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시대명주-2)

빛속으로 2008. 6. 29. 12:02

 

 

 

 

2007년 2월 23일

 

 

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녹차 잔을 탁자 위에 두고 우울한 표정으로 묵묵히 않아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부처님께서는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지 말라고 했지요?

"그렇지요.,,"

"그런데 살다보면 그게 잘 안 되요. 왜 사람들이 장사를 하면서 이익을 내게 되잖아요."

"장사에 이윤을 남기는 건 당연하지요. 물건을 본전에 구입해서 본전에 팔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라 일반적 이윤보다 많은 이익을 말하는 겁니다."

그는 요즘 이곳으로 이사와서 나와 만나 대화를 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알게 되고 불교에 관한 책을 읽으며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추구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불교의 가르침을 알기 전에는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며 많은 이익은 언제나 기분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큰 이윤을 얻은 것이 마치 상대를 속인 것처럼 느껴져서 고민이 되고 괴로우니 차라리 불법을 배우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슬프게 말했다.

불법을 말해준 나를 원망하듯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친구의 난감한 말을 듣고 잠시 침묵 후에,

"여기에 뜨거운 난로가 있습니다. 뜨거운 난로 곁에는 두 사람이 앉아있는데 한 사람은 난로가 뜨겁다는 것을 잘 알고 한 사람은 난로가 뜨거운지를 모르지요. 그런데 만약 이 두 사람이 동시에 난로를 만졌을 때 누가 더 많이 데이겠습니까?"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야 난로가 뜨거운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겠어요. 난로가 뜨거운 줄 아는 사람은 난로를 만져야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매우 조심할 것이지만 그러나 난로가 뜨거운 줄 모르는 사람은 덥석 난로를 만지므로 깊은 화상을 입고 오래오래 고생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거짓말이 나쁜 줄 모르는 사람은 마음껏 거짓말하고 속이므로 그의 죄는 무량하여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며, 거짓말과 도둑질이 나쁜 줄 알고 그로 인하여 죄를 받는 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매우 조심할 것이니 죄의 크기도 작아서 고통도 미미할 것입니다.

그러니 불법을 배운 것이 나쁘다고 할 수가 있겠어요. 오히려 감사하며 고맙게 생각하고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두웠던 친구의 얼굴이 차츰 밝아지며 말을 꺼냈다. 

"오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병이 깊어 곧 나을 기미가 없었지만 그 분을 위로하려고 곧 나을 거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나오면서 곧 후회를 했지요. 지금도 죄가 많아서 고생을 하는데 또 쓸데없는 거짓말로 죄를 지었다고 자책을 했는데 그것도 죄가 되나요?"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은 상대를 속여서 손해나 피해를 주지 말라는 것이지 상대를 배려하고 위로하기 위한 거라면 그것을 어찌 죄라고 비난하겠습니까."

친구는 내 말에 동의하며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서 길을 나섰다.

몇 년 전 어느 날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