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의반야바라밀다고심무가애-4)

빛속으로 2008. 5. 2. 13:28

 

    

 

 

2007년 2월 6일

 

대중 가운데 있던 사리자는 방이 비어서 앉을 의자도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에 앉을 것인가 하고 맘속으로 염려하니 유마거사가 말했다.

"사리자님은 법을 구하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까? 아니면 의자를 구하기 위하여 왔습니까?"

"물론 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법을 구하는 것은 목숨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법을 구함에 색수상행식으로는 구할 수 없고, 고통을 보는 것으로도 구하지 않으며, 번뇌를 끊는 것으로도 구하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으로도 구하지 않으며, 법은 고요하고 적멸하여 번뇌를 끊으려는 마음이 없고 도를 이루려는 마음도 없습니다. 형상이나 분별로 구할 수 없고 온갖 법을 구할 것이 없어야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수미등부처님 처소에서 세상에서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3만2천 개의 사좌좌를 가져와서 방에 들여 놓았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많은 의자가 방안에 놓여도 방은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으나 또한 복잡하지도 않았다.

대중에게 앉으라 권하니 의자가 높아서 보살을 제외한 큰 제자들과 성문 연각은 앉지를 못하였는데, 수미등 부처님께 예배한 후에야 높고 장엄한 의자에 올라 앉을 수 있었다.

수많은 커다란 사자좌가 들어와도 방이 늘어나지 않고 다 들어가므로 사리불이 놀라워 하자,

"불가사의한 해탈에 이른 보살은 수미산을 겨자씨 안에 넣어도 커지거나 작아지지 않으며 천인도 자신의 몸이 작아졌는지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라고 유마거사가  말했다.

사리자는 거사의 말을 듣고, 마치 소경 앞에다 아름다운 물건을 놓아도 알지를 못하는 것과 같다고 찬탄했다.

이때 유마거사의 처소에 사는 천녀가 나타나서 공중에 꽃을 뿌리니 보살들을 제외한 대중의 몸에 꽃이 붙어서 떼어내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사리자가 꽃을 떼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 천녀가 말했다.

"사리자님은 꽃을 왜 떼려 하십니까?"

"법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꽃은 법답지 못함이 없거늘 스스로 분별하여 법답지 않다고 하시는군요. 분별함이 없으면 보살님들처럼 꽃이 붙지 않건만 분별하므로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므로 사리자가 듣고 분별을 하지 않으니 꽃은 몸에서 저절로 떨어졌다.

"음욕과 성냄과 무명을 여윈 것을 해탈이라고 말하나 그것은 하근기 중생을 위한 방편이며 음욕 성냄 무명의 성품이 본래 해탈입니다."

라고 천녀가 사리자에게 말했다.

사리자는 지혜가 높은 천녀가 왜 여자의 몸을 바꾸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여 물으니 천녀는 12년을 이곳에 있었으나 여자의 모양을 찾지 못했다며 신통으로 사리자의 몸을 여자의 몸으로 만들어서 물었다.

"사리자님은 왜 여자의 몸을 바꾸지 않습니까?"

"내가 왜 여인의 몸으로 되었는지를 모르겠다."  

"남자나 여자가 본래 남자가 아니고 여인의 몸이 아니며 요술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천녀는 사리자의 몸을 본래대로 남자의 몸으로 돌려놓았다. 

유마거사는 사리자에게 천녀는 신통이 자재하며 무생의 법인을 얻었으나 원력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라 말하고, 대중에게 둘이 아닌 불이문(不二門)에 대하여 물었다.

그러자 보살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생과 사가 없는 것입니다."

"나와 남이 없는 것입니다."

"선과 악을 분별하지 않음 입니다."

"번뇌와 해탈이 같으며 윤회와 열반이 다르지 않는 것입니다."

"색과 공이 다르지 않는 것이 불이의 법입니다."

한 사람씩 견해을 말하고 잠자코 있는 문수보살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대들의 말은 모두 옳으나 아직 들어간다는 잔상이 남아 있습니다. 말로는 할 수 없고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생각 이전의 자리가 불이의 법입니다."

라 말하고 잠자코 있는 유마거사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유마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묵묵부답이었다.

묵묵히 침묵하는 유마거사를 보고 문수보살은 문자도 없고 말도 없고 마음의 움직임도 없는 훌륭한 법문이라고 찬탄했다. 이것이 하늘과 같은 유마의 침묵이다. 

유마거사는 공양 때가 되자 향적 부처님의 처소에서 향기가 나는 보배로운 음식을 가져와서 대중과 함께 공양을 마치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찾아가서 예배를 올리고 부사의한 해탈법문을 청하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