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8일
재작년 제비 한 쌍이 우리집에 찾아와서 '지지베베' '지지베베' 정답게 노래를 불렀다. 노래 소리에 나와보니 우리 집 차양막에 제비가 집을 지르려고 기웃거리며 문안 인사를 하는 거였다.
다정한 제비 한쌍은 차양막 쇠파이프에 보금자리를 만들려고 짚과 흙을 물고 와서 붙였으나 흙이 잘 붙지를 않았다. 결국 그들은 안타깝게도 집 짖기에 실패하였는데 우리는 보기에 안타까워서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판자를 받쳐주었다.
그랬더니 올 봄에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서 지지베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판자 위에 예쁜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금실 좋은 부부는 얼마 후에 둥지에 알을 낳아서 조용히 품기 시작했다. 우리는 알을 품는 제비가 불안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대충 셈한 바로는 제비가 알을 품기 시작한지 20일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제비 새끼들이 알을 깨고 한 녀석 두 녀석 탄생하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알을 깨고 나온 털이 숭숭한 새끼들의 머리를 내밀었다. 집밖으로 내민 노란 주둥을 세어보니 하나, 둘,셋,넷,, 어휴 다섯 마리나 되었다.
작은 집에 올망졸망하다. 귀여운 새끼들을 위하여 엄마 제비 아빠 제비가 먹이를 물어오면 서로 달라고 커다란 노란 주둥이를 벌리고 '짹''짹' 거렸다.
농촌에서야 흔한 광경이겠지만 도심에서는 진귀한 풍경이라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올 때마다 입을 벌리고 짹짹 거리는 요란한 제비 가족을 보려고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쳐다보며 즐거워했다.
제비 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듯 했다. 자랄수록 새끼들은 먹이를 달라고 노란 주둥이를 벌리고 짹짹 거리는 새끼들에게 어미들은 분주히 먹이를 날라 먹였다.
커다랗게 벌린 새끼들의 입에 먹이를 넣어주고 잠시 쉬면서 '지지베베' '지지베베' 제비 부부는 정답게 노래를 부르다가 다시 먹이를 찾아나서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어미 제비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까닭인지 걱정이 되어 몇 날을 유심히 지켜 보았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제비가 자동차에 부딪쳐 죽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먹이를 쫓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매라든가 천적에게 잡혔을지도 모른다. 걸어다니는 사람이나 날아다니는 새도 바로 눈앞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 마리만 외롭게 남아서 슬퍼할 틈도 없이 새끼들을 위해 바쁘게 날아다녔다. 저녁이면 지쳐 돌아와 혼자서 웅크리고 잤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새끼들을 위하여 먹이를 나르다가 지친 듯 깃에 머리를 박고 웅크리고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쓸쓸하고 애처롭다.
어미는 새벽같이 집을 나가 먹이를 나르며 새끼들을 위해 헌신했다. 우리는 어미 대신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도 싶었지만 섣불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성이며 바라볼 뿐이였다.
무명보살은 들락거리며 어미 제비와 새끼 제비를 쳐다보면서 모성애의 본능 때문인지 더 걱정하고 안타까워했다.
제비 새끼들의 몸에 난 보송한 종털이 떨어지고 제법 어른스러워졌다.
어느 날 어미 제비가 새끼들과 대화를 하는 것인지 한참을 '지지베베' '지지베베' 종알 거리면서 날개짓을 하니 어미 만큼 몸집이 커진 새끼들은 어미를 따라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날개짓을 한지 이삼 일 쯤이 지나자 한 마리가 날았다. 그리고 또 한 마리 날았다. 하늘을 씽씽 나는 제비가 매우 대견스러웠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새끼들이 신이 나서 종알거리며 차양막 안을 날아다녔는데 경사로운 날이라 동네 사람들이 모여와서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모든 형제들이 다 훨훨 나는데 한마리는 좀체 날지 못했다. 다른 형제들은 다 밖으로 날아가고 집에 혼자 남아서 어정거리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어미가 이따금 찾아와 먹이를 주었다.
우리는 그 녀석이 형제들은 다 나는데 왜 날지 못하는지 은근히 걱정되었다. 사람처럼 선천적으로 날 수 없는 불구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푸른 창공을 훨훨 날기 시작한 새끼들은 아침에 나가 종일 돌아다니다가 어두워지면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어두워졌는데도 새끼들이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어미가 나가서 데리고 왔다. 밖에서 자다가 부엉이나 올빼미 눈에 걸리면 영락 없이 죽으니 천방지축의 새끼들이 혼자 힘으로 자랄 때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제비들이 날기 시작한 사오 일 후에 한마리는 독립을 하였는지 아니면 사고를 당하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한 마리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던 그 그 다음날, 날 지 못하던 새끼가 마침내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우리는 녀석을 보며 영원히 날지 못하면 어쩔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기우를 떨치고 푸른 창공으로 훨훨 날아가므로 기뻤다.
이제 어미 만큼이나 자란 새끼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만 잠깐씩 집에서 쉬었다가더니 얼마 후에는 독립해서 모두 떠나가고 영 돌아오지 않았다. 제비들을 보고 싶은 날도 있었는데 인사도 없이 떠난 놈들은 먼 바다를 날아서 지금은 따스한 지방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잘들 지내고 있는지,,
'뎅그렁' '뎅그렁' 풍경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지는데 강남으로 떠난 제비의 빈 집에는 찬바람만 휭하니 놀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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