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이무소득고보리살타-2)

빛속으로 2008. 4. 10. 12:16

 

 

 

 

 

 

 

 

 

 

 

 

 

 

 

 

 

 

2007년 2월 1일

 

문을 열고 찾아온 젊은 여인이 복조리를 사라고 했다. 복조리를 사주면 하는 일이 잘 되며 뜻하는 걸 모두 이루고 복을 많이 받을 거라고 했다.

이익금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쓴다며 도와 달라고 손짓 몸짓 섞어서 재롱을 떨듯 재미있게 얘기하며 거듭 간절히 부탁하므로, 얼마냐고 물으니 원가는 6천2백원인데 조금 더 얻어주면 된다 했다.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내어 건네주니 아가씨(?)는 고맙다고 환하게 예쁜 미소를 지며 복조리와 로또복권 한장을 덤으로 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공손히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방으로 가져와서 복주머니에 든 내용물을 꺼내보니 오색의 작은 복조리가 앙증맞고 예쁘다.

어찌할까 망설이다 무명보살에게 주기로 했다. 언젠가 찾아온 손님들과 얘기하며 손님이 털어�는 고달픈 인생살이에 보살은 모든 걸 포기하구 산다구 상대를 위로하듯 말했는데 난 그 말을 들으며 놀랐다.

아내의 말에 나도 포기하구 산다면서 맞장구를 치듯 말했는데 생일이나 명절이나 기념할 만한 날도 무심하고 아무 선물도 없으니 아내는 스스로 기대를 포기한 모양인데 나도 탐욕심이나 번거로운 것들을 내려놓고 그럭저럭 산다. 서로 포기하고 잘도 산다.

복조리를 사주면 손님도 좋아하고, 선물이라고 주면 무명보살도 좋아할테니 일거양득이라 흐뭇하게 생각하며 복조리를 화장대 옆에 놓았다. 외출에서 돌아온 보살은 새로운 물건을 보고 호기심으로 무엇이냐고 물어서 선물이라고 했다.

"왜 샀어요? 얼마주고 샀어요?"

선물에는 가격이 없다고 점잖게 말했는데 아내는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만원은 준 것 같다고 쪽집게처럼 말했다.

복조리에 담긴 로또 복권을 집어들고 2월 3일 토요일에 추첨한다며 백만원쯤 당첨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며 웃는다. 가끔 로또복권에 1등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기사에 보살은 솔깃하며 관심을 가지는데 복권 1등에 당첨된 그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다며 과욕은 부리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아내는 스스로 복권을 산 적은 드물지만 이번 토요일 오후를 은근히 기다릴 거다. 

아내는 두리번거리다 복조리를 벽에 걸어 놓는데 잊으면 할 수 없지만 선물을 한번도 안주었다는 말은 못할 거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