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끝마다 영롱한 이슬방울

신문

빛속으로 2009. 1. 30. 12:27

 

  

 

낮선 분이 찾아와서 흰 봉투를 내게 주었다.

"이게 뭡니까?"

"봉투에 0마트 상품권이 들어 있습니다."

상품권을 공짜로 주는 듯한 그에게

"근데 이걸 왜 내게 주는 겁니까?"

의아해서 물으니 그는 어느 신문사에서 왔다고 말했다

상품권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안 봅니다."

내가 신문을 안 본다고 하니 그는 인심을 쓰듯 말했다. 

"4개월을 무료로 넣어드릴게요."

"신문 안 봅니다."

"그럼 1개월을 더 연장하여 드릴게요. 무려 5개월을 공짜로 넣어 드리는 겁니다."

파격적인 선심을 쓰듯이 말하면서 그 신문의 장점을 쭈욱 나열하면서 이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쓴다며 술한잔 마시지 않은 셈치고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신문을 봐달라고 타당한 이유와 적당한 명분을 들어가면서 꼭 봐달라고 사정했다.

그의 말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정중히 거절하며 말했다.

"이 신문뿐만 아니고 모든 신문을 다 안 봅니다."

진드기처럼 매달리는 그에게 모든 신문을 보지 않는다며 계속 말씀해도 들어줄 수 없으니 다른 집에 가보라고 권했다.

그의 손을 잡고 사정을 설명하며 거절하자 마지못해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면서, 

"전에는 신문을 봤지 않았습니까?"

"예, 전에는 봤지요."

"신문 보지 않으면 답답하지 않습니까?"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신문을 보지 않으면 잡다한 기사를 보지 않을 수 있어서 오히려 편안하답니다."

그는 나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나갔다. 

사람들은 신문을 보지 않으면 큰 일인 줄 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중독처럼 제일 먼저 신문을 펼쳐든다.

세상이 배설한 것을 빠뜨리지 않고 하나하나 읽으며 안타까워하고 좋아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며 또 욕설도 하면서 세세히 흩어보지만 세상의 일에 무심하면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지 잘 모른다.

<진실한 것은 마치 거짓처럼 보이고, 진실하지 않은 것은 마치 진실처럼 보인다>라고 도덕경에서 노자가 말씀했으며 반야심경에 <원리전도몽상>이라는 구절이 있다.

범인(凡人)들 눈에는 진실과 거짓이 뒤집혀서 거꾸로 서 있는 것을 바르다고 보는 견해를 비유하는 말이다.

꿈속에서는 그것이 꿈인 줄을 전혀 모른다. 꿈에서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는 모든 것을 참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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