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6일
한가로운 날 오후에 찾아온 무오거사가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가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중병으로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를 찾아 가지요. 그런데 환자를 찾아가는 도중에 병원의 복도에서 암이라든가 중병에 든 사람과 몸이 스치면 그 순간 내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 병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껴요.
기가 빠져 나가면 힘이 쭉 빠져서 부탁받은 분을 치료해 주어야 하는데 지장이 많지요. 그래서 치료를 부탁 받고 병원에 갈 때에는 혹시 다른 병자와 부딪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한답니다."
라고 말하며 그는 죽는 순간까지 병자를 고치겠다고 관세음보살께 맹세한 언약 때문인지 그런 체험을 종종 한다고 했다.
병실을 찾아가서 누워있는 암환자의 몸에 자신의 손을 얹으면 기가 환자에게 전달되어 환자의 얼굴에 금방 생기가 도는 것을 본다고 하는데, 음양 오행법으로 약을 쓰고 뜸으로 치료하는 그는 환자를 볼 때 환자의 얼굴이 검고 희고 누렇고 창백한지를 살피고 몸의 체형과 걸음걸이를 살피고, 음성의 색깔을 관찰하면 병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온 사람에게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말하거나 병을 묻지도 않고,
"어디 어디가 아파서 오셨군요?"
하고 물으면 정확하므로 깜짝 놀라면서,
"예, 그런데 어떻게 하셨어요?"
라고 신기한 듯이 묻는다고 했다.
환자에게 어디가 아픈지를 묻고서 진맥을 하여 병을 알면 낮은 수준의 의술이고, 병자가 자신의 병을 말하기 전에 병을 알면 심의(心醫)라고 하며, 전에 경험한 바로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환자의 아픈 부위가 자신의 몸에 똑같이 반응하여 아프다고 했다.
나는 무오거사의 말을 들으며 가끔 들리던 어느 암자의 보살님 말이 생각났다.
그 보살님은 절을 찾아오는 분들 중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도무지 병이 낫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절에 천도제를 지내려고 오는 분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제를 지내기로 정한 그 순간부터 의뢰한 사람이 아프던 증상이 그 보살에게 똑같이 나타나서 아프다고 했다.
죽은 영혼이 자신에게 빙의 되어서 병으로 나타나는데 질병으로 죽었거나 자살을 한 경우 죽은 영가의 현증이 똑같이 나타나서 고통스러운데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를 지내고 나면 말끔이 낫는다는 말을 했다.
무오거사도 그와 유사한 현상인가 보았다.
그런데 환자가 무오거사의 말을 믿고 따르면 분명하게 완치될 수 있는데 환자가 반신반의 하고 믿지를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고 했다. 병이란 다 마음에서 오는 것이므로 우선 마음을 치료 받아야 하는데 부정적이고 원망하며 증오하는 마음이 꽉 차 있으면 병이 낫지 않고 나았더라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신의 방식을 따라서 치료를 받으면 완쾌할 수 있음에도 믿지 않으므로 치료를 할 수 없을 땐 안타까우나 그가 지은 복이 그것 뿐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매우 애석해했다.
고칠 수 있음에도 환자가 믿지 않아서 병을 고치지 못할 때는 안타깝다는 무오거사의 말에,
"수행도 마찬가지지요. 불법은 근심 걱정 고통과 두려움을 깨끗이 없애줍니다. 석가모니는 천하의 명의로 이천오백 년 전에 병이 없고, 늙지 않으며, 죽지도 않는, 신비의 명약을 이미 처방해 놓았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스스로 지은 복이 없거나 어렵게 불법을 만났어도 믿지 않고 복용하지 않으면 아무리 귀한 천하의 만병 통치약이 있어도 구제할 수가 없답니다."
겨울 바다를 서성이는 나그네와 같은 미소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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