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시고공중무색-2)

빛속으로 2007. 12. 5. 13:45


 

2007년 1월 9일

 

닭이 알을 품은지 21일이 되면 병아리가 부화한다. 어미 닭이 알을 부리로 쪼고 안에서 병아리가 어미가 알을 톡톡 쪼는 느낌을 따라서 알을 깨고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줄탁이라고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혼자 깨고 나오기란 매우 어려우므로 어미는 유심히 관찰하여 때가 이르면 밖에서 알을 쪼아서 알 속의 병아리에게 신호를 보내면 병아리는 어미의 신호를 따라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온다. 제비도 그렇게 알에서 깨어나 하늘을 날았다.

그러한 까닭에 수행을 줄탁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승은 제자의 공부를 유심히 관찰하여 진리로 인도하는 것을 줄탁에 비유한 것인데 제자를 가르치면서 꾸중하거나 때리고 고함치며 침묵하는 것도 무명에서 깨어나 푸른 창공을 스스로 훨훨 날기를 바라는 스승의 간절한 마음이다.

어미 제비가 새끼 제비를 대신해서 하늘을 날아주는 것이 아니라 새끼 제비들 스스로 날 수 있도록 어미는 그때까지 먹이를 먹여주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주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며 세심하게 가르쳤는데 스승도 또한 그와 같다.

스승인 관자재보살이 제자인 사리자에게 줄탁의 말씀인 시고 공중무색(是故 空中無色)을 풀이하면 그러므로 텅 빈 공에는 형상이 없다 라는 뜻이다.

공(空)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생노병사가 없고 근심 걱정 괴로움도 없다. 그러므로 텅 빈 공의 무색(無色)으로써 모든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자동차는 이름이 자동차일 뿐 실체가 없다. 바퀴와 핸들과 차체와 의자와 유리와 문짝과 여러 가지 부속품들이 서로 결합하여 있는 것을 자동차라 이름한다. 그런데 자동차에 결합된 낱낱의 부품들을 하나 하나 떼어내면 어느 것을 자동차라고 이름하겠는가? 자동차는 이름이 자동차이며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와 같이 몸도 본래 몸이 아니다. 몸뚱이에서 팔을 떼어내고 다리를 떼어내고 코 입 귀 눈을 버리고 머리를 떼어 논다면 따로 따로 놓여 있는 것들 중에서 어느 것을 나의 몸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눈, 코, 입, 귀, 팔, 다리가 모여서 이루어져서 몸이라고 이름할 뿐으로 각각 흩어지면 나의 몸이다 라고 할 것이 없다. 그와 같이 나의 몸이란 실체가 없는 무상한 것이다.

일체의 형상이 인연(조건)으로 화합하여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형상에 실체가 없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와 같은 진실을 알면 새가 알의 세상에서 깨어나와 넓은 하늘을 훨훨 나는 것과 같이 걸림이 없는 자유와 평화를 얻는다.

명상하고. 참선하며, 염불하고, 공부하는 것이 줄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