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케치

[스크랩] 바람을 향하여 흙을 던지지 말라

빛속으로 2013. 2. 9. 12:23

 

 

 

 

   바람을 향하여 흙을 던지지 말라

 

 

  부처님이 생존해 계실 때의 사건으로 바라문교를 독실하게 믿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부처님이 바라문교와는 다른 가르침을 설파하며 신도들을 빼앗아가므로 바라문교세는 점점 위축되고 반대로 불교가 날로 세력을 확장해가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어느날 그는 부처님이 거리에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달려가서 온갖 험담과 악담과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의 험악한 욕설에도 묵묵히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마치 못들은 양 태연한 모습에 더욱 분노가 치솟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다가 흙덩이를 한 줌 집어서 부처님을 향해 던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거꾸로 확 불어와서 흙을 던진 사람이 자기가 던진 흙먼지를 옴팍 뒤집어 써야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그에게 말씀했습니다.

  "허물이 없는 깨끗한 사람에게 던진 흙덩이가 바람이 불어서 스스로 뒤집어 쓴 것처럼 죄 없는 깨끗한 사람을 험담하고 비난하면 그 죄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갑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그는 잘못을 참회하며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흙덩이를 집어 던지자 그때 바람이 불어와서 오히려 흙을 던진 사람이 뒤집어 쓰는 광경을 눈앞에서 그려보면 기이하고 경이롭습니다. 어떻게 그때 갑자기 바람이 거꾸로 불어서 부처님을 향해 던진 흙덩이가 던진 사람을 향해 날아가서 오히려 그가 먼지를 뒤집어써야 했는지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혹은 부처님을 옹호하는 하늘신의 조화인지 인과의 법칙인지 부처님의 신통력인지는 모르나 함부로 범할 수 없는 숭고한 성자의 법력이 장엄한 울림처럼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우리는 근거없이 남을 비난하거나 모함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누군가 나를 모욕하고 비난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나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면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할 몫이므로 변명하지 말고 깊이 반성하며 감내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잘못과 허물이 아니고 상대의 실수나 오판이라면 그의 잘못이므로 내가 괴로워하거나 분노할 것이 없으며 또 해명하려고 애쓸 것도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늘 인욕하기를 강조하셨듯이 수행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히 잘 참고 견더야 하며 참는 것에서 복덕이 생깁니다.

  참는 것에도 수준과 도가 있습니다. 상대가 강하여 참는 것은 상대가 두려워서 참는 것이며, 비슷한 상대에게 참는 것은 다투고 싸우기 싫어서 참는 것이며, 상대가 약함에도 참는 것이 훌륭하게 잘 참는 것입니다.

  상대가 약하면 즉시 힘으로 제압하겠지만 약한 상대에게 무력으로 제압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인욕입니다. 두려워서 참는 것이 아니고 다투기 싫어서 참는 것이 아니고 약한 상대에게 참을 수 있는 덕과 힘을 길러야 합니다.

  어느 날 사슴이 숲속에서 사자를 만났습니다. 사자는 사슴을 잡아먹으려고 슬금슬금 다가가는데 사슴은 도망가지 않고 용기를 내어 사자에게 뿔을 들이대고 덤벼들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슴의 저돌적인 행동에 사자가 깜짝 놀라서 움찔하자 그 사이 재빨리 도망쳐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자들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부처님께서는 말로 타일러도 막무가네며 어떤 방법을 써도 도통 들어먹지 않는 못된 자에게는 단호하고 위엄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늘 인욕을 말씀하고 참음의 미덕을 강조하셨지만 상황에 따라선 용감하게 악에 맞서 대항하여 무찔러야 합니다. 자신의 몸뚱이가 갈갈이 찟기고 목숨을 잃더라도 분노하지 말고 참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포악하고 정말 나쁘고 못된 자에게는 용맹한 사자처럼 코끼리왕처럼 당당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심성이 나약하면 남으로부터 업신여김과 무시당하기 십상인 것처럼 수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선(善)을 받들고 상대를 배려하며 죽음에도 초연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릇됨과 악(惡)에 대하여는 단호하게 대항하여 항복받을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참다운 대장부라 할 것입니다.

 

 각우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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