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끝마다 영롱한 이슬방울

빛속으로 2009. 2. 14. 11:49



 

 

     * 왕 *

 

원숭이들이 숲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그 나라의 왕이 사냥을 나왔습니다.

사냥을 나온 왕의 일행을 보고

놀란 원숭이들은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하고 튼튼한 원숭이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껑충껑충 뛰어서

도망을 갈수가 있었지만

어리거나 늙은 원숭이들은 도망을 가지 못하고

나무 위에서 갈팡질팡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모두 잡혀서 죽을 것이 뻔했습니다.

그때 크고 건장한 원숭이 한마리가

그 모양을 지켜보고 있다가

다른 쪽 나무의 가지를 붙잡고

다리를 만들어서

어리고 노약한 원숭이들이

자기 몸을 밟고 도망가도록 했습니다.

애처롭게 울부짖던 노약한 원숭이들은

그의 등을 밟고 안전하게 모두 도망갈 수가 있었는데

그러나 다리를 놓고 있던 건장한 원숭이는

그만 탈진을 하여  

안타깝게도 사냥꾼들에게 붙잡히고 말았지요.

 

그 광경을 처음부터 쭉 지켜보고 있던 왕은

신하들에게 붙잡혀 온 원숭이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잡히면 죽을 줄 뻔히 알면서

왜 도망을 가지 않았느냐?"

기진맥진한 커다란 원숭이는 숨을 가다듬고

정중히 대답했습니다.

"나는 저 원숭이들의 왕입니다. 

왕으로써 백성 원숭이들이 안전하게 도망을 갈수 있도록

제 임무를 다 했을 뿐이옵니다."

사람도 차마 하지 못할 일을 한

원숭이왕의 마음씀에 나라의 왕은 크게 감동을 하고

신하들에게 풀어주도록 명령을 한 후,

"그대의 소원이 무엇인가?

소원을 말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노라!'

포박이 풀려 자유의 몸이 된

원숭이 왕은 무릅을 꿇고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께선 재미로 사냥을 할진 모르나

그것은 귀한 생명을 빼앗는 것이 오니

부디 사냥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것이 너의 소원이냐?

좋다. 앞으론 절대 사냥을 하지 않겠다."

나라의 왕은 쾌히 승락을 하고

신하들에게도 사냥을 금지시키니

원숭이 뿐 아니라 숲에 사는 모든 짐승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숭이 왕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전생으로

오래 전에 읽은 글이라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참으로 훌륭한 왕이지 않습니까?

세상에는 많은 군주와 통치자가 있는데

원숭이 왕과 같이 자신을 희생하며

백성을 보살피는 지도자가 얼마나 계실지 궁금합니다.

나를 뒤돌아 봅니다.

그동안 다른 이를 위하여 무엇을 배려했으며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집과 교만으로

상대를 얼마나 불쾌하게 했고 아픔을 주었을까!

깊이 참회하면서

크고 위대한 보시는 아니더라도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이

불행의 씨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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