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5일
고교 시절 쌍무지개라는 크럽을 만들어서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가 오랜만에 찾아왔다.
무척도 반가워하며 포옹하는 친구는 몇 년 전 교장이 되었다며 그곳 교장단과 함께 왔다고 했다.
친구는 이곳이 고향이라 설악산과 거진 화진포를 돌며 안내역을 맡았다고 하는데 거진 뒷장의 해안도로를 지나면서 여름이면 친구들과 수영을 하고 섭을 따서 죽을 끓여먹던 생각도 나고 어릴 적 살던 곳을 둘러보니 새삼 지나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더라 말했다.
부모님이 멀리 출타하여 안 계신 날 우리 집에 학교 친구들을 초청해서 왁작거리며 놀다가 한밤중에 옆 동네의 과수원 철조망을 몰래 살금살금 넘어가서 배 서리를 해 먹었다.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배탈이나서 변소를 들락거리며 설사를 하던 사건을 꺼내며 우리는 끼득끼득 웃었다.
그의 기억 속에는 그런 일들이 아름답게 채색된 때문인지 그 시절이 자신의 생애에서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고 잔잔한 음성으로 말했다.
친구는 호남형에 성격도 원만한데 교장 직책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촌부가 된 나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의 부친은 우리들의 스승이다. 안부를 물으니 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시다 말하더니, 머뭇거리다가 남동생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깜짝 놀라 연유를 물으니 눈오는 날 교통사고 휴유증인지 밤에 자다가 갑자기 죽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어머니는 심장에 이상이 생겨 대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으나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심정이 오죽하겠냐며 아마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하실 것 같다고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태어난 순서대로 죽으면 좋을 텐데 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했다. 괴로워해서 좋은 결과가 생긴다면 괴로워하라고 권하겠지만 상심할수록 건강을 해쳐서 병이 된다며, 우리가 무관심해서 그렇지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가난아이도 죽으며, 뜻밖의 사고나 병으로 태어난 순서와 상관 없이 죽는다고 위로했다.
동생의 죽음을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내 말에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 일로 많이 상심한 탓인지 친구는 더 늙어 보였다.
친구는 세월이 나이 대로 간다고 했다. 20대는 20키로로, 30대는 30키로로, 50대는 50키로로 세월이 간다고 하며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에 젊었을 때는 목표를 향하여 달리므로 시간이 마치 더디 오는 것같이 느껴지는 것이며, 나이가 들면 늙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똑같은 세월이지만 더 빠르게 다가오는 듯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술을 좀 하겠느냐고 물으니 동생이 술을 먹고 사고로 숨진 충격 탓인지 별로 즐긴 편은 아니었지만 아예 끊었다고 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떠나갔다.
친구가 떠난 뒤 죽음에 대하여 또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몸이란 물방울과 같고, 인생사가 허수아비의 일과 같이 허망한 것이며, 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 잠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라고 말했다면 친구는 내 말을 잘 알아 들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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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기뻐한다.
그런데 칭찬을 받으면 자신을 우월하게 생각해서 남을 깔보는 마음이 생긴다. 그것은 마음을 흔들어서 어지럽힌다. 그러므로 맑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려면 칭찬을 받았다고 자만하거나 교만하면 안된다.
또 사람들은 비난을 받으면 슬퍼하거나 괴로워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비난이 나의 잘못을 충고하는 것이라면 슬퍼하지 말고 당연히 받아들여 스스로 반성하여 고쳐야 할 것이다, 만약 비난이 상대의 오해로 인한 것이라면 비난하는 사람의 잘못이며 나의 잘못은 아니므로 변명하려고 애쓸 것이 없고 슬퍼할 까닭도 없다.
칭찬을 받았다고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비난에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으며, 무심하면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는 불구부정(不垢不淨)이다.
미국 대통령인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여 후세인 대통령을 처형한 것은 부시에겐 선이지만 후세인 입장에선 미국은 악의 축이며 부시는 살인마로 돌변한다. 그와 같이 선과 악은 관점을 따라서 변하는 것으로 진리가 아니다.
좋고 나쁨, 옳고 그름, 사랑과 미움, 슬픔과 기쁨, 추함과 아름다움, 더럽고 깨끗함의 분별과 차별이 없음을 불구부정(不垢不淨)이라 한다, 불구부정은 고통과 분노와 증오를 치료하는 신비의 명약이다.
먹어보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과일이라도 그 맛을 모르며 그림 속 진수성찬은 배를 채울 수 없듯이 외워서 알면 아무 이익이 없다.
하루에 한 시간,, 30분 만이라도 규칙적인 명상의 시간을 가져라. 이런 저런 세상의 잡다한 생각을 모두 접고 내 마음의 고향을 보라. 지극한 평화가 충만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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