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향 친구에게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빛속으로 2010. 3. 12. 13:28

 

 

<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 

 

 

어제 오후에 법정스님이 입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분들이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쉬워하며
극락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기원했습니다.
난 그분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거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스님은 맑고 검소하며 향기롭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맑고 청빈하며 진실하고 향기롭게 사신 분은
이승의 몸을 버리고 저승에 가도
맑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세상에서 태어나므로

그래서 내가 슬퍼하거나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이며

맑고 향기로운 인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오히려 나 자신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합니다.

 

류시화 시인은 그의 홈페이지에 법정스님의 유언을 공개했다고 합니다.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을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에 뿌려 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

지난해 6월 가까운 사람 서너 명을 불러서 절절한 감동의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는 죽을 때 농담을 하며 죽을 것이다. 만약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 몸에 매단다면 벌떡 일어나 발로 차 버릴 것이다" 라며 20여 년 전부터 법정스님이 하던 말씀도 소개해주었습니다.

조계종에서도 법정스님의 높은 뜻을 받들어서 최대한 간소하게 장례를 치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약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 몸에 매단다면

벌떡 일어나서 발로 차 버릴 것이다 라는 스님의 말씀은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하며 상쾌한가요.

나도 다만 목숨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하여

몸에 거추장스러운 장치를 다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낡은 수레처럼 늙고 병이 깊은데

호수를 꼽고 이상한 장치를 달며 해괴한 짓을 한다면

스님처럼 벌떡 일어나서 거추장스런 물건들을 걷어찰 생각입니다.

 

내가 지금 의탁하여 사용하는 지수화풍으로 이룬 이 몸뚱이란

연약하고 견고하지 않아서 백년도 살지 못하는 

육척도 안 되는 작은 안의 몸입니다.

반면 삼라만상이 가득하고 끝없는 우주는

이 몸보다 훨씬 견고하여 수명이 한량 없으며 

크고 광대한 밖의 몸입니다.

작고 견고하지 못한 이 몸을 버리고

광대하고 견고한 우주의 몸을 갖는다면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까닭이 없을 것입니다.

 

왠지 아무 말도 더 하고 싶지 않으며

다만 침묵으로

맑고 향기로운 분께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예배를 올립니다,

 

향을 사르며 각우 윤철근

 

 

'옛 고향 친구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의 시간  (0) 2010.03.29
선악의 낚시바늘  (0) 2010.03.17
가장 큰 기쁨과 행복  (0) 2010.03.07
자기가 만든 세상  (0) 2010.03.02
해탈  (0) 201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