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의반야바라밀다고득아뇩다라삼막삼보리-1)

빛속으로 2008. 6. 5. 12:32

 

 

 

2007년 2월 15일

 

엇저녁부터 불기 시작한 폭우를 동반한 강풍으로 축대가 무너지고 벽에 금이 가고 서해안에는 큰 파도가 배를 덮쳐서 선원이 실종되었다는 안타까운 방송보도다.

신혼 초에 창고를 개조한 허름한 집에서 살았다. 그런데 어느 겨울 바람이 몹시도 불던 날 한밤중에 스레트 지붕이 훌렁 벗겨졌다. 밤중에 지붕이 벗겨져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들오들들 떨며 웅크리고 밤을 지세우던 사건이 떠오른다.

그런 기억이 남아있어서 인지 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날이면 혹 무엇이 날아가지나 않으려나 하는 걱정이 자연스레 찾아온다.

지붕이 바람에 날아간 일은 빛 바랜 추억임에도 그 때의 기억이 슬그머니 떠올라서 휭-휭- 소리를 지르며 바람이 부는 날이면 무엇이 날아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밤 늦게까지 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므로 간판이나 조립식 건물이 날아가지 않을지 걱정도 하며 잠에 들었다.

잠에 들어 꿈을 꾸는데 우락부락하게 생긴 덩치 큰 녀석이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툭툭 치면서 괴롭혔다. 사람들은 그를 꺼리며 슬금슬금 피하는데도 짖굳게 다가가서 괜히 시비를 걸고 툭툭 쳤다.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던 그가 어느 날 산비탈을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어디로 가는지 가만히 지켜 보았는데 그가 점점 작아지며 조그만 개미로 변했다.

개미로 변한 그가 풀잎으로 기어올라가는 것을 보며 사람으로 있을 때 못된 짓을 미워하면서 내가 입으로 훅 불었다. 입김으로 훅 하고 부니 개미는 풀잎에서 붕~ 날아가 땅바닥에 뚝 떨어졌다.

심술통이 가득하던 사람이 변한 개미는 비가 와서 물이 질퍽한 웅덩이에 떨어져서 덤벙거리며 헤엄을 쳐서 겨우 뭍으로 빠져나왔다.

발로 밟으면 녀석이 죽을 것 같아서 차마 밟지는 못하고 다시금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폭풍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그 녀석은 얼금엉금 기어서 여러 개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많은 개미들과 함께 섞여 있으므로 내가 입으로 바람을 일으키면 다른 개미들도 함께 날아갈 상황이라 죄없는 다른 개미들이 염려되어 바람을 부는 것을 그만 두었다.

한 번 더 혼을 내주고도 싶었지만 그와 상관 없는 다른 개미들이 괴로움을 당할 것 같아서 혼내 주려던 생각을 접고 발길을 돌렸다.

그 때 꿈에서 깨어났다.

새벽이 가까워 오는데 아직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서 생각했다.

개미로 변한 사람이 그가 만든 나쁜 업을 피할 수 없듯이 내가 받아야할 인과라면 피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을 테니 윙윙 우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바람아! 네 마음대로 불어라.' 하며 포근히 감싸안으니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돌풍 속에서도 아늑한 잠에 들수 있었다. 

죄가 없다면 총알도 피해 간다고 한다. 

앞으로 나의 행동에 허물이 없는지 더욱 세심히 살펴야겠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곧 꿈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