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삼임

[스크랩]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빛속으로 2013. 1. 3. 12:41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 각우 윤철근

 

 

해가 넘어간 서산의 노을 뒤로

물안개처럼 어둠이 깔리며

아늑한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

 

오늘도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으리.

갓 태어난 아이의 우렁찬 울음도 

마지막 날을 고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오늘은 참으로 기쁜 환희의 날이고

어떤 사람에겐 슬픔과 고통의 날이었다.

 

즐거움과 괴로움, 사랑과 미움, 옳고 그름은

해일처럼 밀려온 어둠에 잠겨서

별빛 영롱한 허공을 날고

그리고 아침이 되어

붉은 바다를 뚫고 태양이 장엄하게 떠오르면

죽었던 것들은 하나 둘 눈을 뜨고 부시시 살아나

인과 연을 좇아 활동을 개시하네.

 

신생아실에서는 때이른 고고성이 울리고

상여 뒤를 따르는 유족의 애달픈 흐느낌과

희로애락을 품고 웅성이며 군상들은  

시한의 선상을 비틀거리며 걸어갈 것이다.

 

태양이 떠오르면 여명이 밝아오고 

황혼이 내리면 모든 것은 암흑에 잠기듯 

태어남은 인생의 아침이며

죽음은 일몰처럼 생의 마지막이 된다.

 

지는 해가 없다면 떠오를 해가 없는 것처럼 

죽은 자가 없으면 어찌 태어남이 있으랴.

태어났으면 반드시 죽고

죽음은 업을 품고 

또 다른 시작의 날개를 갈무리 한다.

 

누구나 짊어진 공공연한 수수께끼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자성을 알기 전까진

해가 뜨고 지듯이

끊임없는 생멸로 어지러이 피어난다.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글쓴이 : 빛속으로 원글보기
메모 :

'빛의 속삼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대영웅의 길  (0) 2013.01.31
[스크랩] 동방의 등불이여  (0) 2013.01.23
[스크랩] 시간 위의 조각상  (0) 2012.12.25
[스크랩] 그대를 위한 노래  (0) 2012.12.14
[스크랩] 저승 길  (0) 2012.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