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거울

< 꼭 좀 받아주세요 > 혹 이런 경험 없나요?

빛속으로 2005. 11. 25. 20:53

 




< 꼭 좀 받아주세요!> 혹 이런 경험 없나요?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라서 어쩌다 길을 나서면 많이도 변한 거리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볼 일 때문에 나왔다가 몇 년 전만 해도 드문드문 집들이 서 있던 변두리에 아파트 단지가 쭉쭉 올라서 있어 몰라보게 변한 거리를 이방인처럼 두리번거리면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였다.


그때 누군가 전단지를 불쑥 내밀면서 말했다.
" 이것 좀 읽어보시지 않겠어요? "
걷던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니 중년의 여인이다.


" 이게 뭔데요? "


" 저는 ㅇㅇ교회에 다니는데요. ㅇ월 ㅇ일 부흥회가 있어요. 거기에 참석해 보시라고 이걸 드리는 겁니다. 이 전단지에 몇 시 어디에서 하는지 자세하게 써 있거든요. 그러니 한번 읽어 보시고 참석해 보시라고요. "
여인은 나의 물음에 자세하게 설명한다.


여인의 말을 듣고 나서 말했다.
" 저는 절에 다닙니다. 그러니 이건 다른 사람에게 주세요. "
여인에게 정중히 사양하고 목례를 하고는 길을 걷는데, 그녀는 바짝 붙어 따라오며 말을 건넌다.


" 불교는 사람이 오거나 가거나 관심을 두지 않잖아요. 그러나 우리 교회는 오라고 권하고 이끌어 줘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따르도록 하니 교회가 더 좋은 것 아닌가요? "


" 불교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또한 붙잡지 않습니다. 스스로 가고 싶으면 가고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습니다. 아무도 간섭하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주 자유스럽습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요, "
라고 여인에게 말하자


" 저도 전에는 절에도 다니고 점도 보았어요. 그러나 그건 다 필요가 없었어요. 그러니 오직 하나님을 믿어야 해요. "

 

얼토당토않게 길가는 사람을 잡고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라고 요구하는 여인에게
" 하늘에는 많은 신들이 있는데.,,, "
말을 하려는 순간, 본론을 듣기도 하기 전에 끊고 말했다. 
" 하늘은 하나인데 어떻게 신이 여럿 있을 수 있나요. 하늘에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이 있을 뿐이지요. "


여인의 논리대로라면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니까 사람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딱 한사람 밖에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라니,,,
수십 억의 사람이 어찌 한 사람밖에는 될 수 없다는 얘긴지 어이없어 하며, 그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려 했지만 나에게 말할 틈을 전혀 주지 않고 호랑이가 쫓아오는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 하나님이 사람도 만들었지 않습니까, 모든 걸 다 만들었는데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따라야지요. "


나는 여인에게 물었다.
" 왜 사람을 하나님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하나님은 사람을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


"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잖습니까? 그와 같은 것은 하나님이 사람을 흙으로 만들어서 그래요. "


여인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와 같은 이야기를 누구한테서 들은 것인지 책에서 읽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자신이 직접 본 것처럼 확신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신의 실체를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그녀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드는 것을 직접 보았는지? 아니면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것인지?

몇 가지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그녀는 내가 말을 할 틈을 주지 않고 혼자서 계속 떠들어댔다.


" 더구나 영혼은 누가 불어넣어 주었겠어요? 그런 일은 하나님이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 "


",,,,,,,,,,,,,,,,,,,,,,,,,,,,,,,,,,,,,,, "


대화란 서로 주고받으며 하는 것인데 제 혼자서 다 지껄이니 난 어쩔 수 없이 듣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자연 그러한 대담에 흥미를 잃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바닷가나 산 속에 가서 마음껏 떠들 일이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옳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라고 하는지 딱한 여인이다.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라 하는데 짧은 만남이지만 자신의 생각만 옳은 것이라 떠들며 남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은 사람과 오래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인지상정이리라.


그런데 여인은 나에게 사람의 영혼을 하나님이 아니면 누가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놓고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묵묵히 있는 나를 자꾸 따라오며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대답을 추궁하듯 쫓아 왔다.
그것에 대한 답변을 내가 할 수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 이였다.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여인도 함께 걸음을 멈추었다.
여인의 앞에서 나는 앞으로 몇 발자국 뒤로 몇 발자국을 걷고 또 좌우로 몇 걸음씩 옮겼다.


그리고 여인에게 물었다.
" 잘 보셨지요? 내가 지금 앞으로 뒤로 좌우로 걸었는데,,, 이건 누구의 뜻인가요? 그리고 내가 지금 이렇게 묻고 있는데 이건 누구의 뜻인가요? "


나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자신은 아직 교회에 다닌지 5년 밖에 안되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그건 좀 알아봐야 하겠지만,,,
당황하여 머뭇거리며
" 그게 모두 하나님의 뜻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라고 말하는 것 이였다.


어디까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할 것인가!
여인에게 이렇게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돌아가서 방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잘 챙기고 가정을 화목하게 잘 돌보라고 말한다면 여인은 하나님의 뜻인 그 말을 들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빙그레 웃는데 여인은 나의 물음에 대한 서툴고 미흡한 대답을 덮으려는 듯 화제를 급하게 돌려서 말했다.


" 저도 전에는 절에도 다녔지만 부처님은 처음은 보살펴 주지만 끝까지 책임져 주지 않았어요. 그러나 하나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돌봐 주세요. 제가 직접 경험한 거예요. 정말 못 믿겠다면 기도를 해 보세요. 그럼 알 수 있을 거예요. "


그 여인이 절에 다녔다고 하는데 얼마나 다녔으며 무엇을 배우고 어떤 기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바른 법에 의지하여 절에 다닌 것 같지는 않다.
부처님이 처음은 무엇을 어떻게 했는데 잘 봐주고 나중은 무엇을 어떻게 했는데 돌봐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부처님은 평등하여 처음이나 나중이나 차별이 없고, 누구를 특별히 귀여워하거나 미워하며 화(禍)를 주는 분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다 돌보지 못하고 자식이 부모를 다 봉양하지 못하는데 한 핏줄인 부모와 자식간에도 그러하거늘 피도 섞이지 않은 부처님께 무얼 보살펴 달라고 때를 쓴다는 말인가.

 

복을 받고 싶으면 복을 받을 만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리고 내세에는 천상에도 태어나는 것이며, 더 수행하여 자성을 깨달으면 우주의 주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 지옥에 가고 싶다하면 나쁜 일을 부지런히 하면 틀림없이 지옥으로 간다고 거짓 없는 분명한 진리를 말씀하시는 분일 따름인데,,,

 

 


제 스스로 서서 걷는 지혜가 없어서 어두운 밤길을 헤매듯 신에 의지하여 구걸해 살면서 그것의 높고 낮음을 모르면서 진리의 참되고 그름을 말했다.


" 저는 하나님을 믿고 부터는 지금은 정말 좋아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믿어 보시라고 붙잡고 사정을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하겠어요. "


여인은 자신은 교회가 좋아서 다니는데 절에 다니는 사람은 싫은 걸 억지로 다니는 줄 아나 보다. 절이 좋고 부처님 좋아서 다니는 줄은 모르는가 본데 오거나 가거나 막지 않는 곳이 절인데 부처님이 싫고 절이 마음에 안 든다면 왜 애써 다니겠는가.


처음에는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언가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해서 걸으며 얘기했는데 그녀는 마음을 열지 않고 제 이야기만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옳다고 쉼 없이 말하며 상대에게는 이야기 할 틈을 주지 않으니 시절 인연이 이니라 싶어서 처음의 뜻을 접었다.


그녀가 하나님을 믿고 사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면 좋은 데로 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멈추었던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런데 그녀는 내 앞을 막아서며 전단지를 꼭 받아 달라고 사정을 했다. 전단지를 받은 후에 안 봐도 되고 찢어 버려도 되니 꼭 받아만 달라고 부탁을 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공교롭게도 나이고 내가 전단지를 꼭 받아야만 (한 아름이나 안고 있는 전단지를 보이며) 오늘 이것을 많이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녀는 오늘 전단지를 돌리려고 하는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 오늘 저곳에 이 전단을 다 돌려야 하거든요. 그런데 얘기하다가 벌써 이곳까지 따라왔어요. 이제는 더 따라갈 수가 없어요. 제발 이 전단 좀 받아주세요. 안 보고 싶다면 바로 휴지통에 버려도 되고 찢어버려도 되요. 그러니 제발 이 전단만 좀 받아주세요. "
애원하듯 간절하게 청하는 것 이였다.


그녀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눈섭을 그리고 입술도 바르고 얼굴을 예쁘게 화장하고 화사한 옷을 단정히 차려 입고 정성을 다하여 나온 것 같아서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뜻이 너무 간절하여 전단지를 받아들었다.

내가 전단지를 받자 그녀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전단지를 받고 돌아서 몇 걸음 옮기는데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부흥회에 나오시고 하나님을 꼭 믿으세요! "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내 보따리 내어 놓으라 한다더니 이 여인이 아닌가.

나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여인에게 말했다.


" 하나님을 믿고 또 교회에 다니다보면 반드시 모르는 것이 있고 어려운 일이 닥칠 거예요. 그때 나를 찾아오세요. "


나의 말에 이상하게도 여인은 거부하지 않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 예! "


여인과 헤어져서 천천히 걸으면서 왜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고 다른 사람의 말은 귀담아 들을 줄 모르는지 안타까웠다.
만약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었다면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마도 아침 길을 나설 때 전단지를 다 돌려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정신적 여유가 없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귀인과 함께 길을 가도 마음을 열어놓지 않으면 아무런 이익이 없다.
교회에 다니다가 모르는 것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닥칠 때에 찾아오라는 말에 "예" 하는 분명하고 또럿한 대답이 인연이 되어 어쩜 먼 훗날에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위안을 한다.


우리가 열살 때에 옳다고 여기던 것이 스무 살 때에 돌아보면 우습게 생각되어지는 것이 있고, 스무 살 때에는 옳다고 주장하던 것도 마흔이 되어 생각해 보면 잘못된 판단 이였음을 되돌아 볼 때에, 지금 현재 틀림없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십 년이나 이십 년 후 아니면 내일이라도 얼마든지 잘못된 결정이 될 수가 있지 않을까,,,


내가 누군지 분명하게 말할 수 없고 죽은 후의 일을 확실히 모르며 불생 불멸의 밝은 지혜가 없다면,,,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아직은 무명 속을 헤매는 나그네임을 알고 마음을 열어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할 것이다. 



글/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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