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고설반야바라밀다주즉설주왈-1)

빛속으로 2008. 7. 27. 12:26

 

 

2007년 3월 2일

 

 

어제는 두 분의 스님을 만났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였는데 우리 집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므로 나가보니 한 스님이 불사를 나왔다고 했다.

멀리에서 예까지 불사를 나왔다 하는 스님에게 차를 대접하며 불사가 잘 되느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잘 안 되요."

하고 대답했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다들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이곳에 있는 절들도 어려운 걸로 압니다만 서민들 삶이 어려운데 어찌 절 살림이 풍족하기를 바라겠어요. 요즘처럼 어려울 땐 불사를 다니지 말고 좀 넉넉해지면 그때 다니면 어떻겠어요?"

"그래도 살 만한 절은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스님에게, 

"불사란 복을 짓는 좋은 의미도 있지요. 그러나 무리를 하면 욕심이며 업이 되어서 내생에 갚을 빚입니다. 그보다 수행을 잘하면 선신이 보호해주므로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으니 수행에 더 정진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그는 내 말에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고 일어나서 다시 불사하기를 권했다. 

난 탁발다니는 스님들에게 대하듯이 약소한 금액을 바루에 담아주었는데 못마땅한 것인지 인사도 없이 찬바람이 일듯 쌩하니 옆 집을 향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중을 믿지 말라던 성철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고혈을 짜내듯 불사를 받아서 대궐 같은 커다란 법당을 지었다 해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저녁에 설봉이라는 스님을 불교방송에서 만났다.

그는 법당에 사람들을 앉혀 놓고, 

"우리 절이 제일이고 우리 절 부처님이 아주 용하다고 사람들을 끌어오지요. 그 말을 좇아서 절에 다니면서 소원이 이루어지나 하고 유심히 관찰하다가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기도 별 것도 아니네 하고 돌아서지요."

라고 말하며 불교를 이렇게 선전하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의 행동이 바르고, 그 사람의 말이 정답고, 그 사람의 눈빛이 맑아서 헤엄이라도 치고 싶을 만큼 좋아서, 그래서 따라간 곳이 절이고, 절에 가서 평안하게 있다가 돌아간다면 아무런 신통이 없어도 그것으로 이미 보답을 받은 것이며, 이렇게 불교를 배운 사람은 다시는 불교를 떠나가지 않아요. 

또 자녀에게도 많은 걸 바라지 말고 부처님의 말씀이나 스님 법문에서 좋은 구절을 종이에 적어서 아들에게 건너주면 아이가 읽어보고,

'어, 엄마가 변했네!'

웬일인가 하고 신기해서 추적하여 절을 스스로 찾아갑니다."

라고 말하며,

"법문을 하려면 이처럼 웅장한 법당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절만 법당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고 이 세상을 큰 법당으로 생각해야 되요."

커다랗게 절만 지르려 생각하지 말고 이 세상을 그대로 큰 법당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하니 난 그말을 들으며 어찌 저리 고운 말을 할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낮에 찾아온 사람과 너무나 대조가 되는 말을 들으며 옆에 있었더라면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_^

 

 

             覺牛 윤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