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의반야바라밀다고심무가애-3)

빛속으로 2008. 4. 28. 12:57

 

 

2007년 2월 5일

 

부처님은 지세보살에게 유마의 병문안을 가라고 했다.

"어느 날 고요한 방에  앉아있는데 마왕이 일만이천의 권속을 데리고 제석천왕으로 변장하고 와서 제 발 아래 예배하고 법을 청하여 들었습니다. 그리고 고마움의 답례로 천녀들을 저의 시녀로 주겠다며 받아달라고 하여 놀라며 그것은 법다운 것이 아니라고 거절하는데, 그때 유마거사가 와서 말하기를, 이들은 마왕의 권속이 변장한 것으로 저를 골려주려고 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마왕에게 지세보살에게 주려고 한 천녀들을 대신 받겠다고 했습니다.

마왕은 유마가 두려워서 도망가려고 했는데 그러나 그의 법력에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유마거사는 마왕의 천녀들에게 법문 듣기를 좋아하고, 보시를 좋아하며, 오음 여위기를 즐기며, 사대(몸을 구성하는 지수화풍)를 독사처럼 생각하기를 즐기며, 번뇌를 끊고 지혜 닦기를 즐기며, 불국토가 청정한 것을 즐기라 했습니다. 그 말에 천녀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막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부처님은 장자의 아들 선덕에게 가라 했는데,

"제가 스님과 바라문과 걸인과 고아들에게 일주일 동안 공양을 하였습니다. 그때 유마거사가 와서 보시회는 법보시를 해야지 재물보시를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법보시냐고 물으니 자비스런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연민의 마음을 가지며, 중생의 번뇌를 풀어주기 위한 보살의 마음을 일으키며, 미천하고 가난한 사람도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 같이 평등한 마음으로 보시하며, 큰자비심으로 과보를 구하지 않는다면 원만한 법보시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유마거사의 병문안을 꺼리므로 부처님이 문수보살에게 이르니,

"그 분은 법의 이치를 깊이 통달하고 법문이 뛰어나며 지혜에 걸림이 없으며 뭇 마구니를 항복받고 신통이 자재하며 지혜와 방편이 부처님의 비밀스런 문에 들어 있어서 병문안을 가기에 부족하오나 삼가 뜻을 받들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므로 대중들은 뛰어난 두 분이 대화를 나누면 반드시 묘한 법문을 들을 것이라 생각하여 많은 보살들과 하늘 사람들이 따라 나섰다.

유마거사는 그들이 오는 줄 이미 알고 시종과 가구를 다 치우고 빈 방에 침상 하나만 남겨놓고 문수보살 일행을 맞으면서 말했다.

"문수사리여, 오지 않는 것으로 오고 보지 않는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오지 않은 것으로 오고 보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거사님의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병환은 어떠하며, 무슨 연유로 병이 났는지,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습니까?"

"무명으로부터 애착이 생겨서 병이 났으며, 일체 중생이 병이 들었으므로 나도 병이 들었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나의 병도 낫습니다.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에 들어가며 생사가 있으면 병이 생기는 것인 즉 아들이 병에 들면 부모가 아프고 자식의 병이 나으면 부모의 병도 낫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방이 왜 비었습니까?"

"부처님의 국토가 비었기 때문에 비었으며, 비었다는 것은 공하기 때문이며, 공은 분별이 없는 것으로 분별도 공합니다."

"병의 모양은 어떠하고, 어떻게 병을 조복 받아야 합니까?"

"내 병은 형상이 없으므로 볼 수가 없으며 중생의 병이 사대(地水火風)를 쫓아서 일어나듯이 나의 병도 그와 같습니다. 나의 병은 지난 세상의 허망한 생각과 번뇌로 부터 생긴 것이며 진실한 것이 아닙니다. 지수화풍 사대가 화합한 것이 몸이며 사대가 본래 주인이 없거늘 이 몸도 나라고 할 것이 없으니 병을 나라고 고집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라는 생각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여위면 법도 공하고 병도 공하며 공하다는 생각도 공하니 열반을 탐하지 않고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