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이상한 떡 장사

빛속으로 2005. 10. 13. 13:08

 

 

 

 *이상한 떡 장사*


 해는 이미 중천을 지나고
 떡을 파는 행상을 보자 
 불현듯 시장기를 느낀 덕산스님은
 떡 파는 여인에게 말을 건넨다. 

 


 "점심하게 떡 좀 주시구려,"

 


 떡으로 점심을 하겠다는
 스님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떡 줄 생각은 않고 물었다. 


 바랑 속엔 무엇이 들었읍니까?

 

 금강경을 주해한 책이 들어있지요. 

 


 그럼 금강경에 대하여 한가지 물어보겠소.
 만약 바르게 답하면 떡 값은 받지 않을 것이고
 아니면 떡을 팔지 않을 것이니 어찌 하겠습니까? 


 

 손수 금강경 해설서를 쓰고
 학인들에게 눈감고도 강의하던
 천하 제일이라 소문난 주금강에게
 떡 장사 아낙네가 
 금강경에 대해 물어보겠다고


 

 답변 잘 하면
 떡 값은 무료라 하니 


 얼씨구 재수가 좋으려니
 오늘 점심 공짜로 먹게 되었다고
 얼굴에 희색이 만발하여 끄덕인다. 


 

 좋소이다.
 어서 어서 물어 보시오.

 

 너무나 좋아서
 꿀꺽 군침을 흘리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여인이 묻는다. 
 

 

 금강경에 과거 현재 미래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하는데
 점심(点心)을 하겠다 하니
 스님은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렵니까?


 

 아낙의 이상한 말 한마디에
 입이 딱 붙어
 떡은 한 조각도 먹지 못하고
 홍당무가 되어 엣 뜨거! 자리를 뜨니


 배는
 쪼르륵 쪼르륵,,,,,

 


 묻고 물어서 용담스님을 찾아 뵙고
 분함에 금강경 타령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책을 주섬주섬 들고
 밖으로 나오려 하니
 어느 듯 캄캄한 밤중이라
 촛불 하나 얻어서 조심스럽게 나오려는데
 

 

 용담스님이 다가와 갑자기
 촛불을 훅 불어 꺼버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놀라 당황하다가
 문득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며
 스승의 예를 올리고

 


 다음 날 날이 밝자 대중 앞에서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금강경 강해를 몽땅 불사르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큰 절을 올리고
 애지중지 아끼던 책을 불태웠는가!


 

 비고 빈 가운데 신령한 여의주
 미혹하면 천만겁을 지나도
 아는 건 순간이라네. 


 

 비로소 분명하게 깨닫고
 만나는 사람마다
 떡을 듬북듬북 주어
 <덕산 떡> 별호가 붙었는데

 

 그런데 덕산 영감님
 떡 장사는
 지금도 잘 하시는지 모르겠구먼~ 유. ^^*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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