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무수상행식-2)

빛속으로 2007. 12. 17. 20:36

 

(어느 분이 산을 오르다가 노을이 내리는 광경이 신비로워 촬영했다네요) 

 

2007년 1월 11일

 

허리는 반듯이 펴고, 턱은 조금 당긴 듯 머리를 세우되 너무 고개를 숙이면 잠에 빠지기 쉽고 고개를 들면 망상에 빠지기 쉬우니, 눈은 반쯤 뜨고 시선이 콧등을 따라서 전방 1-2미터 쯤 놓으면 적당할 것이다.

화두에 힘이 없으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고 눈을 감으면 잠에 빠지며 망상에 이리저리 휩쓸린다. 그러나 화두가 살아 있으면 앉거나 눕거나 눈을 감아도 의식이 또럿하고 평온하다.

입술은 가볍게 다물고, 혀는 윗천장에 대며, 침이 생기면 조용히 삼킨다. 참선 중에 생긴 침은 좋은 약과도 같은 것이니 �지 않고 삼킨다.

호흡은 코로 부드럽고 천천히 배로 숨을 쉬며, 허리띠는 꽉 조이지 않게 하고, 몸을 좌우로 조금 흔들어서 긴장을 푼다. 혈액이나 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수행에 방해가 되므로 몸에 꽉 조이는 옷이나 물건의 착용을 금하며 몸의 곳곳에 기가 소통하면 건강에도 좋다. 

일반인의 호흡이 가슴에서 들락거리는 것과 배꼽 아래의 단전으로 고요하고 깊고 부드럽게 숨을 쉬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심한 운동이나 화가 나거나 혹은 불안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고 급하며 얼굴이 창백하거나 붉어진다.

그 때 호흡을 천천히 고요하고 깊게 하면 곧 마음이 안정되어 평상심을 찾게 되는데 절대의 평화를 추구하는 수행에서 단전호흡은 그래서 필수다. 그러나 수행이 깊다면 호흡조차 의식하지 않게 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쟁이 일어나서 어떤 사람이 허겁지겁 쫓겨서 도망을 가다가 낭떠러지 아래로 뚝 떨어졌다. 한참만에 깨어나 보니 사방이 가파른 절벽이라 나갈 곳이 없고 먹을 만한 것은 음식은 물론 물조차 없었다.

그는 이제 꼼짝 없이 죽었구나 하고 절망하는데 그의 옆에 뱀 한마리가 있었다. 뱀은 머리를 쳐들고 가만히 있었는데 아침이면 동쪽을 바라보고, 낮에는 남쪽을 바라보고, 저녁이면 서쪽을 바라보고, 밤에는 북쪽을 바라보며 묵묵히 있었다.

무인지경에서 그는 뱀을 친구처럼 생각하고는 뱀을 따라서 아침엔 동쪽을 바라보며 숨을 쉬고, 낮에는 남쪽을 바라보며 숨을 쉬고, 저녁엔 서쪽을 바라보며 숨을 쉬고, 밤에는 북쪽을 바라보면서 숨만 쉬었다,

그렇게 하니 배고픔도 차츰 사라지고 날이 갈수록 몸이 날 듯 가벼워졌다.

그러기를 일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뱀이 펄쩍 뛰어서 절벽을 벗어나므로 그도 뱀을 따라서 펄쩍 뛰어 오르니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사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음식은 며칠을 안 먹어도 살 수 있지만 호흡은 단 몇 분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 

그럼에도 호흡에 무관심하고 음식에 골몰하나 음식물은 땅의 정기며 공기는 하늘의 정기니 단순히 공기를 마시고 �는 것만은 아닐 것인 즉, 고요하고 천천히 깊게 하늘의 정기를 호흡하라. 마음이 아주 고요하고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선을 하며 앉아 있으면 다리가 아픈데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지 말고 서서히 습을 익혀가는 것이 좋다. 오래 수행하다 보면 자연히 몇 시간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누워서 참선하면 와선, 앉아서 참선하면 좌선, 움직이며 참선하면 동선인 것이니, 오직 불멸의 문을 여는 화두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원숭이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다니듯이 화두를 자주 바꾸지 말고 가급적 한 화두를 가지고 집중하는 것이 좋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면서 바위를 뚫는 것과 같이 멈추지 말고 집중하면 스스로 힘이 붙어서 불이 타는 것처럼 뜨거워지고 오롯이 빛난다.

화두선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묵조선이 있다.

묵조선은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공을 관하는 것이다.

군에 입대하기 전 내 형편으로는 거금을 주고  최면술 강의록을 구입해서 읽었다. 일본의 고승이 참선하는 것을 소개하면서 참선이란 잠을 자는 것과 유사한 뇌파 상태이며 수행이 높은 고승일수록 평온한 상태를 오래 지속한다는 글을 읽었다.

나는 땔나무를 하러 산에 가서 책에 써 있는 대로의 자세를 취하고 고요하게 아무 생각도 않고 앉아 있었다. 편안하고 너무 좋아서 무아지경으로 앉아있다가 깨어보니 몇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고요하고 평안함이 너무 좋아서 마냥 그렇게 있고 싶었다. 그러나 농촌의 생활이란 것이 겉으로는 평화로운 듯 하지만 잡다한 일들이 끝이 없다. 생존을 위하여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 매우 아쉬웠는데 그것이 묵조선인 줄 후에 알았다.

경허스님의 맏제자인 수월스님은 천수경에 나오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밤낮으로 염송하다가 대오하였으니 주력이나 염불이나 명상이 모두 훌륭한 수행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