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듬으며 명상일기

[스크랩] 성묘와 제사

빛속으로 2015. 9. 21. 12:09


  어제는 장인어른 제삿날이라 친척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어울려서 술을 거나하게 나누고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제사를 지내면 죽은 망인이 와서 차린 음식을 먹느냐고 하던 언젠가 누군가의 얘기가 떠오른다.

  추석이면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는데 자신의 뿌리인 조상 산소를 찾아가서 성묘하고 음식을 차려 놓는다.

  그런데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면 정말 망인이 와서 먹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조상묘를 잘못 써서 재앙이 발생했다며 산소를 이장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무덤을 파 보니 물이 찼다든가 나무뿌리가 관을 칭칭 감고 있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죽은 후에 자손이 만들어 준 어두운 땅속 무덤 안에서 살지라도 난 죽은 후에 땅속에서 썩는 시체와 동거하며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살이 썩는 악취가 진동하고 밀폐된 캄캄하고 좁은 공간에서 답답하게 지내다가 이따금씩 후손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으며 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게 구차하게 살기는 싫다.

  썩어가는 몸뚱이를 나라고 생각해서 집(관)에 물이 들어온다며 후손을 찾아가서 생떼를 쓰고 그래도 모른 척하면 화풀이로 재앙을 주면서 관 속의 죽은 몸에 집착을 한다면 참 어리석은 영혼이다.
  죽으면 바람 기운이 떠나가므로 몸은 움직이지 않고, 따스한 불기운도 꺼져서 싸늘하며, 불러도 의식이 없고, 피와 고름은 흘러 물이 되며, 살과 뼈는 흙으로 돌아가는데 제각각 흩어지면 무엇을 나라고 하겠는가?
  몸뚱이는 흙 물 불 바람 4요소의 인연으로 이루어졌을 뿐 참다운 ‘나’란 팔, 다리, 머리, 가슴, 뱃속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부질없이 죽은 몸뚱이에 애착하며 괴로워하는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기의 참모습(自性)을 안다면 결코 땅속에서 신음하지 않을 것이다.
  죽으면 몸은 흙 물 불 바람으로 환원하고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업장만 남는데 그것을 영가, 영혼, 혼령, 신, 귀신이라 부르며 좋고 나쁜 업을 따라서 천상, 아수라, 인간, 축생, 아귀, 지옥에 태어난다.

  형상이 없어서 볼 수는 없으나 없는 것은 아니며 각자의 몸을 끌고 다니던 주인공으로 제사에 참석할 수도 있고 이미 다른 세계로 가서 못 올 수도 있다.

  혼령이 오든 안 오든 나를 낳아서 길러준 은혜를 생각하며 명복을 빌고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올린다면 갸륵한 행이다.

  만약 혼령이 와서 음식을 받고 기뻐하면 더욱 좋은 일이며 음식이야 어차피 산 사람의 몫이니 집안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화합과 친목을 다진다면 여기에 무슨 잘못이 있고 허물이 있겠는가.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제사는 귀신을 섬기는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며 집안에 불화를 일으킨다.

  부모는 나를 세상에 낳아서, 음식을 먹여주고, 옷을 입혀주며, 현명해지라고 어려운 형편에도 공부시키며,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노심초사 애쓰며 길러주셨던 최고의 수호신이며 보호자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지켜주고 보살펴주던 수호신이며 보호자인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고마운 뜻을 기리기 위하여 정성으로 음식을 차려놓고 예를 올리는 것을 우상숭배라 하는 것은 해괴한 논리다.

  남의 나라 신화를 숭배하면서 제 부모의 넋을 배척하는 행태야말로 하늘같은 은혜를 저버리는 배은망덕이 아닐까,,,?

  

 

               <천상의 무지개> 수필집 중에서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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