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그리기 중에서

[스크랩] 사랑의 유감

빛속으로 2011. 9. 23. 16:20

 

 

 

  사랑의 유감

 

 

  부모는 자식을 매우 사랑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내 아이가 잘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노심초사 걱정을 합니다. 사회에 자랑스런 일원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열심히 공부하라 격려하고 책망도 하며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여주고 보약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부모는 무엇보다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므로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싸워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피가 나기라도 하면 쌍심지를 돋우고 화를 내며 상대 아이에게 눈을 흘기고 분노합니다. 그것이 지나쳐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불목하며 지내기도 합니다만, 애들이란 다투고 싸우면서 크는 거라 생각하면 크게 상심할 것 없는데 지나치게 애착하면 아이 때문에 속상해하고 미워하며 증오하니 바늘에 실이 따르듯 사랑에는 걱정과 고통과 분노가 따릅니다.

  나는 어느 날 티브이에서 애완용 동물을 기르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징그러워 피하는 커다란 뱀을 사랑스럽게 끌어 앉고 식구처럼 한 방에서 살고 어느 분은 무시무시한 악어를 자식처럼 애지중지 귀여워하며 키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사랑하는 뱀에게, 악어에게, 수달에게, 살아 있는 쥐를 넣어주고 물고기를 먹이로 던져주는 것을 보면서 사랑이란 얼마나 주관적이며 편파적이고 이기적인가를 느꼈습니다.

  물고기는 악어와 수달을 피해다니다가 이윽고 먹이가 되고 공포에 떨며 쫓기다가 뱀의 먹이가 되는 생쥐가 애처롭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 쥐가 얼마나 공포로 떨고 있는지 물고기는 얼마나 두려워하며 그를 원망할지 전혀 개의치 않고 뱀과 악어에게 애정을 쏟는 것을 목격하며 사랑의 이면은 고통과 미움과 증오임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라! 더욱 사랑하며 살라! 사랑이 모든 슬픔과 고통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사랑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그것은 바르고 옳은 관찰이 아닙니다. 많이,, 아주 간절하게 사랑한다면서 그대 없인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만인 앞에서 한눈 팔지 않고 평생을 절절히 사랑하며 살겠다고 언약하고는 요즘 며칠도 안 되어 신혼길에서 다투고 욕하며 헤어져서 서로 저주하고 원망합니다.

  이처럼 사랑은 변합니다. 손바닥을 뒤집듯이 미움과 증오로 변하는데 미움과 증오로 언제 변할지 모르는 사랑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가치보다는 오히려 자애로운 마음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훌륭하며 거룩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 이 말을 듣고 사랑을 신봉하는 사람의 마음에 사랑은 어디로 가고 가슴에 분노가 치솟아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며 사랑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핏대를 세울지 모릅니다.

  태양은 빛을 비추어 주되 미운 사람, 예쁜 사람, 착한 사람, 악한 사람, 어린이, 젊은이, 노인, 흑인, 백인, 황인을 가려서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고 평등하게 비춰줍니다. 오늘처럼 몹시 추운 날도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비춰줍니다. 태양이 온누리에 광명을 고루 비춰어주듯 사사로운 감정 없이 진심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자애로움에는 슬픔도 미움도 없고 분노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랑에는 집착심이 있어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열렬히 사랑하던 마음이 미움으로 변하고 증오로 변하는데 그러나 자애로움에는 태양처럼 댓가를 바라지 않으므로 슬픔과 미움과 분노가 일지 않습니다.

  내 가족이나 가깝고 친밀한 사람을 구별하여 더 애정을 갖는 감정이 사랑이라면 내 가족이나 가깝고 친밀한 사람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것 개미나 지렁이 같은 미물들까지 가엽시 여기고 연민하며 보살피는 세상의 어버이와 같은 마음이 자애입니다.  

  그런 까닭에 사랑보다 자애가 더 거룩하고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러므로 <사랑하라>는 말보다 <자애로워라>하는 말이 더 널리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미움과 증오가 세상에서 그 크기 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마음에 따뜻하고 포근한 자애로움으로 수놓으며 이 세상 모든 느낌과 생각이 있는 존재는 근심 걱정 슬픔 고통 불안 절망을 떠나서 이 순간 생애의 첫날처럼 순수하게 기쁘고 마지막 날처럼 지극히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글 /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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