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무고집멸도-2)

빛속으로 2008. 3. 12. 11:52

 

 

2007년 1월 26일

 

부처님이 깨달은 성도절 철야정진이 있다고 무명보살은 어제 오후에 동료들과 신흥사에 갔다가 오늘 새벽 5시경엔가 집으로 돌아 왔다.

어제 오후 6시 저녁 예불을 마치고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장장 6시간을 오직 참선만 하다 왔다며, 절이나 염불 등 다른 것도 섞어서 운용하지 참선만 하니까 다리가 아파서 혼이 낫다고 투덜거렸다.

그렇게 좋은 것을 하고 와서 투정이냐고 웃으며 내가 말하니 절하는 것보다 참선하는 것이 더 힘든 것 같다구 했다. 한시간씩 쉬었다가 참선을 하는데 다리가 아파서 고통스러운데 그런데 어찌나 시간이 안 흐르던지 마지막 5시간 째는 무척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언젠가 참회원에서 삼천배를 하고 땀에 흠벅젖어 새벽녁에 돌아와서 무척 힘들더라 했는데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참선하는 것이 절하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 했다. 

보살의 말에 공부에는 참선만한 게 없다고 처음은 힘들어도 익숙해지면 그보다 편하고 안락한 게 없다고 말하면서 불교대학생들을 포함해서 다른 분들도 많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혹시 조는 사람은 없었는지 물었다.

다들 벽을 보고 앉았으니 둘러볼 수는 없지만 더러 코를 고는 소리도 들리더라고 말하며 그래도 자기는 졸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아내에게 이름이 없다는 뜻의 무명(無名)보살이라고 부르기는 하나 이미 이름이 없는 무명(無名)은 아니다.

작년 12월 불교대학의 일학년 종강하는 날 법명을 두 개나 가지고 왔다. 여테 절에 다녀도 아직 법명 하나도 없나고 놀리던 내게 법명을 두 개나 보여주며 히히 웃었다.

"왠 법명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가져온 거야?"

하고 내가 물으니

"연말 철야 법회 때 일부 학생들의 법명을 지어놓았는데 전체 학생들의 법명을 지으면서 이미 지어 놓은 것을 모르고 또 법명을 지었대요. 아직도 법명이 없냐고 한 말을 스님이 알고 바쁜 와중에 두 개씩이나 지어준 모양이지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1학년 수료증에서 나현(奈鉉)과 지혜수(智慧秀) 두개의 법명을 놓고 어느 것이 좋으냐고 함박꽃 미소를 지으며 물었는데 학생들 사이에선 우리집 상호를 따서 여래보살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갑자기 이름이 세 개나 생긴 셈인데 내가 부르는 무명(無名)까지 합하면 넷이나 되므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몇 개나 되는 이름을 가지고 철야 참선을 하고 온 보살은 졸립다고 틈만나면 쿨쿨 졸고 잤다.

전에는 나도 철야 정진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는데 요즘은 집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한가롭게 보낸다.

경허스님의 상좌인 수월스님이 오대산에 머물 때다. 수월의 명성을 듣고 황궁의 궁녀들이 찾아와서 수월스님은 어디 계시냐고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장작을 패면서 저쪽에 계신다고 손으로 가르치므로 궁녀들이 가르친 곳을 향하여 몰려갔는데 그가 바로 궁녀들이 찾는 수월도인이었다.

입에 풀칠하며 먹고 살기도 어렵던 시절에 황궁에서 공양물을 잔득 싸들고 찾아왔으면 당연히 내가 아무게요 하고 선듯 나설 테지만 무심(無心)한 도인에게 무슨 이름이 있고 공명심이 있겠는가.

 

 

( 본문을 이어서 쓴다 )

싯다르타는 네란자라 강으로 걸어가서 깨끗이 목욕을 하고 수자타 처녀가 올리는 우유를 받아마시고 보리수 나무 아래에 앉으며 여기서 깨닫지 못한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고요히 명상에 들었다.

그런데 깊은 명상에 들자 태자의 몸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빛은 하늘로 솟아 타화자재천 하늘 궁전에 이르자 궁전이 마구 흔들렸다. 타화자재천왕 파순은 궁전이 흔들리자 깜짝 놀라서 무슨 까닭인지 살펴보았는데 그것은 싯다르타의 몸에서 나오는 빛으로 그가 곧 깨달아 성자가 될 것임을 알았다.

마왕은 싯다르타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서 성자가 되려는 것을 알고 그의 깨달음을 방해하기 위하여 자신의 딸과 천상의 여인을 곱게 치장하여 태자를 유혹케 했다.

마왕의 명을 받은 천녀들은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든 싯다르타에게 다가와서 그의 주위를 돌며 반나의 매혹적인 몸매로 현란한 춤을 추며 젊음은 오래 가지 않는다며 마음껏 쾌락을 즐기자는 유혹에 젊음은 시드는 꽃과 같아서 곧 늙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며 물리치니 천녀들은 감탄을 하면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천상의 꽃을 뿌려주고 하늘로 돌아갔다.

싯다르타가 천녀들의 유혹을 물리치자 파순은 하늘 용사들을 데리고 그에게 다가가서 귀에 속삭였다.

"내가 그대를 이 세상을 통치하는 위대한 전륜성왕으로 만들어 주겠다. 또 그대가 원하는 무엇이든 다 이루게 해줄 것이니 이제 수행을 포기하거라.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데 수행할 필요가 있겠느냐?
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며 수행을 멈추도록 회유했다.

그러나 싯다르타가 수행하는 목적이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는 열반이므로 마왕의 파격적인 제의에도 불구하고 거절했다. 어이 없게 거절당하자 마왕파순은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아 불화살과 번개로 태자를 공격했다. 그런데 불화살과 번개불은 싯다르타의 몸 가까이 이르자 모두 꽃으로 화하였다. 

마왕은 온 힘을 다하며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으나 모두 무위로 끝나자 마침내 무릎을 꿇어 항복하고 백기를 펄럭이면서 돌아갔다.

마왕 파순의 항복하고 돌아간 5일째 되는 2551년 전 오늘 12월 8일(음), 싯다르타는 동쪽에서 떠오르는 샛별을 보면서 진리를 깨달아 정각을 이루니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이다.

불법은 너무 미묘하여 사람들에게 말해도 알아들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조용히 열반에 들려고 하였는데. 그 때 하늘의 범천왕이 나타나서 가여운 중생들을 위해서 불법을 설해 줄 것을 부처님께 간청했다.

범천왕의 권유로 법을 전할 인연을 사유해 보니 싯다르타가 스승으로 모시던 아라라와 웃다카 선인은 말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함께 수행하던 교진녀 일행을 찾아가서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와와 12인연과 삼법인을 설했는데 그들은 부처님의 법을 듣자 곧 깨달아서 모두 성자의 지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