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그리기 중에서

티베트의 스승

빛속으로 2009. 8. 31. 12:49

 

 

      * 티베트의 스승 * 

 


 < 제 1 화 >

 

 미국 상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을 나와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 다니는 엘리트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았습니다. 건강한 체질이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진찰 결과를 기다리는데 진단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암이라고 말했습니다.

 암이라는 말에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물었는데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미 암이 온 몸에 퍼져서 수술을 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여인은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면서 오진이었기를 기대하며 다시 정밀 진단을 받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찾아간 병원마다 이미 암이 온 몸에 퍼져서 수술을 해도 살 가망이 없다는 한결같은 대답이었습니다. 

 한창 나이에 죽을 걸 생각하니 슬프고 통탄스러웠습니다. 이와 같은 끔찍한 일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 자기에게 닥쳤는지 괴로워하며 고민다가 가끔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과 의논해 보기로 했습니다.
 목사님에게는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하며 교회에 가서 목사님을 만나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특별한 방법은 없고 다만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해 보라고 혹시 성령을 입어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이 열심히 기도해 보라는 말에 뜸하게 찾아가던 교회에 매일 아침부터 찾아가서 밤늦게까지 하나님과 예수님께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교회당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병은 차도는 없고 고통은 점점 심화되어갈 뿐이었습니다. 치유될 기미가 없고 오히려 자꾸 악화되어가자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도 단념하고 자포자기하여 절망했습니다.
 한창 나이에 죽는다고 생각하니 원통하고 슬퍼서 한숨과 눈물로 방황하다가 어느 날 티베트의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룩한 영혼이라는 말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그분을 찾아가 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녀는 절망으로 일그러진 슬픔과 괴로움을 안고 실낱같은 한줄기 희망을 쫓아서 멀리 티베트의 스승을 찾아가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승은 울상인 여인의 방문을 받고 근심 어린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첫 눈에도 자상해 보이는 스승에게 울먹거리며 서럽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하소연했습니다.
 "제가요,,(훌쩍),, 불치의 병으로 이제 얼마 못 산다는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받았습니다. 어떡하면 좋을지 몰라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죽는다고 하니 너무도 억울하고 원통하고 슬픔니다. 어찌하면 좋을지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훌쩍,훌쩍,)" 
 하고 싶고 해야할 일이 많고 많은데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원통하고 슬퍼서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런데 스승은 여인의 말을 심각하게 경청하고 나서 껄껄 웃었습니다. 
 그녀가 암으로 곧 죽는다고 하는데 대수롭지 않게 껄껄 웃으니 이상했습니다. 세계 제일의 병원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의사로부터 곧 죽는다는 사망신고서를 받고서 너무도 슬프고 괴로워서 상담을 받으려고 온 사람에게 위로는 못할 망정 너털 웃음을 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리둥절한 여인에게 티베트 스승은 어버이처럼 자상하게 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지요.
누구나 모두가 다 죽는데 조금 일찍 죽고 조금 늦게 죽는 것이 무슨 그리 슬픈 일이랍니까? 모두가 다 죽는데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죽는다고 해서 그토록 슬퍼할 일은 아니니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스승의 진실한 말을 묵묵히 듣던 여인은 모든 사람이 다 죽는데 자신이 조금 일찍 죽는다고 해서 그렇게 슬퍼하거나 원통해야할 일은 아니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서 스승님 심부름도 하고 가르침을 배우면서 하루 하루를 즐겁고 평화롭게 맞이하며 살았지요. 그런데 병원에서 곧 죽는다고 하던 그녀의 불치의 병이 저절로 나아서 오래 오래 장수했다고 합니다.

 

 

< 제 2 화 >

 

 티베트에 훌륭한 스승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온 나라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르침을 받으려고 찾아왔습니다.
 가르침을 받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어릴 때 입문한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스승님 말씀을 어기는 일 없이 잘 따랐을 뿐만 아니라 언행이 바르고 영특하여 경전 공부도 잘 따라서 배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스승님의 문하에서 공부하던 동자는 어느 듯 훌륭한 청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자의 일거일동을 유심히 지켜보아 오던 스승께서 하루는 그를 조용히 불렀습니다.
 "얘야, 오늘은 나와 함께 산보나 가자꾸나. "
 존경하는 스승께서 단둘이 산보를 가자고 하니 제자는 매우 기뻐하며,
 "예."
 하고 얼른 대답하며 스승님 뒤를 졸랑졸랑 따라 나섰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는 화창한 봄날 이었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서 산등성이로 오르는 산책로에는 봄을 맞아 울긋불긋 여러 가지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나고 산들바람을 맞으며 걷는 아름다운 숲길에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래 소리가 정다웠습니다.
 스승은 경사가 완만한 산등성의 파란 풀밭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곳에 이르러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주위에는 노란 꽃, 빨간 꽃, 파란 꽃,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고 부드러운 능선이 멀리까지 넓게 트여 시원하면서도 고요하고 아늑하며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곳 이였습니다.
 스승은 풀밭에 팔베개를 하고 자연스럽게 벌렁 누었습니다. 그리고 제자에게 자신처럼 편안하게 누우라고 말했습니다.

 제자는 스승을 따라서 팔베개를 하고 옆에 가만히 누었습니다.

 따스한 봄볕은 두 사람을 다정히 비춰주고 산들바람은 살랑살랑 흥겹게 스쳐갑니다.
 한참을 평안하게 누워 있던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하늘에 둥실 떠가는 구름이 보이느냐? "
 맑은 하늘에 둥실 떠가는 흰구름을 보며 말했습니다.
 "예, 구름이 보입니다. "
 라고 제자는 대답했습니다.
 스승님은 또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새소리가 들리느냐? "
 스승은 나뭇가지에 앉아서 고운 음성으로 노래하는 산새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었습니다.
 "예, 새소리가 들립니다. "
 "나는 너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아무 것도 없단다. 파란 하늘에 둥실 떠있는 뭉개 구름을 보고 너처럼 지저귀는 저 산새의 노래 소리를 들을 뿐이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자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너에게 가르칠 것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없고 다만 너처럼 흘러가는 구름도 보고 새소리를 듣는 것이 전부다 라는 스승님의 말씀에 드디어 지혜를 완성했습니다.
 제자는 스승께 큰절을 올리며 감사의 눈물 기쁨의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세상에 이처럼 고귀한 눈물이 또 있을까요. 괴로움도 슬픔도 걱정도 없고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음이 없는 마음의 고향을 찾은 성자의 탄생이니 스승의 은혜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할 것이며 또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거대한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하였던 진시황제는 죽지 않고 오래 오래 살고 싶어서 불로장생의 비법을 찾았습니다. 산천 초목이 벌벌 떠는 막강한 권력의 힘으로 불노장생의 비법을 찾았는데 우리나라까지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했으니 천하를 다 샅샅이 뒤진 셈이지요.

 그러나 천하의 영웅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만 백성이 무릎을 꿇어 받드는 위대한 황제도 끝내 불노장생의 비밀을 풀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세상의 비밀스런 법과 장생의 약을 구해서 먹었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오십 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젊은 수행자는 위대한 황제도 찾지 못한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불로장생의 진리를 깨달았으니 이 얼마나 장한 일입니까.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스승께선 보고 듣는 이것 뿐이라고 했습니다.

 삼척 동자도 구름을 보고 새소리를 듣는데 이렇게 단순한 진리를 모르고 옳고 그름과, 좋아하고 미워하며, 선과 악에 허깨비의 춤을 춘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지요. 모두 놓고 지금 막 태어난 것처럼 천진스럽게 푸른 들판에 누워서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뭉개 구름을 보고 지저귀는 산새들 노래 소리를 들어 보시구려,
 앗!

 

 

    우주그리기 중에서,,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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