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그리기 중에서

[스크랩] 불의 심판 논(論)

빛속으로 2014. 12. 18. 13:28

 

 

 


        * 불의 심판 논(論) *

 

 어느 날 검정 색 가방을 든 두 사람이 찾아와서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를 하고 말했다.
 "저희들은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전해 주려고 들렸습니다. "

 "저는 불교를 믿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가서 말씀 전해주세요, "
 나도 예의를 갖춰 정중히 거절했다.
 "그래도 괜찮으니 잠깐만 이야기하고 싶은데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시면 안되나요? " 
 이들처럼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고 싶다며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찾아와서 이야기해 본 적이 있으므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므로 사양하는데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가가호호 방문을 하여 집요하게 강요하듯이 선교를 하는 그들의 활동이 종종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변두리까지 찾아가서 마다하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머리를 내두르며 말도 못 붙이게 피한다는 이야기도 듣기는 하지만 나는 먼저 불자임을 밝히고 대화를 양보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면 거절하지 않는다.
 불자라며 정중히 사양하는데도 상관 없으니 잠깐만 이야기할 시간을 내어주기를 거듭 간절히 청하므로 나는 그들에게 의자에 앉기를 허락했다.
 두 사람은 나의 자비심(?)에 매우 기뻐하며 고맙다고 재삼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찾아온 두 사람 중에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쯤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 세상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만드셨습니다. 인간을 만들고 우주의 만물을 다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창조주인 여호와 하나님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므로 그분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여호와 하나님은 무한한 절대적인 능력이 있어서 모르는 것이 없고 할 수 없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 얼마나 위대하며 놀라운 일인가!

 그는 우주의 만물을 창조한 신을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부른다며 우리들을 창조한 여호와를 찬양하고 믿고 따라야 한다고 우렁찬 목소리로 학교 운동장에서 웅변을 하듯이 열변을 토했다.
 정말로 그의 주장처럼 여호와가 사람을 만들고 우주의 만물을 낱낱이 다 만들었다면 당연히 창조주 여호와를 믿고 따르며 찬양해야 할 것이다.

 강아지는 밥 주고 재워주고 귀여워 해주는 집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어디라도 다녀오면 반갑다고 꼬리를 치며 애교를 떠는데 자신을 만든 창조주 하나님이야 더 논할 필요가 있겠는가. 창조주를 받들어 모시지 않고 믿고 따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괴이한 일일 것이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 그런데 창조주께서는 자신이 만든 인간들이 창조주 여호와를 믿지 않고 그 말씀을 따르지 않으므로 전에는 물로써 심판을 했는데 앞으로 오는 세상에는 불로써 심판합니다. 불의 심판이 있을 때에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옥 불에 떨어져 죽습니다. 오직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자 만이 살아 남을 수 있으니 하나님을 믿고 그 말씀을 따르세요! "
 열변을 토하는 확신에 찬 그의 믿음은 대단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모순이 있었다.
 조용한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 세상 만물을 다 만들었으며 그의 능력은 무한하여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것이 없다면 신을 믿고 말을 잘 듣는 사람만 만들고 신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을 사람은 애초 만들지 말았어야할 것인데 이제 와서 창조주를 믿고 따르지 않는다 하여 전에는 물에 빠뜨려 죽였고 앞으로는 불에 태워 죽이겠다는 것입니까? "
" 창조주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여호와는 불로써 심판하여 죽이려는 것입니다. "
 내 말에 기가 조금 죽은 듯이 어물거리며 음성을 낮추어 대답했다.
 "참으로 이상하고 괴이한 일입니다. 모르는 것이 없고 할 수 없는 것이 없다는 창조주가 자신을 믿지 않고 말을 따르지 않는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입니까?
 예상을 못했다면 여호와의 능력은 전지 전능하지 않지요. 만약 믿고 따르지 않을 것을 알고도 인간을 만들어서 전에는 물에 빠뜨려 질식시켜 죽였고 이제는 또 불에 태워서 죽이겠다고 한다면 여호와는 얼마나 잔인하고 몹쓸 신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여호와 하나님의 실체라면 존경하고 받들어 모실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어버이가 자식이 말을 듣지 않고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아들과 딸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불에 태워 죽인다고 한다면 어떠하겠습니까, 그러한 부모가 존경받을 수 있으며 또 친부모가 맞겠는지요? 부모가 아닌 원수거나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닐까요?

 그러한 사악한 늑대에게 어찌 자신의 손발을 스스로 꽁꽁 묶어서 맡길 수가 있겠습니까!"
 " ,,,,,,,,,,,,,,,,,,,,,,,,,,,,,, "
 "그러한 짓은 선량한 부모는 차마 못하며 만약 자식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또 불에 태워서 죽이는 그런 흉악한 짓을 하는 부모가 있다면 마땅히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감옥에 가며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여호와 신은 한 두 사람을 본보기로 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전에는 물에 빠뜨려 죽이고 그래도 분이 안 풀려서 이번에는 몽땅 불에 태워 죽이겠다고 위협을 하니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전지전능한 창조주라면 행복하고 즐거운 낙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데 질병과 전쟁과 고통의 세상을 만든 자신의 과오는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 때문에 괴롭게 살아가는 (그가 만들었다는)피조물인 사람들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불에 태워 죽이겠다고 협박한다면 여호와는 과연 어떤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겠습니까? " 

 ",,,,,,,,,,,,,,,,,,"

 신은 죽었다고 니체가 말했다. 서양인들이 받들던 신은 죽었다고 니체는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런데 그들은 신의 시체를 들고서 이집 저집 돌며 살리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누가 어떤 종교를 믿건 또 안 믿건 그건 그의 자유 의사다. 무엇을 믿든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간섭할 이유가 없는 온전히 자유로운 선택이며 자유로운 선택은 침해받지 않고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덕적인 사람은 말 할 것도 없고 악한조차 차마 못할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신이 여호와라면 설령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의 위협에 굴복하여 따르고 복종하더라도 난 결코 복종하여 따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호와는 전지전능하지 않고 훌륭한 창조주도 아니며 존경해야할 성스럽고 거룩함이 없지 않은가! 모순과 협박이 있을 뿐이니 현명한 사람은 결코 따르지 않을 것이다. 
 믿는 관점에 따라서 생각과 말과 행동에 차이가 나므로 인과가 달라져서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괴로움, 기쁨과 슬픔, 부귀와 빈천이 사람마다 다르다. 원인에 대한 과보는 비켜가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독선적 맹신은 눈을 감고 험한 신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되면 서둘러서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지구는 평평하다 했고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갈릴레오는 지구가 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들의 교리에 어긋난다며 이단이라고 하여 그를 처형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다 알다시피 지구는 평평하지 않고 둥글며 지구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며 자전을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
 ",,,,,,,,,,,,,,,,,,,,,"
 두 사람에게 넘치던 기상과 기개는 어디로 사라지고 얌전하게 듣고 있었는데 지동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어리벙벙하며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 했다.
 "여기에 100점 만점에 100점 짜리 답안지가 있고 또 100점 만점에 80점 짜리 답안지가 있습니다. 그러면 두 답안지 가운데 어느 것이 완벽한 답안지라고 하겠습니까? "
 "그야, 100점 짜리 답안이 완벽한 모범 답안지가 아니겠어요 "
 "예 그렇습니다. 100점 만점에 100점 짜리 답안지만이 완벽한 모범 답안지가 될 수 있는 것이며 80점 짜린 모범 답안지가 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마찬가지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함이 없어야 진리라고 할 수 있으며 옛날에는 맞았는데 지금은 맞지 않고 지금은 맞는데 미래에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렇게 시대와 장소에 따라 바뀌고 틀린다면 진리라 할 수 없지요.
 진리란 노인이나 어린이나 빈자나 부자나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누구에게나 차별이 없고 바르고 공평하고 평등해야 합니다. 처음의 뜻도 좋고 중간의 행도 바르며 그 결과도 좋아야합니다. 한결같이 바르고 좋아야 참으로 믿고 따를 만한 위대하고 거룩한 진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아직 불교에서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변하는 가르침을 말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되어 부득이 바꾸어야 하는 허황한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
 말을 마치고 나는 침묵을 지켰다.
 두 사람도 아무 말이 없었고 한참 침묵이 흐른 후 처음부터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말을 꺼냈다.
 "불교를 믿으신 지 오래 되셨습니까? "
 "예, 이십 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만,,. "
 "그렇군요, 저두 전에는 성철스님을 찾아뵙기두 했어요. "
 "우리는 배우며 살아갑니다. 모르는 것은 배우고 아는 것은 가르쳐 주며 함께 길을 가는 동반자입니다. 저도 진리는 무엇이며 사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오랫동안 공부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며 이것이 결코 작은 인연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대화가 선생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그는 성철스님을 찾아뵈었다고 했다. 스님을 만나려면 삼천 배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으니 법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절을 하였을 것이다. 삼천 배를 하려면 무척이나 힘들어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삼천 배를 하고 선지식을 만나 걸 보면 불법과도 인연이 깊은가 보다.
 그런데 왜 여호와의 불의 심판 논(論)을 들고 찾아왔는지 모르나 내가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자 그는 마음을 열고 물었다.
 "불교는 참 어려운 것 같은데요. 무엇을 불교라 합니까? "
 "불교에는 부귀영화의 복을 구하는 기도법도 있고 천상에 태어나는 법과 부처님 세계에 태어나는 염불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의 진수는 근심 걱정 괴로움이 없고 늙지 않고 병들지 않으며 죽음이 없는 열반에 이르는 가르침입니다. "
 "그 세계에는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나요? "
 "물론 부처님 가르침대로 공부하면 누구나 다 그곳에 이를 수 있습니다, 깨달음이란 나의 자성을 밝게 아는 것이고 불생불멸하는 나를 분명하게 안다면 지금 곧 해탈이고 열반이니 천하에 쉽습니다. 그러나 알지 못한다면 부지런히 수행해야 하며 그건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달린 것이지요."
 열반에 이르는 길에는 팔정도(八正道)가 있다.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 바른 생활, 바른 노력, 바른 기억, 바른 선정이다.
 1)바른 견해란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로 생노병사의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원인인 집착(集)과, 괴로움이 소멸된 열반(滅)과, 열반에 이르는 팔정도(道)을 밝게 아는 것이며,

 2)바른 생각이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버리고,

 3)바른 말이란 거짓말 이간질 악담을 하지 않으며,

 4)바른 행동이란 살생 도둑질 사음을 않으며,

 5)바른 생활이란 나쁜 직업을 갖지 않으며,

 6)바른 노력이란 악을 따르지 않고 착하고 바르게 살며,

 7)바른 기억이란 나태하지 않고 오롯하게 뜻을 세우며,

 8)바른 선정이란 마음이 혼란하지 않고 고요한 적멸에 머무는 것이다.
 나의 어눌한 설명에도 그는 좋은 말씀을 해주어 감사하다며 공손하고 정중히 인사하고 떠나갔다.

 가난한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은덩이를 만났다. 그들은 매우 기뻐하며 은덩이를 등에 가득 짊어지고 걸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덩이가 길가에 놓여있었다. 금덩이를 보자 한 사람은 은덩이를 버리고 얼른 금덩이를 지고 기뻐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여태껏 힘들게 지고 오던 은덩이가 아까워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은덩이를 지고 끙끙 거리며 걸어갔다.

 지혜로운 사람은 진리의 길에서 진귀한 보배를 얻을 수 있다.

 

 

    우주그리기 중에서,, 윤철근

 


       

출처 : 도솔천 명상센타
글쓴이 : 빛속으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