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용문사에 수령 1700년 된 위 은행나무는 천년기념물 39호로 높이 62미터로 동양에서 제일 크고 오래 된 나무로 알려져 있음)
2007년 1월 4일
전에 살던 집의 뒷방에서 살던 분이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요즘도 가끔씩 병원을 찾아가서 치료 경과에 대한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진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형제가 없는 외로움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 나이가 비슷한 걸로 아는데 오빠라고 부르니 듣기에 쑥스럽지만 가족같은 친밀감의 표현이라 이해하며 서로 존칭을 쓴다.
그녀가 병원에 간다고 잠시 들렸는데 수심이 가득한 모습이 안스러웠다. 혹시 병이 재발되지는 않았는지 지레 겁을 먹고 걱정하는 모습이 안처로워서 티벳트의 어느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미국의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일류대학을 나온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을 느껴서 병원에 찾아갔더니 진단결과 의사가 암에 걸렸다고 했어요. 그것도 말기 암이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망 선고를 받았지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고 오진을 기대하며 여러 병원의 문을 두드렸으나 이미 치료가 불가능해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의사들의 한결같은 대답이였어요.
죽음의 문턱에서 희망을 찾아 여러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지라 슬픔으로 방황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그분을 찾아가 보기로 했지요.
그녀는 먼 길을 찾아가서 스승을 뵙고 매우 슬픈 얼굴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승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여인의 인사를 받고는 애잔하게 바라보며 무슨 일로 그렇게 슬퍼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지요.
그녀는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암에 걸려서 (훌쩍) 곧 죽는다는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비법을 말해주길 간절히 청했어요.
그런데 여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스승은 껄껄 웃었어요.
난치병에 걸려서 곧 죽는다는데 슬퍼하는 사람에게 위로는 못할 망정 웃으니 웃는 연유를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촌부와 같은 스승은 잔잔한 미소를 가득히 담고서,
'난 큰일이 난 줄 알았는데 그것 때문인가요? 잘 보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죽어가며 누구나 다 죽는 것인데 조금 일찍 죽는 게 무슨 그리 슬픈 일인가요?'
하고 그녀에게 반문했지요.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자기 혼자만 죽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다 죽는 것을 깨달았지요. 어차피 모두가 다 죽는 것인데 조금 일찍 죽으나 조금 늦게 죽으나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그러므로 그렇게 괴로워할 까닭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스승님 곁에서 심부름하고 수행을 하며, 하루 하루를 감사하면서 평안하게 살았지요.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저절로 나아서 오래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라고 나는 어느 여인과 티베트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주며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편안한 마음으로 바르고 착하게만 살라고 말해 주었다.
묵묵하게 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빠가 전에 해주던 말이 생각나요."
나는 그녀에게 언제 무슨 말을 했었는지 궁금해 하는데,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라고 저 사람들에게도 모두 다 나름대로의 근심과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던 말이 가끔 생각나요."
라고 말하며 꽃처럼 맑은 미소를 짖는다.
내가 했다는 나의 말을 그녀에게 듣고 빙그레 웃었다.
누구나 근심과 걱정거리를 가지고 산다. 거리를 누비는 군상들이나 비행기 안의 신사도 가슴에 근심과 걱정거리를 안고 산다. 대통령이나 장관처럼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은 편안하고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남 모르는 근심 걱정거리가 태산과 같으며, 백만장자도 돈이 부족하여 항상 배가 고프며 애써 모은 돈을 쓸 계획으로 편히 쉴 틈이 없다.
비밀의 문을 열기 전까지,, 거친 파도에 나부끼는 작고 외로운 돗단배다.
'반야심경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야심경일기(부증불감-1) (0) | 2007.11.23 |
---|---|
반야심경일기(불구부정-2) (0) | 2007.11.17 |
반야심경일기(불생불멸-2) (0) | 2007.11.05 |
반야심경일기(불생불멸-1) (0) | 2007.10.29 |
반야심경일기(사리자 시제법공상-3) (0) | 2007.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