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향 친구에게

봄 눈

빛속으로 2010. 4. 26. 12:25

 

 

봄 눈 / 각우 윤철근

 

 

철모르는 아이처럼

삼월 이른 봄에

눈이 내린다

하얀 꽃잎이 펄펄 날린다.

 

도시가 싫다고 산으로 떠나

사람이 그립다고 한숨짓던

외딴 띠집의 오솔길에도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눈뜨고 있었는데 코를 베갔다던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 위에도

다소곳한 장독대에도

하얀 눈이 소리없이 쌓여간다.

 

무명(無明)의 집에서

근심 슬픔 사랑 질투 분노 욕망,,,

망념들이 창문을 열고

하얀 꿈을 꾼다.

 

흐르다 멈춘 시간처럼

산과 들과 시내와

나무와 바위도 고요하고 평안하게

반짝이는 하얀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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