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무색성향미촉법-2)

빛속으로 2008. 1. 10. 12:32


< 황매화 >
 

2007년 1월 15일

 

함께 공부하던 도반이 스님이 되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일전에 들려서 요즘 절을 짓느라고 무척 바쁘다며 체중이 몇 킬로나 빠졌다고 헐렁해진 옷을 흔들어 보였다.

"요즘 다들 어렵다는데 바빠서 체중이 빠질 정도로 불사가 잘 되는 걸 보니 전생에 복을 많이 지은 모양이예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복이예요, 복이 아니라 업이예요. 업., 업장이 많아서 이렇게 할 일도 많은 거지요."

라고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법당을 짓고 요사채를 짓는다고 하니 나는 지은 복이 없어서 이렇게 할 일 없어 한가하고 가난하게 사는데 스님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은가 보다고 하는 내 말에 그는 전생에 지은 업이 많아서 힘들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내가 서툰 글재주로 써서 벽에 걸어논 액자의 <大自由人(대자유인)>이란  글귀를 가르키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걸림 없이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데 난 업이 많아서 할 일이 많은 거유."

어둑한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기 시작하여  컴컴한 밤까지도 전깃불을 밝히며 쉬임 없이 힘들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겸손이 아니라 정말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업이라고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좋은 뜻으로 불사를 하세요."

라고 위로도 아닌 위로의 말을 그에게 해주었다.

어제는 만취한 객이 찾아와서 괴로워하며 삶의 길을 물으므로 '술을 많이 마시지 말고, 공손하고 친절하며, 착하게 살라,' 하고 말해 주었고, 오늘은 스님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나의 중중무진한 모양이 없는 업인가,,,!

 

 

(본문을 이어서 쓴다) 

무색성향미촉법(無色聲香味觸法)이란 눈이 보는 형상이 없고, 귀로 듣는 소리가 없고, 코가 맡는 향기가 없고, 혀가 느끼는 맛이 없고, 몸이 느끼는 감촉이 없고, 뜻의 작용인 법이 없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산, 나무, 돌, 바다, 호랑이, 사자, 개, 남자나 여자의 형상이 없고,

귀로 듣는 파도소리, 종소리, 바람소리, 부르고 대답하는 소리가 없고,

코로 맡는 솔향, 바다 내음, 연인의 향기, 된장국 냄새, 시궁창 냄새도 없고,

혀로 느끼는 신 맛, 단 맛, 쓴 맛, 매운 맛, 밥 맛, 싱겁고 짠 맛이 없고,

몸에 닿는 부드럽다, 딱딱하다, 말랑하다, 포근하다 하는 감촉이 없고,

뜻의 영역인 법, 규칙, 도덕, 윤리, 관습이 없고, 좋고 나쁘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의식작용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