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그리기 중에서

[스크랩] 자유인의 노래

빛속으로 2009. 8. 26. 16:27


 

 

 


      *** 자유인의 노래 ***

 

 


  (1)

 

 깊은 산골짜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도인 형제의 삶이 영상에 담아져 집집마다 거실과 안방의 TV에 방영되었습니다.
 손수 설계하여 지은 허름한 초막 곁에 작은 밭을 일구어서 배추, 무, 쑥갓, 상추, 감자, 옥수수를 심고 가꾸면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도인의 삶이 신기하고 또 숲 속의 공기처럼 신선한 것인지 앵콜 방송까지 되었습니다.
 그들이 세속을 떠나서 살게 된 사연과 형제가 수행하던 천연 동굴의 내부를 보여주고 싸움인지 장난인지 구별할 수 없을 아이들처럼 천진스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탁마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앵콜 방송까지 한 것을 보면 시청하는 분들에게 고향과 같은 감동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산아래 마을에는 누님이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데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형제 도인을 불러서 가계를 보게 하고 또 가끔 동생들이 산에서 내려와 들리면 김치랑 된장이랑 먹을 것을 챙겨주었습니다.

 누님은 동생들이 남들처럼 결혼도 하지 않고 산에 은거하여 사는 것이 안타까운지 반찬거리를 들고 형제가 산으로 가는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오래 오래 시야에서 아련히 사라질 때까지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산에서 산 지도 어언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여 이미 쉰이 넘은 형제 도인은 애잔히 바라보는 누님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하늘거리며 산으로 떠나갔습니다.
 방송국에서 취재 차 온 분이 형제에게 왜 이런 곳에서 사느냐고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도시에서 편하게 사는 건 어떠하냐고 물었습니다.
 긴 머리를 흰 천으로 묶은 동생 도인이 살랑이는 바람결에 수염을 나부끼면서 산골짝을 흐르는 맑은 시냇물처럼 조용하고 차분히 말했습니다.
 큰 강이 흐르는 산기슭의 오두막에 한 촌부가 살고 있었지요. 그는 날마다 강으로 나가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았습니다.
 그물에는 항상 많은 물고기가 들었는데 먹을 것과 시장에 팔아서 생활용품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만큼 만 소쿠리에 담고 나머지는 모두 강에 놓아주었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곁에는 동자가 졸랑졸랑 따라다녔는데 강으로 나갈 때면 으레 동자가 그물을 들고 나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제자가 물었습니다.
 " 스승님, 저, 한가지 물어봐도 되요?"
 "응, 그래, 뭐이 궁금한지 물어 보거라."
 "저,, 그런데 잡은 고기를 먹을 것만 남기고 왜 다 놓아주는 거예요. 많이 많이 잡아오면 안되나요?"
 그러자 스승은 터벅터벅 걸으며 소쿠리를 들고 달랑달랑 따라오는 동자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고기는 많이 잡아서 무어 하게?"
 "많이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지요."
 "시장에 팔아서 무어 하게?"
 "돈을 많이 벌지요."
 "돈은 많이 벌어서 무어 하게?"
 "돈을 많이 벌면 넓은 땅을 사지요."
 "땅은 사서 무어 하게?"
 "대궐 같은 으리으리한 큰집을 짓지요."
 "큰집은 지어서 무어 하게?"
 "하인들을 거느리고 편안하게 살지요."
 "그런 다음은 무어 하게?"
 "편히 쉬면서 가끔씩 강에 나가 고기나 잡아먹으며 살지요."
 "지금 바로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느냐?"

 

 


  (2)

 

 현대의 첨단을 달리는 방송국 PD는 자동차도 없고 왁짝 거리며 으싸으싸 놀 곳도 없는 산 속의 생활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고 느꼈는지 모릅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현란한 거리의 화려한 도심 속에서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누리면서 편리하고 호화롭게 살지 않고 외딴 산 속에서 사는 것인지 그 까닭이 궁금해서 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공해에 찌들리고 바쁘게 허겁지겁 살아가는 도시인의 생활과 대조적인 허허로운 형제 도인의 삶이 자유인의 청량한 노래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높은 고층 빌딩 숲과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은 없더라도 그들이 사는 곳의 밤하늘에는 큰 별 작은 별이 모여서 반짝이며 전설을 이야기하고 자동차의 경적 음과 매연 대신에 솔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며 정다운 산새들이 재잘재잘 노래를 불러 주는데 도인 형제들이 PD의 취향처럼 도심의 토끼장 같은 아파트 생활을 그리워하거나 동경할 까닭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남들 보기에 그들 도인과 별로 다르지 않게 사는 집이나 돈이나 무엇하나 변변한 게 없지만 늘 한가롭고 평온하게 욕심을 놓고는 구름처럼 바람처럼 어쩜 바보스럽게 살아가는 내게 여름이 다 가는 날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향이 피는 연분홍 싱그러운 홍차를 마시며 나라 경제가 어려워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날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으로 가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정보를 쭉 수집해 봤는데 지금 베트남은 칠팔십 년대의 우리나라 상황과 흡사하다며 그 나라는 지금 한창 개발중이라 개발 장비가 많이 필요한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장비들이 한국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거나 폐품이 되어 남아돈다며 우리나라 곳곳에 버려진 고철과 다름없는 농기구나 건설장비를 공짜나 다름없는 싼값에 수거하여 조금 수리해서 그 나라에 수출을 하면 사업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자기가 이런 계획을 말하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은 편하게 살 것이지 이제 나이를 먹고 생고생을 하러 가느냐고 극구 말리지만 한국의 칠팔십 년대를 살아봤기에 그 경험을 토대로 머리를 써서 잘 활용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친구는 거듭 잘 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하며 자기 판단과 계산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계획을 묵묵히 듣고 있노라니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끝없이 불타는 욕망을 듣고 나서 도인 형제가 방송국 PD에게 들려주던 자유인의 노래를 잔잔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큰 강이 흐르는 산기슭의 오두막에 한 촌부가 살고 있었지요. 그는 날마다 강으로 나가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았습니다.
 그물에는 항상 많은 물고기가 들었는데 먹을 것과 시장에 팔아서 생활용품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만큼 만 소쿠리에 담고 나머지는 모두 강에 놓아주었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곁에는 동자가 졸랑졸랑 따라다녔는데 강으로 나갈 때면 으레 동자가 그물을 들고 따라 나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제자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저, 한가지 물어봐도 되요?"
 "응, 그래, 뭐이 궁금한지 물어 보거라."
 "저,, 그런데 잡은 고기를 먹을 것만 남기고 왜 다 놓아주는 거예요. 많이 많이 잡아오면 안되나요?"
 그러자 스승은 터벅터벅 걸으며 소쿠리를 들고 달랑달랑 따라오는 동자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고기는 많이 잡아서 무어 하게?"
 "많이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지요."
 "시장에 팔아서 무어 하게?"
 "돈을 많이 벌지요."
 "돈은 많이 벌어서 무어 하게?"
 "돈을 많이 벌면 넓은 땅을 사지요."
 "땅은 사서 무어 하게?"
 "대궐 같은 으리으리한 큰집을 짓지요."
 "큰집은 지어서 무어 하게?"
 "하인들을 거느리고 편안하게 살지요."
 "그런 다음은 무어 하게?"
 "편히 쉬면서 가끔씩 강에 나가 고기나 잡아먹으며 살지요."
 "지금 바로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느냐?"
 동생 도인이 방송국 사람에게 햇살처럼 들려주던 이야기를 친구에게 천상의 음악처럼 들려주었습니다.

 

 

  (3)

 

 자유인의 청량한 노래를 들려주며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그렇게 살면 될텐데 왜 끝없는 욕망을 쫓아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참 좋은 곡조라고 나의 이야기에 흠뻑 취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것이 좋고 옳은 방법이라 생각은 되는데  실행이 잘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노래라도 처음 들으면 낮설고 서툽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듣고 한 구절 한 구절 따라서 부르다 보면 어느 사이 익숙해져 18번이 됩니다. 그래서 노래방이나 많은 대중 앞에서 멋진 곡을 뽑을 수 있는 것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어 습이 되고 습은 습관이 되며 습관은 삶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이 됩니다. 그렇게 인생은 아름답게 채색되거나 고통과 슬픔으로 추하게 얼룩지기도 하는데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거룩하고 성스런 말이나 글은 반복해서 읽고 들어서 실천해야 합니다,
 오래 오래 보고 듣고 모델로 삼아 생활하다 보면 어느 듯 고귀한 삶이 되어 훌륭한 스승으로 존경받게 됩니다.
 고요히 선정에 든 시간에 빙그레 웃으며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곡차를 나누던 나의 오랜 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 먼 이국의 땅으로 떠날 계획입니다.
 나의 친구며 도반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여기도 사람과의 관계이며 언어가 당장 지장이 있을지 모르나 전생을 반복하면서 산 적도 있을 것이니 곧 익숙해질 거라고 웃으며 슬프지 않게 말합니다. 
 설령 한국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고 죽어서 그곳에서 태어나더라도 그 나라는 불교국가이니 어려서부터 부처님 법을 만나 내생에도 열심히 수행할 작정이라고 이른 가을의 햇살처럼 미소합니다.
 그의 각오가 저토록 굳건하니 곧 베트남으로 떠나갈 것 같습니다. 친구를,,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억 만리에 떨어져 있어도 자유인의 노래를 간직해 잊지 않고 반복해서 부른다면 내생에는 고통과 절망으로 비틀거리며 방황하는 이들에게 우렁차고 감미롭고 현란하게 영혼의 울림으로 자유인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가까이 지내는 분이 조용하고 한가로운 내게 말했습니다.  
 "수행한다는 건 현실 도피가 아닙니까?"

 "왜~ 요?"

 "현실에 당당히 맞서서 살아야 하는데 세상살이가 어렵고 괴롭다구 은둔생활을 하지 않습니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사는 건 세상살기가 힘들다고 피하는 것으로 비겁하고 나약한 행위라 생각됩니다만,, 그렇지 않은가요?"
 세상을 초연한 듯 사는 것에 대하여 그는 정을 듬북 섞어서 질책하듯이 말했습니다. 

 "수행이란 현실을 피해서 은둔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피해서 도망하려는 게 아니라 근심 걱정 고통 두려움이 없는 세상을 찾아가는 행군이지요. 사람들은 늙고 병들고 이윽고 죽는 괴로운 삶을 순종하면서 슬프게 살아가지만 수행자는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는 열반의 세계에 사는 참다운 대장부일 것입니다." 

 라고 그에게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습니다.

 그는 나의 이야기에 수긍하며 머리를 끄덕였는데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흙탕물을 뚫고 올라오지만 진흙이 묻지 않고 더러운 물에 젖지를 않습니다. 연꽃처럼 수행자는 근심, 슬픔, 고통, 두려움, 분노, 증오의 때가 없는 맑고 청정한 삶을 추구합니다.

 수행의 향기는 세상의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고귀하지요. 
 밥 한 그릇을 그리워하는 것이나 진수성찬을 투정하는 불만족은 똑같고 차별이 없으니 게을러서 지붕이 세고 지은 복이 없어서 끼니를 이을 수조차 어렵다면 스스로 채칙을 높이 휘둘러야하겠지만 욕망을 쫓아서 끝없는 고통 속으로 달리지 말고 청빈의 충만한 가난을 즐기며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우주 그리기 중에서,,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글쓴이 : 빛속으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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