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끝마다 영롱한 이슬방울

바람을 보세요!

빛속으로 2009. 2. 23. 12:47


  


우리 집 앞 공터에서 이웃에 사는 사람이 지인과 무슨 이야기인지 손과 발을 휘저으며 껄껄거리며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낮선 사람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러자 동네 분은 우리는 이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서 내가 있는 곳을 가르치며 주인에게 말하라고 귀찮은 듯 말했다.
나는 방안에 있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인가 하여 문을 열고 나왔다. 처음 대하는 낮선 분들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나서 말했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러온 사람입니다."
가방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어 내밀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그들이 여호와를 선전하러 온 사람인 줄 비로소 알았다.
나는 그들이 내미는 책을 받지 않고 물었다.
"여호와가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말을 믿습니까?"
"그럼요. 믿지요."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손님들은 여호와를 하나님이라 칭하는데 여호와라 해야지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되지요."
"아니 하나님이라고 하면 왜 안 되다니요, 하나님을 무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하나님이란 하늘에 계신 분이라는 뜻이 아닌가요?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웅과 같은 하늘님도 하나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하늘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에 나오는 분은 여호와라고 해야지 하나님이라고 모든 하늘 신들을 대표해서 표현하면 안 되겠지요. 성경에 있는 그대로 여호와나 야훼라고 칭해야 바른 표현일 것입니다." 
"예, 하늘에는 신이 한 분만이 아니고 많이 있으니 그 말은 맞는 것 같아요."
두 사람 중에 한 분이 내 말에 동의했다.
일행 중에 다른 사람은 불만인 표정이었으나 반론을 할 처지가 못되었는지 묵묵히 있었다.
"성경에 여호와가 하늘을 만들고 땅을 만들고 세상 만물을 말로써 다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지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생성되었다고 확실한 자료를 가지고 증명하였는데 손님들은 태양과 달과 지구가 하루만에 창조되어졌다고 믿습니까?"
그들은 내 말에 우물쭈물 하다가 말했다.
"성경에서 우주를 만든 것은 6일이라고 하는데 6일 이라는 것은 인간세상에서의 6일이 아니고 1일이 우리 인간세상의 천년과 같답니다. 그러니까 육천 년이지요."
"아,, 그래요? 성경의 어느 대목에 성경의 하루가 천년과 같다고 써 있습니까?"
",,,,,,,,,,,,,,"
"성경의 어디에도 천지창조의 하루가 인간세상의 천년과 같다고 써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천년이라니요. 성경을 성경에 있는 그대로 말해야지 나름대로 마음대로 해석하면 안 되지요. 성경을 마음대로 해석해서 말하면 그것은 성경을 창조하는 것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겠지요."
성경에 있는 그대로 말하라는 내 말에 그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성경에는 여호와가 이 세상을 말로써 창조했다고 하는데 그건 거짓말입니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로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나오고 은 나와라 뚝딱 하면 은이 나오는 것처럼 사실이 아니며 꾸민 허황된 이야기지요."

그들은 나의 말에 펄쩍 뛰면서 여호와 하나님은 틀림없이 존재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여호와 하나님은 틀림없이 존재하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나는 이리 저리 사방을 돌아보면서,

"여호와가 어디 있어요? 어디에 있지요?"

사람의 형상을 한 여호와가 어디에 있느냐고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주위를 둘러보면서 큰 소리로 그들에게 물었다.
대화가 길어지니 우리들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주위를 오락가락 하면서 듣고 또 몸을 숨기고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는지 엿듣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있고 절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으며 또 아무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행 중 한 사람이 나서며,

"이 세상을 여호와하나님이 안 만들었다면 그럼 누가 만들었나요?"

하고 따지듯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 세상의 만물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인연과 조건을 따라서 이루어졌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마치 우리의 몸을 여호와가 만든 것이 아니라 부모로 인연하여 태어난 것과 같지요. 잘 생각해 보세요. 두 분의 몸도 여호와가 만든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셨잖아요? "
나의 말에 질문한 사람은 멍하니 있는데 일행 중 다른 한 사람이 끼어들며 말했다.
"하나님은 지금도 역사 하시지요. 저 바람을 보면 알 수 있고 전깃불을 보며 알 수 있잖아요.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면 바람이 어떻게 일어날 것이며, 또 어떻게 전기불을 만들 수 있겠어요. 이러한 것이 다 하나님의 능력이며 그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증명이지요."
나는 그분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그의 말은 절로 미소가 피게 하였는데 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좌로 걷고 또 우로 걸었다. 그리고 손으로 허공을 그으면서 말했다.
"잘 보세요. 바람을 여호와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왔다 갔다 움직이면 바람이 이는 것이고 가만히 있으면 바람은 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기는 에디슨이 고심고심하여 발명했지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고심 고심해서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를 여호와의 능력이라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들은 나를 무지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참 아리송한 말이었다.
나의 대답에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이 분은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 않아요. 믿지 않는 분은 어쩔 수 없어요, 다른 대로 가지요."
라고 말하며 동료의 팔을 잡고 끌었다.

동료는 못이기는 척 발을 옆집으로 옮겼다.
나를 남겨놓고 떠나가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호와는 있지도 않는데 있다고 속이지 말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세요. 거짓말은 죄가 되므로 그러니 더 이상 허황한 말로 사람들을 속이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세요,"
그러나 그들은 나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옆집을 방문하여 여호와에 대하여 선전하려고 했다.
우리의 대화를 들었을지도 모르는 옆집은 그들의 방문을 거절하며 문전박대했다.
그런데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 다음 옆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문 앞에 서 있는 집주인에게 책을 꺼내어 장사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그 집 주인은 아무 말 없이 무뚝뚝하게 다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해도 굳이 한 집 한 집 거르지 않을려는 심산이지 또 다른 집으로 향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누구의 뜻인지 아나요? 내가 말하는 건 여호와의 뜻이니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들은 모든 게 여호와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 말도 역시 그들의 주인인 여호와의 뜻이 아니겠냐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했다.
나의 말에 다부진 몸매의 사람이 쏘아보며 대꾸했다.
"우리가 돌아다니던 말던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세요. 아저씨는 아저씨가 믿는 것을 믿고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을 믿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의 말은 틀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집집마다 방문하시는 거유~?"
그렇다면 굳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믿음을 강요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는 뜻에 그들은 더 대꾸할 핑게가 없는지 한참을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망상이 빠져 달아났는지 갈곳을 몰라 머뭇거리며 서 있는 그들에게 더 말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처럼 여호와를 선전하러 오는 사람들을 때로는 한 달에 몇 번씩 맞나게 된다. 찾아오는 사람은 매번 다르다. 한번인가 두 번인가 대화를 진지하게 나누고 싶어서 찾아왔던 경우를 제외하곤 매번 같은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줄거리로 낮선 사람과 대화해야 했다.
그와 같은 반복적인 대화가 번거롭고 진부하므로 여호와를 찬양하며 선전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들었다.

허황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허황한 것인지, 거짓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거짓인지, 진실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진실한 것인지, 그리고 신이란 무엇이고, 진리란 무엇이며, 지혜의 완성에 대하여 대화를 원다면 누구라도 명성이 세상을 덮고 관이 아주 높은 분인 교황님이라도 애써 사양하지는 않을 것이다.

팔십 노인도 모르면 3살 먹은 어린아이에게서 배워야 하며 그것은 잘못된 것이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또 안다고 교만하지 말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은 아름답고 훌륭한 마음이리라.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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