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3일
2-3년 전에 읽은 어느 스님의 출가 전 실화다. 읽을 당시에는 그분 이름을 분명하게 기억했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가물거리니 기억이란 참으로 믿을 게 못 된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공부를 잘 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의 명문 대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여 공부하게 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여 한국에서 하이크라스의 좋은 직장에 취직하였다. 얼마 후 아름다운 규수와 결혼하여 떡두꺼비같이 잘 생긴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는 아버지를 닮았는지 매우 총명하였으며 귀공자처럼 잘 생겨서 부모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 했다.
아이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으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우등상을 비롯하여 많은 상을 받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자랑이었는데 아이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의 일류대학에 진학하여 대학을 마치고 사법시험을 보았는데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패스했다.
그것은 집안뿐 아니라 온 동네의 경사인지라 집에서 큰 잔치를 벌였다. 동네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아들의 사법고시 합격을 축하해 주었고 부모는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잔치를 무사히 끝내고 아들과 함께 술에 취하여 잠에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아들이 일어나지 않았다. 술에 취하여 그러는가 보다고 생각하였으나 불러도 대답이 없으므로 흔들어 깨우니 아들의 몸은 싸늘히 식어 있었다.
병도 없이 건강하고 총망 받던 아들이 하룻밤 사이에 뜻밖에 죽자 집안은 큰 충격에 휩쌓였다.
특히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던 아버지는 식음을 전폐하고 술만 마셨다. 밥은 먹지 않고 술만 마시고 직장에도 나가지 않으므로 결국 직장도 잃고 폐인이 되어서 전국의 이곳 저곳을 떠둘아 다니는 거렁뱅이가 되었다.
집집마다 구걸하며 거지 형색으로 떠돌아 다니다가 경기도에 있는 외딴 절에 들렸다. 그는 돌이켜보니 자신의 처지가 하도 원통하고 애�아서 그곳 스님을 찾아뵙고 전후 사정을 말씀드리고 아들이 왜 갑자기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하면서 그 까닭을 물었다,
주지스님이 말했다.
"까닭을 알고 싶으면 일주일 동안 자지 말고 부처님께서 지성으로 기도해보시오. 그럼 알 수 있을 겁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해서라도 원인을 꼭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알콜중독이 되어 있던 그는 매일 마시던 술을 딱 끊고 법당에 앉아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낮에는 스님을 따라 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밤에는 법당에서 기도를 하니 쏟아지는 졸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도를 멈추지 않고 법당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기도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일주일을 기도를 하면 부처님이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그런데 부처님이 아무 말씀이 없는지라 스님을 찾아가서 씩씩거리며 따졌다.
"아니, 스님, 일주일동안 기도를 했는데 부처님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스님은 제게 거짓말 한 것이 아닙니까?"
"혹시 기도를 하면서 졸지 않으셨는지요?"
"네, 기도하다가 너무 졸려서 잠깐 졸기도 했습니다."
"졸면서 기도하면 안 됩니다. 그럼 아무 소용이 없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절대로 졸면 안 되니 졸지 말고 지극정성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스님은 잠깐이라도 졸면 안 된다고 만약 잠깐이라도 졸면 처음부터 다시 기도하라 하므로 그는 처음부터 다시 기도를 시작해야 했다.
일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기도한다는 것이 쉬울 것 같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꾸벅 꾸벅 졸다가 놀라 깨어나서는 일주일 기도를 새로 시작하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듯 몇 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이를 악물고 졸지 않고 7일 기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드디어 일주일 기도를 마치고 회향하는 날이었다. 저녁까지 기도를 다 마치고 법당에 앉아계신 부처님께서 졸지 않고 기도를 마친 것을 분명히 보았을 테니 이제는 가르쳐 주겠지 하고 생각하며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부처님은 멀뚱거리며 법당에 앉아서 미소를 지은 채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꿀먹은 벙어리였다.
그는 기다리다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는 불상을 보고는 저것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잠도 자지 않고 속아서 기도하던 것에 화가 치밀었다.
아무 짝에도 소용 없는 허깨비같은 불상을 깨부수겠다는 생각으로 일어나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오랫동안 앉아있던 탓에 발에 맥이 없어서 그만 제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가 법당에 꽈당하고 부딪혀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법당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순간에 그의 죽은 아들이 나타나 배시시 웃었다.
그는 꿈에도 잊지 못하던 아들을 보자 너무나 반가워 그리운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아들은 그의 앞을 지나며 개로 변하여서 눈을 흘기면서 지나갔다.
그때 그는 문득 깨달았다. 그가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그가 기르던 개가 아들로 환생한 것임을 알았다.
그 개는 그를 무척 따랐으나 주위 사람들이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개를 버리기를 몇 번이나 말했다. 주인 집에서 개를 싫어하여 개를 키우지 말것을 자꾸 강요하므로 어쩔 수 없이 개를 데리고 멀리 나가서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개가 집으로 못찾아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데 하루가 지나서 그 개가 찾아왔다. 그는 찾아온 개를 반가워하며 며칠을 함께 보내다가 싫어하는 집주인의 시선 때문에 할 수 없이 차를 타고 멀리까지 가서 떨어지 않으려고 하는 개를 버리고 몰래 혼자 돌아왔다.
이제는 개가 못 찾아올 거라 생각하고 조금은 쓸쓸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서 개가 발을 다쳐 절룩거리며 찾아왔다. 그를 보고 멍멍 짖으며 반가움에 꼬릴 흔들며 좋아했다.
그는 다리를 다친 개가 불쌍하여 밥을 주며 함께 지내다가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더 멀리에다 버리고 돌아왔다. 이제는 너무 멀어서 영영 못 찾아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름만에 먹지 못하여 뼈만 앙상한 개가 찾아왔다. 야위어 비실거리는 개가 너무도 애처로웠다.
개를 보는 순간 애처롭고 불쌍하여 왈칵 눈물이 나왔다. 이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지내려 마음 먹고 글썽이며 문앞에 서있는 개를 불렀다. 그런데 개는 다가오지 않고 반가워하지도 않았다. 개의 이름을 부르며 오라고 하였으나 개는 그에게 눈을 흘기면서 돌아서 갔다.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그에게 깊은 원망을 품은 개가 아들로 환생하여 자신에게 고통을 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생의 무상을 깨닫고 그 날로 머리를 깎고 출가 사문이 되었다.
'반야심경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야심경일기(무색성향미촉법-2) (0) | 2008.01.10 |
---|---|
반야심경일기(무색성향미촉법-1) (0) | 2008.01.04 |
반야심경일기(무안이비설신의-1) (0) | 2007.12.23 |
반야심경일기(무수상행식-2) (0) | 2007.12.17 |
반야심경일기(무수상행식-1) (0) | 2007.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