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시대명주-1)

빛속으로 2008. 6. 25. 12:02

 

 

 

2007년 2월 22일

 

나흘 전 세배를 드리고 왔는데 장모님은 딸에게 무슨 할 말이 있으신지, 귀가 어두어서 직접 통화를 할 수가 없으므로 동네 분께 부탁해서 집에 왔다 가라는 전화를 아내가 받았다.

전화를 받고 아내는 자전거를 타고 친정 집엘 다녀왔다.

다녀와서 하는 말이 외지에 나가 있는 손주가 담배를 사가지고 왔는데 사위에게 주라고 그래서 오라 했다는 것이다.

사위는 담배를 안 피운다고 해도 각자의 몫이라며 끝내 주겠다고 고집이시라 무명보살은 나중에 오빠에게 주어야겠다며 할 수 없이 담배를 들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올 여름을 못 넘길 것같다고 말하더라며 연속극을 보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리는 울보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장모님의 연세가 금년에 96세니 장수하는 편이다. 귀가 좀 어두워서 그렇지 정정하시던데 이제는 점점 힘이 없어서 올 여름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하더라면서 꾸민 이야기에도 눈물을 줄줄 흘리는 무명보살은 슬픔이 솟는 탓인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누구나 모두 다 죽는다고 했다.

안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다며 다만 사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게 살다가 편안하게 떠나는 게 제일이라고 위로하니 보살의 그늘이 조금 밝아지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한다.

자기의 성품은 불생불멸인데 그것을 몰라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한다. 

본래의 나는 죽는 것이 아니므로 몸에 병들고 낡아서 쓰지 못할 것 같다면 헌 옷을 버리듯 버리고 다시 태어나고 싶으면 모태에 들어서 태어나면 된다고 말하니 무명보살은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살며시 고개를 젖는다.

안 태어나겠다는 아내의 말에 태어나지 않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며 태어나지 않으려면 수행을 열심히 해서 허공처럼 무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늦은 밤에 일러주었다.

 

 

시대명주(是大明呪)의 뜻은 크게 밝은 주문이라는 말이다.

어둠이 없기에 밝으며, 번뇌가 없기에 밝으며, 걱정이 없기에 밝으며, 슬픔이 없기에 밝으며, 고통이 없기에 밝으며, 두려움이 없기에 밝으며, 병이 없기에 밝으며, 늙지 않기에 밝으며, 죽음이 없기에 밝으니, 태양이 비추듯 마음에 대명주를 품어서 항상 찬란하게 빛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