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그리기 중에서

[스크랩] 포기하지 마세요

빛속으로 2009. 9. 10. 12:02

 

 




               < 포기하지 마세요 >

 


 나는 수행자들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수행하는 분들 중에는 경전을 독송하고, 염불을 하며, 참선이나, 명상을 하는 이도 있고, 또 철학으로 사주를 뽑거나, 신의 제자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전국의 유명한 사찰을 찾아다니며 부처님께 기도하고, 어떤 사람은 하늘의 신에게 소원을 빌며, 또 어떤 사람은 명산의 산신이나 바다와 호수에서 용왕께 기도하는 사람도 보는데, 드물게는 기도하다가 무슨 잡귀가 들렸는지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사람도 때로 본다,
 사람마다 수행하는 방법과 소원하는 바가 다양하다.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거나 사업이 번창하길 기도하는 사람이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등의 특별한 신통력을 얻으려고 공부하는 사람과 내세에는 좋은 세상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어쩌다 생사를 초월하려고 공부하는 분도 만나는데 그런데 도란 이것이 도라고 할 어떤 표식도 없다. 진리를 깨달았다고 해서 등에 날개가 솟아나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가미가 생겨서 물 속을 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는 것도 아니며, 얼굴에 '이분은 진리를 깨달은 위대한 성인이다' 라고 쓰여지는 것도 아니다.

 머리에 뿔이 솟아나서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것도 아니고 배가 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깨달았다고 해도 깨달은 것이 없는 것이 깨달음이다. 깨달음이란 인간 본래의 성품을 아는 것으로 성인과 범부의 종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일체가 공한 줄 알면 성인이고 권력과 명예와 재물과 모양에 집착하면 범부인 것이다.
 자성을 깨달은 도인은 시비와 선악이 없어서 어쩜 바보와 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수행이 높을수록 깊은 호수처럼 고요하므로 무심하게 만났다 헤어지는 사람들 중에 도인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없으나 생사를 초월한 성인을 만나기란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수행자들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한결같이 수행이란 참으로 힘들고 깨닫는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죽을힘을 다하여 도를 깨닫겠다고 몇 년을 어떤 사람은 몇 십 년을 애쓰고 매달려도 깜깜 무소식이니 너무나 괴롭고 이제는 지쳤다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난 그때가 제일 안타깝고 조마조마 하다. 행여 너무 힘들고 지쳐서 수행을 포기할까봐 서다.
 어느 날 수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이제는 그만 포기할까 한다는 사람을 만났다. 30대 초반으로 짐작되는 그는 머리를 파르라니 깎고 회색 빛 먹물 옷은 입은 수행자였다.

 <나를 찾아서> 화두를 들고 참선을 했지만 내가 누구고 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이제는 아주 지쳤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한 철만 더 열심히 정진해 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포기하고 머리를 기르고 평범하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나 힘들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난감하여 위로의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오후의 햇살에 비친 길손은 많이 지쳐서 혼자 서서 있기도 힘들어 하는 것 같이 생각되어 잠시 앉아 쉬어가기를 권했는데
 나그네는 나의 청을 순순히 받아들여 의자에 맥없이 앉았다. 
 나즈막한 탁자를 마주 하여 모락모락 향이 피는 녹차를 권하며 길손에게 물었다.
 "공부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편할 것 같나요?"
 "공부를 한다는 게 너무나 힘들어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암흑과 같고 너무나 괴로워서 이번에 한번 더 용맹 정진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하산을 하든지 아니면 그냥 편히 쉬어 볼까 합니다. "
 너무 지친 듯 그래서 마지막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길손, 어쩌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인연이 있어서 만난 것이라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이 세상에서 괴롭지 않고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있습니까? 혹시 알고 있으면 알려주세요."
 ",,,,,,,,,,,,,,,,"
 그는 나의 말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 곳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힘든 공부를 고통을 참아가며 욕망을 억제하면서 수행해야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곳이 바로 천국이요, 극락인데요. 그러나 이 세상은 도를 얻기 위하여 수행을 하든 아니면 제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든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괴로움을 피할 곳은 없습니다.
 큰 도를 깨우치기 위하여 뼈를 깎는 듯한 아픔을 참으며 공부하는 고통이나 또 아들딸 낳고 자식을 키우며 가정을 꾸려 사는 것이나 모두 괴로움이 따르고 힘들기는 매 한가지 입니다. 도를 구하는 그것 때문에 특별히 더 괴로운 것은 아니지요.

 해탈 법을 모르기 때문에 삶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인데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세속의 생활이 더 편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가끔 만납니다만 그러나 세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통이 오히려 더 클지 모릅니다."
 그는 마치 모범생처럼 숨소리도 죽여가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하는 일 그 한가지 때문에 괴롭겠지만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에겐 더 많은 근본적인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부부간의 문제, 자식문제, 부모와 형제간의 문제, 친구문제,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간의 갈등,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이나 주부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따릅니다. 복잡하고 미묘한 일들이 산적한데 어느 날에 고뇌가 끝나서 편안히 쉴 수 있는 날이 도래하겠습니까?
 진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나 일상의 욕망을 따라 사는 사람이나 삶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며 이렇듯이 괴롭고 고통스럽기에 열반을 찾아 수행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노력하고 애쓴다.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추구하고, 명예를 쫓으며, 재물을 구하고, 사랑을 찾아서, 끝없는 여행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성품을 깨달아 부처가 되려고 공부하는 사람은 희귀하다. 난 진리를 깨달아 부처가 되려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매우 귀하게 생각하며 각별히 대하는 편인데 수행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처음 만난 길손이 너무 안타까워 다정히 손을 잡으며,  
 "수행하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근심 걱정 고통이 없고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는 열반의 세계에 이릅니다. 그러나 수행하지 않은 사람은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그러므로 현생에 도를 깨우치지 못한다 해도 그래도 멈추지 말고 꾸준하게 공부를 해 나가야 합니다. 바른 법에 의지하여 사는 사람은 삶이 점점 더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는데 그만큼 자신도 모르게 복이 쌓인 거지요.
 그러니 지금 당장은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도를 깨우치는 것이 요원할 것 같다 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소가 한 발 한 발 느린 듯 묵묵히 걷지만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하듯이 멈추지 말고 공부하면 언젠가는 해탈의 언덕에 닿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렌즈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에 검은 자국이 생기고 연기가 나고 불이 피어난다. 그러나 렌즈를 이곳 저곳 옮기면 불이 붙지를 않는다. 렌즈를 옮기지 말고 햇빛을 모아야 불을 얻을 수 있듯이 수행을 멈추지 말고 정진해야 한다고 좌절하는 길손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정진하기를 간곡히 권했는데 차를 마시는 짧은 시간에 그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영롱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젊은 구도자는 감사하다며 합장하여 공손히 인사하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그때가 제일 기쁘다. 마치 전생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기라도 한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니 전생에 나는 많은 분들의 수행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부하라 권하고 열심히 정진하는 수행자를 보면 흐믓하고 기뻐하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주그리기 중에서,,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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