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무무명역무무명진-1)

빛속으로 2008. 2. 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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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9일

 

가까운 곳의 절에 계시는 보살님이 놀러와서 무명보살과 차를 마시면서 한참 동안 이야기하다 돌아갔다.

절에 계시는 보살이 돌아간 뒤 무명보살이 말했다.

"요즘 절에 제(祭)가 없어서 살림이 어렵대요. 가끔 천도제라도 있어야 생활하는데 벌써 몇 달 째 없다면서 다른 절도 형편이 그런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무명보살이 절의 보살에게 요즘 사람들의 사는 생활이 다들 어려워서 다른 절도 다 마찬가지라고 위로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돌아갔다고 내게 전했다.

경제가 어려우니 절 살림이 넉넉하길 바랄 수는 없겠지만 풍족하진 않더라도 궁핍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수행자의 식생활이 때론 어려워도 바르게 수행하는 사람은 결코 굶어 죽지 않아요."

라고 무명보살에게 말했는데 무명보살은 내 말을 듣고 묵묵히 말이 없다.

전에 같으면 요즘 굶어죽는 사람이 어딧냐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보라면서 길길이 반기를 들었을 텐데 생활고를 비관하여 아파트에서 투신했다든가, 또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빗을 지고 더욱 안타까운 일은 자녀에게까지 약을 먹이고 부모도 약을 먹고 사경을 헤맨다는 이야길 심심찮게 들은 때문인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 세상은 위대한 스승이다. 삶이 바로 고(苦)임을 여실하게 보여주며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서 안락한 열반의 언덕에 이르라고 간절히 말한다.

우리의 청정한 자성은 불에 태워도 죽지 않고 물에 빠뜨리거나 망치로 때리고 칼로 베어도 결코 죽지 않는 물건이다. 그런 줄 안다면 설령 굶어 죽어서 육신이 없다 한들 무엇이 두려우랴,

우리 집 생활이 넉넉치 않아도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내게 무명보살은 세상에서 태평한 사람은 오직 한사람 밖에 없을 거라고 가끔 쫑알거리지만 태평한 사람이 어찌 나만 그럴까,

무릇 도인은 다 같은 하나의 맛인 걸,,,

 

(본문을 이어서 쓴다)

무명(無明)은 생사 윤회의 근본이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생을 받아서 늙고 죽는 고해(苦海)를 윤회하며 사람들은 숙명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이천오백 여년 전 인도의 카필라국 왕자 싯다르타 태자는 모든 사람이 그토록 원하는 부귀와 권력의 상징인 왕위도 버리고 궁궐을 넘어서 남루한 옷와 거친 음식으로 연명하며 수행하여 죽음이 없는 열반을 깨달았다. 6년의 뼈를 깍는 수행 끝에 12월 8일 새벽 별이 떠오를 때 큰 깨달음을 얻어 무상정각을 이루었다.

그는 태어나는 연유와 죽음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깊은 사유해 보았는데,

무명(無明)이 행(行)을 낳고,

행(行)이 식(識)을 낳으며,

식(識)이 명색(名色)을 낳고,

명색(名色)이 육입(六入)을 낳고,

육입(六入)이 촉(觸)을 낳고,

촉(觸)이 수(受)를 낳으며,

수(受)가 애(愛)를 낳고,

애(愛)가 취(取)를 낳으며,

취(取)가 유(有)를 낳고,

유(有)가 생(生)을 낳으니,

생(生)이 노사(老死)를 낳으며

근심 걱정 슬픔 고통 두려움의 이루는 12가지 인연법을 알았다.

늙고 죽는 노사(老死)는 생(生)으로 인하고, 생은 유(有)로 인하고, 유는 취(取)로 인하고, 취는 애(愛)로 인하고, 애는 수(受)로 인하고, 수는 촉(觸)으로 인하고, 촉은 육입(六入)으로 인하고, 육입은 명색(名色)으로 인하고, 명색은 식(識)으로 인하고, 식은 행(行)으로 인하고, 행은 무명(無明)으로 인함을 알고, 싯다르타는 12인연을 거꾸로 돌리므로써 생사를 건너는 법을 발견했으니,

무명(無明)이 없으면 행(行)이 없고,

행(行)이 없으면 식(識)이 없고,

식(識)이 없으면 명색(名色)이 없고,

명색(名色)이 없으면 육입(六入)이 없고,

육입(六入)이 없으면 촉(觸)이 없고,

촉(觸)이 없으면 수(受)가 없고,

수(受)가 없으면 애(愛)가 없고,

애(愛)가 없으면 취(取)가 없고,

취(取)가 없으면 유(有)가 없고,

유(有)가 없으면 생(生)이 없고,

생(生)이 없으면 노사(老死)가 없는 안락한 해탈의 세계인 것이다.

생사를 이루어 괴로움을 받는 윤회의 근본 원인이 무명(無明)이다.  내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걱정과 괴로움은 왜 생기며, 또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면 캄캄한 암흑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스스로의 성품을 깨달으면 캄캄한 밤에 천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서 비추는 것과 같이 온 법계가 밝고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