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2일
티브이 체널을 돌리다가 불교방송에서 성수 도인이 법문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법당에 앉혀 놓고 부처님 말씀을 앵무새처럼 따라서 말하지 말고 자신의 말을 해야 합니다 라고 큰소리를 떵떵 치고 있는 노인네가 무슨 말을 하는가 호기심으로 지켜보았다.
"앵무새처럼 남의 말은 아무리 많이 지껄여도 소용이 없고 자신의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난 법문을 할 때도 문자로 적어오거나 남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내 말을 해요. 내 나이가 지금 90인데 아직 얼굴에 주름살이 없고 검버섯도 안 났어요."
그는 당당했다. 손을 들어서 대중에게 보이며 손에도 주름살이 없다고 자랑을 했다.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이들 피부처럼 깨끗한 모양이다.
"나는 화를 내지 않아요. 화를 내지 않으므로 인상을 쓰지 않은 까닭에 주름이 없는 모양이라."
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맛있는 된장국을 끓여서 먹고 진수성찬을 찾지만 성수 노인은 몇 숱가락의 밥이면 충분하며 다만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5분 동안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면서 자신을 챙기는데 하루에 세번은 꼭 자신을 챙기라고 대중에게 권했다.
90이라는 나이에 병원에도 가지 않고 건강하게 오드득 오드득 재미있게 산다고 살림살이 털어놓았는데 노인의 얼굴색이 밝아 훤하고 아직 안경을 안 쓰고 책을 본다고 하는데 목소리도 쩌렁쩌렁 정정하다.
노인의 법문을 들으며 과연 큰소리칠만 하다고 느껴졌다.
"사람들이 절에 와서 복을 비는데 물론 절에 찾아오는 것 만으로도 고맙기는 하지만 복을 구걸하지 말고 늙음도 없고 병도 없고 죽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요. 만약 스님이 안 가르쳐주면 때를 써서라도 꼭 배워야 해요!"
90 노인의 귀가 총명하고 눈은 매우 밝다.
혹 만나게 되면 본래 나이를 물어서 틀림이 없으면 친구하고 아니면 손자로 삼겠다.
(본문을 이어서 쓴다.)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란 눈이 없고, 귀가 없고, 코가 없고, 혀가 없고, 몸이 없고, 뜻이 없다는 것이다.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며, 코가 있고, 혀가 있으며, 몸이 있고, 뜻이 있는데, 손으로 만져보고 거울을 봐도 분명하게 있는데 없다고 하니 관자재보살은 왜 없다는 것일까!
생쥐가 먹이를 찾아서 쇠뿔 안으로 기어들어갔는데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쇠뿔 끝에 꽉 끼어서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돌아 나올 수도 없다면 어찌 하겠는가!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돌아나올 수도 없는, 쇠뿔 안의 절박한 쥐가 되어서 탈출할 방법을 강구하여 질기고 질긴 무명(無明)의 껍질을 활짝 벗고 그렇게 스스로의 본성을 깨달아야 한다.
2조 혜가는 불안한 마음을 찾을 수 없어서 불법을 받았으며, 3조 승찬은 죄를 찾을 수 없음에 부처님 가사를 전해 받으니, 생사를 초월하는 것이 앉아 떡 먹듯이 쉬울 리야 없지만 전생의 인연이 깊다면 3일 만에도 깨치고 7일 만에 깨치기도 한다.
나뭇꾼 혜능은 금강경의 사구게중 <응무소주(應無所住) 이생기심(而生其心)>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글 읽는 소리에 문득 깨쳤으며, 숭산스님은 대화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 '오직 모를 뿐!' 이라 하니 외국인이 도를 깨달아 스스로 대자유인이 되었다.
큰도란 언설(言說)이 닿지 않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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