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무안계내지무의식계-3)

빛속으로 2008. 1. 3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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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8일

 

언젠가 남쪽은 진제요 북쪽은 송담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진제스님의 법문을 어제 저녁 불교 방송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분이 법문하는 법당에는 승과 속의 많은 대중이 모였는데, 인도의 유마거사와 한국의 부설거사와 더불어 일가족이 모두 도인인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방거사의 일화를 꺼냈다.

방거사는 도를 배우기 위해 당시 황하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과 강서에서 천하를 울리던 마조와 석두 중에 석두스님을 먼저 찾아가서 물었다. 

"만법과 더불어 짝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물음에 석두스님은 방거사의 입을 얼른 막았다. 석두스님이 다짜고짜 입을 막으므로 방거사의 눈이 반쯤 열렸다.

방거사는 그 길로 마조스님을 찾아가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 

"만법과 더불어 짝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황하강의 물을 한 입에 다 마시면 말해주겠네"

그 말에 완전히 깨달아서 생사의 바다를 건너니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많은 전답과 금은보석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대나무 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며 스스로 청빈하게 살았다.

하루는 식구들 앞에서 방거사가 말했다.

"높은 나무 위에 한 가마니의 기름을 까는 것과 같이 어렵고 어려움이여!"

이에 부인이 받아서,

"쉽고 쉬우니 천만가지 풀끝마다 불법이 아님이 없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서 딸 영조가 말하길,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음이여, 졸리면 자고 목이 마르면 차를 마신다."

라고 하므로 집안에는 고준하고 아름다운 곡조가 울려서 천하로 퍼져갔다.

어느 날 천연 단하스님이 방거사를 찾아오다가 개울에서 빨래하는 그의 딸 영조를 만나서,

"방거사님은 집에 계시냐?"

하고 물었다.

이에 영조가 일어나서 합장하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영조가 아무 말이 없으므로 천연스님이 다시 물었다. 

"방거사 집에 계시냐?"

그러나 영조는 아무 말도 없이 빨래를 하던 옷가지를 챙겨서 들고 집으로 가니 천연도인은 감탄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방거사가 딸에게 말했다. 

"천만가지 풀끝의 이슬마다 불법 아님이 없구나."

"아버지는 머리가 허옇고 이빨이 누렇토록 살았어도 소견이 그것 밖에 안 됩니까?"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너가 말해보거라."

"천만가지 풀끝의 이슬마다 불법 아님이 없구나."

라고 천연스럽게 딸이 대답하자 방거사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어느 날 방거사는 딸 영조에게 말했다.

"오늘 정오에 내가 죽을 것이니 너는 정오가 되면 알려 주거라."

한낮이 되어서 딸 영조가 아버지에게 외첬다.

"아버지 일식이예요! 어서 나와 보세요!"

딸이 일식이라며 나와 보라는 말에 방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일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일식이라고 했는지 이상하게 생각되어 딸을 찾으니 딸은 자신이 앉아 있던 방석 위에 단정히 앉아서 열반(죽음)에 들어 있었다.

방거사는 딸에게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성대히 장례를 치룬 후 일주일 뒤에 자신도 가부좌를 하고 열반에 들었다.

방거사가 열반에 들자 부인이 밭에서 일하고 있던 아들에게 가서 전했는데 아버지의 열반 소식에 괭이를 잡고 일하던 자세 그대로 열반에 들었다.

아들이 열반에 들자 방거사 부인은 남편과 아들을 함께 장례를 치르고 모든 정리를 마친 후에 가부좌를 하고 단정히 앉아서 열반에 들었다.

그것에 대하여,

"방거사 일가처럼 가족 모두가 도인인 예는 역사상 매우 희귀한 일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것이오!  이것은 오직 불교에만 있는 소식이며 화두가 밤낮으로 끊이지 않아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여 생사에 자재한 도인이 되시오!"

진제도인의 호탕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넓은 법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공(空)에는 근심과 고통이 없고, 늙고 죽음이 없다.

일류 화가, 일류의 음악가, 뛰어난 정치가,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뼈를 깍는 노력과 집념으로 성취할 수 있다.

그런데 생사를 초월하는 것이 어찌 쉬울까,,!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돈벌고 출세하며 사는 것, 온갖 망상의 유혹에 끄달리지 않고 철벽을 뚫듯이 간절하고 오롯하게 정진하여 크게 깨치면 별천지 세상이니 눈을 열면 바로 천상계의 도솔천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