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원리전도몽상-1)

빛속으로 2008. 5. 14. 12:58

 

 

 

2007년 2월 9일

 

누구나 죽음을 싫어해서 더 오래 살려고 보약을 먹고 몸에 좋다하는 것은 어디든 달려가서 먹는다. 굼뱅이가 몸에 좋다고 하니까 초가지붕의 �은 짚속을 뒤져서 징그러워도 꿀꺽 꿀꺽 잘도 씹어 먹으니 하나 둘 초가지붕이 다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나의 몸을 보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 몸의 죽음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하거나 더 오래 오래 살려고 애쓰지 않는다.

개똥밭에서 딩굴며 천박하게 살아도 저승보다 이승이 좋다는 말은 내게는 군말일 뿐이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이승과 저승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한가롭게 산다.

몸은 보물이 아니라 보물을 담고 있는 단지다. 그러므로 단지에 애착할 것이 없으며 오래 되어서 낡아 부셔질듯 바삭거리고 수리해도 곧 깨질 것 같다면 낡은 헌옷을 버리듯이 버릴 거다.

보물을 담은 단지보다는 보물이 더 소중한 것이니 보물인 마음이 어리석음과 탐욕에 젖지 않는지, 분노에 타고 있지 않는지를 더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단지에 담기면 증오와 고통과 공포와 불안과 절망이 깃드는 것이니 삿된 것이 담기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서 살피며 돌보아야 한다.

몸이란 진수성찬으로 대접하고 보석 옷을 입히며 포근한 침대 위에서 원앙금침으로 재우고, 병이 나면 노심초사 애써도 100년을 채 못가서 죽는다.

알뜰하게 정성으로 보살핀 공도 없이 한번 깨진 단지는 붙잡고 애원하고 통곡해도 쳐다보지도 않는 야박하고 인정머리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굶지나 않게 먹여주고 헐벗지 않도록 입혀주고 재워주면 충분하다.

그대신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인 마음을 잘 가꾸고 돌보아야 한다. 마음은 이승이든 저승이든 군말 없이 함께 하며 좋고 나쁜 길을 만드니 당연히 정성스럽게 돌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