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능제일체고진실불허-2)

빛속으로 2008. 7. 19. 12:04

 

 

 

 

2007년 2월 28일

 

정오가 가까워 오는 무렵의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이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용모의 여인이 몇 분과 함께 찾아와서 공손히 인사를 하고 여호와 말씀을 전해주려 왔다고 했다.

나는 불자라면서 정중히 사양을 했는데 여인은 잠시만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했다.

가을의 여인처럼 나풀거리는 옷을 단정하게 입은 그녀는 내가 사양함에도 잠시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를 거듭 청했다.

나는 여인의 간청에 자리에 앉기를 허락했다.

그녀는 나의 허락에 매우 고맙다고 정중하게 목례를 한 후 얌전하게 의자에 앉아서 말했다.

"부처님도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서 죽었고, 예수님도 인간으로 와서 죽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죽지 않습니다."

여인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몸은 고정불변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으며 형상은 찰라로 변하여 무상(無常)하므로 몸에 애착하지 말고 불멸의 자성(自性)을 찾으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여인이 다시 말했다.

"집이나 가구나 물건은 모두 사람이 만들지요. 그러나 산, 바다, 하늘, 땅, 별은 사람이 만들 수 없으며 그것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여호와가 이 세상을 만드는 걸 집접 보셨습니까?"

그녀는 내 말에 잠시 당황하더니 그러한 내용이 성경의 어디에 써 있다고 말하면서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펼치려 했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잠시 멈추게 하고 물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책이 있는지 아십니까?" 

"매우 많지요."

여인은 내 물음에 의아해하게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책들이 있지요. 성경도 그렇게 많은 책들 가운데 한 권입니다,

책에는 많은 학설과 각기 다른 주장이 있는데 만약 성경의 말처럼 이 세상을 여호와가 만들고 그가 재앙을 주기도 하고 소원을 이루어 주며 일체를 주관한다고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건 생각이 만든 환상이며 실제론 그렇게 할 수가 없지요."

그러자 여인은 내 말에 질색을 하면서 눈을 둥글게 뜨고 말했다.

"아니 하나님이 아니면 누가 사람들에게 복을 주고 재앙을 주겠어요!"

여인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내가 대답했다.

"복과 재앙을 신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무렇게나 멋대로 나눠 주어서 재수 좋은 사람은 복을 받고 재수가 나쁜 사람은 재앙을 받는 게 아닙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 것이고, 악한 짓을 하면 재앙을 받게 되지요. 그것은 마치 콩을 심으면 콩이 나오고 감자를 심으면 감자를 수확하며 추녀 끝에서 물방울이 골을 따라서 떨어지는 것과 같이 인과는 조금도 착오가 없지요."

내 말에 여인은 할 말을 잃고 침묵했는데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함께 온 일행은 그녀를 이끌고 우르르 썰물처럼 떠나갔다,,, 

 

 

        覺牛 윤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