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고지반야바라밀다시대신주-1)

빛속으로 2008. 6. 17. 12:23

 

 

 

2007년 2월 20일

 

 * ^_^ *

 

태어남이

          없고

늙지

       않으며

병들지

         않고

죽음도

       없나니

본래의

  고향이라네

 

이 글을 붓으로 써서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놓았다.

나는 전문적으로 서예를 배운 적이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고작이라 글쓰는 솜씨는 영 엉망인데 그래도 내 손으로 정성스럽게 먹을 갈아서 붓에 먹을 묻혀서 나비가 춤을 추듯 지렁이가 기어가듯 글을 써서 벽에 걸어놓았다. 

우리집에 오가는 사람들 중에는 이 글을 읽어보고 어떤 분은 깨침의 참 좋은 글이라며 누가 썼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난 빙그레 웃는다.

또 어떤 분은 이 글을 읽고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어떤 분은 글에 관심이 전혀 없는듯 무심하게 지나치기도 했다,

서예를 오래 한 분은 글씨체에 대하여 이렇쿵 저렇쿵 평하기도 하는데 오늘 찾아온 분은 이 글을 조용히 읽더니 눈살을 찌프리며 이따위 말이 어딨냐고 도깨비 방귀처럼 생각했다. 누가 이런 글을 썼느냐며 글을 쓴 사람에게 버럭 화를 내므로 난 할 말이 없어서 빙그레 웃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자로 재어서 이것은 크다 하고 저것은 적다 하고 옳다 그르다 하기도 하며 좋아하고 미워하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 측량하여 제각각 평가하여 옳다고 주장한다.

마음 안에 자가 사라지는 날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