 불그레한 친구는 반갑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미처 자리를 잡고 앉기 바쁘게 술을 따라 권했다.
 그리고 사업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사업의 구상을 쭉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가 친구에게 물었다.
" 너, 내가 부자 되는 법 알려 줄까? "
 친구는 내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었다.
" 엉? 그래! 그래! "
 벽에 비스듬이 몸을 기대고 있었는데 내 말에 벌떡 일어나 몸을 똑바로 세워 앉으며 그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신비로운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가끔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좌석에서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거북할 정도로 화려하게 과대 포장하여 소개를 하곤 하여 여간 민망하지 않은 때가 있는데 별로 말이 없고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던 녀석이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하니 깜짝 놀라 좋아하며 그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 그럼 잘 들어야 돼. "
" 어, 그래, 어서 얘기 해봐. "

 친구는 오랜 가뭄에 비 소식을 기다린 듯 돈을 버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니 너무 좋아했다.  내 말을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흡수하려는 듯 집중했다. 그토록 원하는 갑부가 이미 되어 있는 듯 아니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지 난 그렇게 진지한 친구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

" 실직을 하여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당장 끼니를 이을 양식이 없어서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징징거리는데 수중에 돈 한푼 없어서 친척이나 누구에게 찾아가서 사정하여 돈을 빌리든가 아니면 거리에 나가 구걸하여 끼니를 해결해야할 형편이라면, 십만 원은 고사하고 라면 끓여먹을 몇 푼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지 않겠니? "

" 그렇겠지. "
 친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그렇게 하루 하루를 고달프고 어렵게 살아가던 중 다행히 이웃 분의 주선으로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그는 열심히 일했고 한 달이 되는 날 고대하던 월급을 받았는데 봉투 안에는 백만 원이 들어 있었어.
 꿈만 같은 백만 원이라는 거액을 받아들고는 하늘을 날듯 기뻐했지.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 식당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예쁜 옷도 사 입힐 수 있었는데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부자가 된 기분이었어.

 그는 열심히 일하면서 알뜰하게 돈을 모아 집도 장만하고 저축도 하며 재산이 점점 늘어 제법 경제적 여유도 생겼지. 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을 만나 지나온 이야기도 나누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며 어울려 술집을 들랑거리다 보니 쥐꼬리만한 한 달 용돈은 홀랑 날아가고 자신의 봉급이 어떤 사람의 하루 술값에 견줄 만큼 변변치 못함을 알게 되었어.

 끼니를 굶던 시절에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많은 재산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많은 것이 아니고 명함을 내밀수 없을 지경이라 가난뱅이처럼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졌어. 적어도 십억쯤은 있어야 어디 가서 행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십억쯤 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끼니를 때울 수 없을 만큼 가난했을 시절에 백만 원의 봉급을 받아들고 부자라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억대의 재산에도 불구하구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왜 그런 거냐? "

 " ,,,,,,,,,,,,,,,,,,,,? "

" 백만 원이란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니고 다만 백만 원일 따름인데 어려웠을 당시에는 자신의 처지에서 백만 원이란 많은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백만 원에 기뻐하며 부자가 될 수 있었고 훗날에는 억대가 넘는 재산이라도 다른 사람에 비하여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난하게 된 거지.

 설령 몇 십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곧 얼마를 지나지 않아서 그 돈이 부족하고 적다고 생각할 거야. 왜냐하면 세상에는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들과 비교하면 몇 십억 역시 적은 것이거든,

재벌이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벌려고 애쓰니 사실은 가난뱅이야.
 돈은 제가 많다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제 마음이 만족하지 못하기에 따라서 가난해지는데 그래서 세상에는 부자는 극히 드물고 가난한 사람들만 많지. "

" ,,,,,,,,,,,,, "

" 너는 집을 몇 채나 가지고 있고 사업도 날로 번창하니 친구들이나 누가 보더라도 넌 분명 부자야. 그런데 넌 돈이 부족한 사람처럼 항상 돈을 버는 얘기고 돈 버는 그 일에 몰두하고 있어.
 그러니 넌 실제적으론 가난한 사람이야.
 지금부터 내가 너를 부자로 만들어 줄 테니 잘 들어 봐. "

 이제부터 본론이라 생각한 그는 침을 꼴깍 삼키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눈은 반짝 반짝 빛났다.

" 나는 너와 비교가 안될 만큼 재산이 적은데도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너는 재산이 많은데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돈을 벌려하고 애를 쓰고 있어.
 부자와 빈자란 이처럼 생각의 차이야.

 너가 진정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생활에 부족함이 없음에도 자꾸 돈을 모으려는 욕망을 쉬고 현재에 만족할 줄 알아야 돼. 그리고 너보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작은 금액이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도와주어도 자랑하지 않고 남모르게 도와줄 수 있다면 넌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는 거야. "

 친구는 돈을 버는 기막힌 비법이 있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다만 생각을 바꾸어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하고 남을 도와주라는 그러면 돈으로 느낄수 없는 부자가 된다는 말의 마무리가 되기도 전에 어이없다는 듯 똑바로 세웠던 몸을 다시 원래대로 벽에 비스듬이 기대고 주인을 불러 술을 주문했다.

 얼마만큼 실망을 했는지 술을 가져온 주인 아주머니에게 잠시만 앉으라 하고는 술을 따라주며 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둘이서 뭐라며 얘기를 주고받는데 자주 들리는 단골집 안주인과의 스스럼없는 대화는 쉬지 않고 흘렀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나라의 재상이 찾아와서 재능을 아깝게 썩이지 말고 나라를 위해 중책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을 들은 선비는 손님이 떠나가기 무섭게 그 길로 곧 바로 강으로 달려가서 귀를 몇 번이고 씻고 또 씻고 하였다. 지나가던 그의 다정한 친구가 그 모양을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하여 무슨 일인데 귀를 씻고 또 씻고 자꾸 씻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있었던 재상이 찾아와서 관직을 맡아달라던 일을 이야기하자 그는 손으로 귀를 막고는 나귀를 타고 물을 건너려던 발길을 멈추고 친구가 귀를 씻고 있는 상류 쪽으로 나귀를 몰아 강을 건넜다.
 듣지 않았어야 할 몹쓸 말을 들은 귀를 씻은 물이 흘러서 나귀의 발에 묻는다고 하면서 위쪽으로 올라가서 물을 건넜다고 하는데,,

그런데 친구는 마치 못들을 말을 듣기라도 한 양 자신의 손님인 나는 본체만체하며 주인을 불러서 술을 권하며 어울려 큰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나의 얘기는 쉴새없이 퍼 마시는 술로 그의 기억에서 깨끗하게 씻긴 듯 했다.

 참으로 안된 일이다. 친구는 부자가 될 비법을 얻고도 오히려 비법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 가난의 길로 스스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이상하게도 친구로부터 연락이 끊겼다. 며칠이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던 사람이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좀 궁금한 생각도 들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만난지가 일년도 훨씬 지나 거의 2년이 되어 갈 즈음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며 얼굴 좀 보자고 만나자 했다.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가 반갑기도 하고 그 동안 어찌 지냈는지 궁금도 하여 약속을 하고 그가 기다리겠노라고 한 장소에 나갔다.
 친구는 길가의 작은 식당 한쪽 구석에 앉아 간단한 안주와 술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무척 반가워했다.

 나도 그를 본지가 오래라 만나니 반가웠다.
 친구는 창가에 앉아 있었고 오후의 햇빛이 들어와 비치었는데 밝은 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웬일인지 전보다 야위어 보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는 술을 잔에 철철 넘치도록 따라주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꺼내어 털어놓는다.

 그는 사업상 어떤 일에 휘말려 부도가 나서 재산을 몽땅 날리고 공장까지 차압당하였다 한다. 그래도 빚을 다 청산하지 못하여 빚쟁이들을 피하여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었다는데 자신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니 가족은 가족들대로 뿔뿔이 흩어져서 친척 댁에 의탁하여 생활을 해야하는 비참한 처지에 빠졌다고 했다.

 남부럽지 않은 부유하고 화려한 생활을 하다가 빚쟁이들에게 쫓겨다니며 끼니를 때우지 못해 배가 고파서 아는 사람이나 전에 사업상 친분 있는 분들에게 비밀스럽게 사정을 이야기하여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때로 굶으며 숲 속에서 밤을 지세우는 자신의 비참함에 몇 번이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숨어 도망 다니는 그런 생활도 더는 못할 것 같아서 자수를 하고 피땀 흘려서 모은 전 재산을 모두 처분해서 빚을 갚았어, 그래도 부족해서 아직도 빚이 많이 남아 있는데 나머진 살면서 벌어 갚겠다고 채권자들과 약속했어.

 이제 공장이 가동되고 생활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는데 친구들 중에서 너가 제일  먼저 생각나서 전화를 했지."

 한동안 보이지 않던 친구는 그동안 유치장에 있어도 봤고 먹을 것이 없어 굶기도 하였으며 도망 다니면서 남의 집 처마 밑이나 숲 속에서 웅크려 잠을 자고 눈물로 꼬박 밤을 지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유치장에서 있었던 무용담을 비롯한 에피소드도 들려주며 이제 감방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어 예전의 몸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진 거라며 밝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전에 나는 너를 참 이상한 놈이라 생각했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동창모임에도 나오지 않지, 그렇다구 돈을 버는 것에 뜻이 있는 것두 아닌 그렇게 사는 널 보고 참 이상한 놈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이번 큰 일을 당하면서 너가 한 말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어,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며 없다가도 있는 것이니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과 돈에 초연한 듯 사는 너의 생활 하나 하나가 몇 번이나 죽으려고 한 나를 붙들어 준 것 같애. 너가 한 말들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널 많이 생각했지. "

 이상하게 생각되던 나의 말과 행동이 절망과 고통으로 몇 번이나 죽으려고 한 자신을 붙잡아주었다며 반복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겪었던 어려운 일 가운데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특히 대학에 진학할 즈음의 아들과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시기의 딸이 받았을 충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울먹울먹 했다. 금방이라도 소리내어 울음을 터트릴 듯 눈물을 꾹 참으며 핑 도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말을 잇지 못하는 친구를 보니 가슴이 미었다.

" 난, 이번 일이 꼭 나쁜 일 이였다고 만은 생각 안 해. 그동안 난 많은 걸 생각하고 배웠어.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가고 나중에 더 큰 과오를 저지를지도 모를 것을 이번 사건으로 반성하고 깨닫게 되었어. "

 사각의 테이블 위에 소주를 놓고 마주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식당에서 나올 때는 해가 서산을 넘은 지가 오래라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 둘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잘 보라며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에 손으로 선을 길게 그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물었다.
" 내가 지금 허공을 손으로 그었는데 허공에 자취가 남아 있냐? "
" 없어. "
" 모든 것은 이와 같은 거야. 그러니 풍족하게 살던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여 현재 생활에 불만을 품고 괴롭게 생각하지 말고 다 잊고 이제 막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그리고 힘차고 밝게 살어,"
하고 말하니 친구는 나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 응 그래, 우리 친구하자, 그냥 말로만 친구말고 다정한 친구 하자. "

 친구 이상의 다정하고 절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며 내 손을 잡은 친구의 손을 힘주어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자고 대답하니 천진스런 아이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한다.
 친구의 두 눈은 하늘의 별처럼 영롱하게 반짝였다.
 돈에 속아서 돈을 희롱하며 돈 속에 묻혀 아우성 지르던 때보다 돈도 없고 집도 없지만 진실하고 아주 평화로운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처럼,,,

 

        우주 그리기 중에서,,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글쓴이 : 빛속으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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